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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바스코(Vasco)
Album: Code Name: 187
Released: 2014-02-06
Rating:
Label: 네오위즈인터넷(배급)
Reviewer: 남성훈
2013년 높은 완성도의 [Guerilla Muzik Vol.3 ‘Exodus’]와 제이 키드먼(Jay Kidman)과 함께 한[Molotov Cocktail]을 연이어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베테랑 바스코(Vasco)가 2014년이 시작되자 역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인 [Code Name: 187]을 발표했다. 바스코는 공격성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트랙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랩퍼지만, 그의 랩이 매력을 얻는 순간은 그가 말하는 속칭 ‘간지’ 뒤에 비루한 현실의 잔상을 흐릿하게나마 듣는 이에게 떠올리게 할 때였다.[Code Name: 187]은 이러한 면모를 전면으로 끌어내지만, 바스코는 영리하게 이에 쉽게 함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앨범의 시작인 “187”과 마지막 “Free Falling”에서 구석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죽음이라는 극단적 코드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사이 트랙들은 반대로 평면적 공격성이 강조되어 있어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러설 곳이 없어 생기는 심리상태 사이에서 극단적 행동이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구성을 여섯 트랙 내에서 선보인 것인데, 이를 통해 개별 트랙이었다면, 떠올리기 어려운 깊은 페이소스를 앨범 전체에 녹여내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스코라는 랩퍼의 경력을 따라온 이라면, 그의 개인사와 앨범의 컨셉트를 무리 없이 엮어 꽤 흥미로운 영화적 감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결과물을 내놓을수록 견고해지는 바스코의 랩 운용과 그 자체로 주목할 여지는 크지 않을지언정 의도한 무드를 그럴 듯하게 구성하는 일정 수준의 프로덕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스코 특유의 인상적인 연기력과 표현력을 생각해보면, 분위기의 순간적 상승엔 꽤 효과적이지만,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중간중간의 영어 문장 가사가 본작에서도 맹점으로 작용한다.
일말의 아쉬움이 있긴 해도 바스코는 [Code Name:187]을 통해 완성도 있는 힙합 앨범을 연이어 발표할 수 있는 베테랑임을 또 한 번 보여줬으며, 무리한 스펙트럼의 확장 없이도 각 앨범을 통해 고유한 감상의 묘미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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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개인적으로 살인을 의미하는 187을 컨셉으로 잡은 것치곤 기대보다 약하게 느껴지더군요. 다양한 의미로 활용하는 의외의 모습이 반전처럼 느껴지긴 했지만요. 그래서 앨범 발매 전에 떴던 힙플 홍보문을 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