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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롸마와 제4금융(The Rama)
Album: 죄송합니다
Released: 2013-01-15
Label: STG월드, 유니버셜(배급)
Rating:
Reviewer: 남성훈
롸마와 제4금융권(The Rama)의 [죄송합니다]는 아티스트 고유의 가치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흥미로웠던 전작 [Live for today](2009) 보다 패배주의가 이전보다 짙게 깔리긴 했지만, 사회시스템을 향한 씁쓸한 조소와 자기 희화화에 거침이 없는 삐딱한 취향은 이번에도 뒤끝 안 좋은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을 꽤 만들어낸다. 온갖 키치 코드를 끌어 온 단어선정과 구성도 여전한데, 다만, [죄송합니다]에서는 홍대 힙합 씬의 실패한, 혹은 한물간 랩퍼로 설정한 자신의 처지를 최대한 활용한다.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세상을 향한 직접적인 발언은 줄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 뒤에 사회의 부조리를 슬쩍 깔아 오히려 그 효과는 배가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 "조은영"에서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올해에도 음악생활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2013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로 시작되는 내레이션은 [죄송합니다] 앨범 전체를 좀체 통하지 않는 소수취향 스타일을 고수하는 랩퍼의 서사로 만들어버리며 재감상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가치는 여기까지다. 이 앨범이 의도한 감상이 작용할 수 있는 부류는 여전히 앞서 말한 그의 스타일에 반응하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분명하게 그 특이점이 잡히고 흥미롭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완성도의 우월함에 기반을 둔 감상이 아니라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흡사 습작 비트들을 모아 놓은 듯한 프로덕션은 롸마의 힘 쫙 빼고 라임을 이어가는 랩 스타일과 합을 맞추었다고 애써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있으며, 고유의 화법을 기대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이가 아니라면, 과연 장르 팬에게 랩퍼로서 어떤 감흥을 줄 수 있을까 싶은 심심한 랩 스타일 역시 쉽게 [죄송합니다]를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요소들까지 엮여 특유의 기운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의도했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그것을 전면에 드러냈어야 했다.
이번에도 롸마는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담은 작품을 만들어 냈지만, 완성도 있는 랩/힙합 장르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죄송합니다]는 롸마 고유의 화법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과대평가되고, 그것에 관심 없는 이에게는 과소평가될 운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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