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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화지
Album: 화지
Released: 2012-06-15
Rating: +
Reviewer: 남성훈
경력과 함께 랩 역시 숙성되며 현재까지 씬에 살아남은 초기 한국힙합의 랩퍼들과 다르게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주목할만한 신예들은 무료 공개곡과 싱글, 믹스테잎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랩 실력을 먼저 인정받고 정규작을 준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치솟은 기대를 충족시켰던 정규 데뷔작은 많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수는 실력을 인정받고 메이저로 직행해 실망스러운 정규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힙합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핫'한 신예가 신선함이 떨어지기 전 적시에 발표하는 '핫'한 정규작이 아닐까 싶다.화지는 2009년 라디오스타(Radiostarr)의 멤버로 앨범을 발표하긴 했었지만, 과한 한영혼용과 교포 랩퍼 성향의 전형적인 가사 진행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완전하게 우리말을 사용한 라임구성과 로-파이(lo-fi)한 질감의 타고난 목소리를 적극 활용한 특유의 전달력으로 전에 없던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비정규 결과물 덕분에 이번 정규작 [화지]는 여러모로 그의 솔로 랩퍼로서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대작임은 분명해졌다. 과연 결과물은 어떨까?
헷갈리기 쉬운 앨범이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이란 말일지도 모르겠다. 화지는 [화지]에서 욕심을 버리는 동시에 욕심을 크게 낸다. 장르 팬이 원하는 기대주로서 모습에 부합하는 구성 보다는 치열하게 짜낸 것이 분명한 많은 양의 랩으로 내면을 진중하게 파고 드는데 온 힘을 쓰고 욕심을 내는 듯하다. 앨범 전반적으로 화지의 랩은 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의 랩을 차별화하는 코드를 하나 꼽자면, ‘긴장감’이다. 유려한 라임 구성과 범상치 않은 비유법 등이 산재해있음에도 전체적인 무드와 뚜렷한 이야기 전달 뒤에 가려져 있다고 느껴지는 것 역시 특유의 목소리 톤과 속도감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자연스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른 하이라이트이자 앨범을 여는 “암실”에서 그 극을 보여주지만, 앨범 전체의 무드를 만들거나 나스(Nas)의 “One Mic”가 보여 준 감정변화를 연상시키는 “격변”에서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Heaven”에서의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텔링과 몇몇 곡에서 보여준 훅 메이킹 감각도 인상적이다. 다만, “암실”을 제외하고는 후반부의 긴장감과 달리 전반부 랩핑의 흡입력이 약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전 곡의 프로덕션을 책임진 라우드나인(Loudnine) 역시 비트메이커로서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있는 듯해, 기묘하게 화지의 랩과 잘 어울린다. 화지의 데뷔 싱글 “들개”를 통해 첫 모습을 드러냈던 라우드나인은 이번에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사운드 소스를 적절히 활용하여 수준급의 비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덥스텦과 멜랑콜리 사운드의 영향권에 있는 그의 이번 프로덕션은 화지가 만들고자 하는 무드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보컬 보니의 놀라운 조력이 더해진 “연애인”은 오드퓨처(Odd Future)의 타일러(Tyler, the creator) 특유의 사운드가 어쩔 수 없이 연상되어 뛰어난 완성도에도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어쨌든 [화지]가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으로 남거나, 한국힙합의 매우 흥미로운 데뷔작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앨범의 구성 때문이다. 5곡 중, 4곡을 통해 단숨에 내면 깊은 곳으로 끌어내린 후, 조금씩 세상으로 스스로를 밀어내는 진중한 과정은 상당히 개인적인 여정으로 들리며, “기름부어”에서 드디어 랩퍼로서 세상에 등장하는 찰나에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본작은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잘 만든 예고편 같은 느낌이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플레이한 앨범이 벅찬 기대감을 주며 마무리되는 앨범이 되었다. 데뷔 EP의 역할을 다 한 것일 수도 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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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정석을 달리고 있는 앨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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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 반은 줘야할듯...ㅎ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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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좋게 들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신인입니다.
이 리뷰에서 언급한대로 데뷔작으로써 휼륭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