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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루이(Louie)
Album: 靈感(영감)
Released: 2013-03-27
Rating:Rating:
Reviewer: Quillpen
음원 차트에서 성공과 별개로 평범한 번안곡 수준이었던 "Officially Missing You"는 여전히 랩/힙합을 표방한 듀오 긱스(Geeks)의 음악을 대변함과 동시에 발목을 잡는다. 일련의 결과물을 통해 보자면, 그들이 해당 곡으로 굳어진 이미지(말랑말랑한 '랩 + 보컬' 가수)에서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몇몇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곡에서 열혈 힙합퍼로 빙의하거나 자기항변을 담아내는 걸 보면, 장르 뮤지션으로서 위치하고 싶은 욕구 또한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긱스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들이 상업적 성공과 장르적 성취(혹은 스스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힙합도 담고 싶은 욕망)를 위해 양분한 곡들은 음악적 완성도의 격차나 정서상의 괴리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긱스의 반쪽 루이(Louie)의 이번 솔로작은 어떨까?시작은 매우 인상적이다. 건반의 세련된 운용을 통해 형성한 멜로디, 적절하게 이펙트를 먹인 보컬 후렴구, 학생과 뮤지션의 경계에서 자기과시를 빠른 플로우로 담아낸 루이의 랩, 이 모든 걸 단단하게 묶는 풍성한 사운드가 잘 엮인 첫 곡 "Where You At"과 곡 전반으로 퍼지는 멜로디컬하고 준수한 신스가 돋보이는, 잘 다듬어진 팝-랩의 모범 사례를 들려주는 두 번째 트랙 "이 시간에"는 참 탁월하다. 어쩜 본작이 긱스로부터 자연스레 이어진 루이에 대한 선입관만큼은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곧 이어지는 곡들로 말미암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앞선 두 곡의 감흥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낮은 완성도의 간지러운 랩송("사이드미러걸", "산책")이 분위기를 급반전시켜버리고, (아마도 강렬한 랩 록 트랙을 의도한 듯하지만) '90년대 가요계에서 아이돌 그룹 사이에 한때 유행한 록 댄스 음악의 촌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Change The Game"이 꼬리를 물면서 앨범은 난국으로 치닫는다. 이쯤에서 루이는 과격한 단어들까지 동원해가며, 격렬한 힙합을 표방한 연이은 세 곡("Parce Que C`est Moi", " High", " Twilight")으로 마무리를 장식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당혹스러움에 방점을 찍었다. 그전까지 이어진 곡들, 즉, 앨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루이의 정체성과 음악적 방향성이 급선회하면서 앨범의 구성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곡들에서 루이가 힙합 뮤지션임을 강하게 천명하며 설파하는 자기과시와 불특정 헤이러(Hater)들을 향한 일침('남의 탓을 하기 바쁜 일개 삼류 언더 rappers/당연히 난 그 쓰레기들이 말하는 이 씬의 적' –High, '어디 가서 힙합 한다 씨불이지 마/나보다 못하면서 까는 새끼들/난 너와는 다르게 안 믿어 빽/그저 랩' –Twilight)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적절하게 이용한 스웩의 "Where You At"에서와 달리 랩과 힙합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마저 드러내며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결국, 오늘날 감성 랩퍼라 불리는 이들이 숱하게 보여준 뻔한 자기 변명밖에 되지 못한 셈이다.
몇 년 전부터 대중적 지지를 노리는 꽤 많은 수의 한국 힙합 뮤지션들은 '음원 차트용 랩 가요(프리스타일이나 MC몽으로 대표되는 랩과 보컬이 결합한 류의 음악들)를 힙합의 대중화를 위한 타협으로, '장르적 특성에 기반한 힙합 음악'을 일종의 면죄부처럼 인식하며 앨범을 꾸려오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색깔과 낮은 음악적 완성도의 앨범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한 부류에 걸쳐있었던 긱스의 앨범, 특히, 전작 [Backpack]의 구성과 약점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루이의 [靈感(영감)]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들은 이런 경향의 한국 힙합 앨범들을 두고 미국의 팝 랩퍼들의 경우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당장 이 계열의 대명사인 엘엘 쿨 제이(LL cool J)나 헤비 디(Heavy D)의 앨범들만 들어봐도 이것이 얼마나 비존중적이고 무모한 비교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두 번째 단락에서 언급한 '루이에 대한 선입관'은 그의 음악이 '힙합이냐 아니냐'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이미 특정한 색깔로 정해진 긱스의 멤버가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서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지. 그리고 아쉽게도 그러한 기대는 단 '두 곡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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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대중성을 지향하는 랩퍼들의 앨범 중에선 가장 괜찮게 들었습니다.
대중을 겨냥한 트랙과 힙합을 표방한 트랙 간의 격차가 심한 점이 아쉬웠지만,
따로 떨어뜨려보면 곡마다 어느정도 준수한 퀄리티는 뽑아내지 않았나 싶네요.
감성 랩퍼라 불리는 이들이 숱하게 보여준 뻔한 자기 변명밖에 되지 못한 셈...
여태까지의 긱스를 보며 심심찮게 느꼈던 점을 핵직구 한 방에 정리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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