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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소리헤다(Soriheda)
Album: 소리헤다2
Released: 2012-11-26
Label: HIPHOPPLAYA (배급)
Rating:
Reviewer: 양지훈
현재 한국힙합 계에서 소리헤다의 위치는 확고하다. 재즈 힙합 성향이 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는 디깅과 샘플링에 기반을 둔 작법을 고수하는 소리꾼으로 정평 나 있다. 오랜 세월 그러한 작법에 공을 들였던 그이기에, 올 연말을 달구는 [소리헤다2]에서도 갑작스러운 변화 없이 일관성을 유지한다. 셀프 타이틀의 전작에서 랩퍼와 보컬리스트를 기용한 곡과 인스트루멘탈 트랙의 교차 방식을 택했다면, 이번에는 방향을 살짝 틀어 앨범의 전 곡을 프로듀서(본인) + 랩퍼(+보컬리스트) 조합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치 피트 락(Pete Rock)의 [PeteStrumentals]와 [Soul Survivor] 시리즈의 대한민국 버전을 보는 듯하다.1집부터 소리의 질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듯이, 이번에도 앨범 전반에 걸쳐 사운드의 운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세심한 노력이 깃든 만큼 불안정한 부분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며, 전반적으로 드럼과 베이스에 기반을 두고 관악, 혹은 현악 음원과 랩이 덧입혀지는 형태를 취한다. 빈티지하고 복고의 향이 그윽하게 풍기는, 이른바 전형적인 재즈 힙합의 감흥이 살아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앨범에선 특별하게 튀는 게스트 없이 무난한 전개가 이어진다. 비록, 모든 랩 게스트가 최상의 실력을 보여준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비트와 어우러지지 않는 랩으로 맥을 끊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격한 랩 스타일을 보유한 딥플로우의 유연한 랩을 감상할 수 있는 "아스팔트"가 그나마 가장 튄다면 튀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딥플로우의 랩에 걸맞게 상대적으로 빠른 비트를 깔아둔 소리헤다의 선택은 무척 탁월하다. 이 외에도 게스트의 스타일을 고려한 (혹은 게스트와 교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메이커의 기량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허수아비의 노래"에서는 중반부에서 수다쟁이의 랩과 소리헤다의 드럼이 맞장구를 치듯 교차하는데, 이는 랩퍼와 소통이 잘 이루어진 구간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첫 곡 "출발선"에 첨가된 DJ 웨건의 스크래칭 또한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일조한다. "출발선"에서는 흡사 에릭비 앤 라킴(Eric B. & Rakim)의 초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드럼이 잠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프로듀서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랩퍼와 함께 초대된 보컬리스트도 앨범의 플러스 요인이 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국외 솔로 보컬리스트 마리나 제틀(Marina Zettl)은 "올빼미의 밤"에 참여하여 랩퍼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1집에서부터 소리헤다에게 힘을 실어준 소울맨은 두 곡("설흔", "자리")에서 재즈 선율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선사한다.
소리헤다의 전작을 듣고 좋아했던 이들이 했을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많은 게스트를 초대한 와중에도 빈틈없는 사운드로 주인공이 프로듀서임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 샘플링을 기반으로 하는 힙합과 재즈 힙합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감흥이겠지만,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그 스스로 만들고 싶은 음악 세계를 진정성 있게 표현했고, 훌륭한 완성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르 간의 벽을 허무는 크로스오버가 난무하는 현재의 힙합 판에서 이렇게 소신을 유지하는 이가 국내에도 몇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2012년 한해 동안 국내 힙합 씬을 후끈하게 달군 이들 대다수가 본작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장담컨대 시간이 지나면, [소리헤다2]는 2012년 한국 랩 씬에서 어떤 이들이 주축이었는지, 어떤 랩이 주를 이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축소판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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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전개였던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랩이 기대 이하라 감흥이 반감된것같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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