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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스컬(Skull)
Album: King O` Irie
Released: 2014-07-17
Rating:
Reviewer: 강일권
종종 많은 이가 뮤지션이 추구하는 장르의 희소성과 음악성에 대한 평가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해당 장르의 불모지에서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행보 자체가 음악적 완성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컬(Skull)과 그의 결과물은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무대를 겨냥하여 내놓았던 "Boom Di Boom Di"가 괜찮은 반응을 얻었고, 자메이카의 레게 베테랑들과 작업하는 열정이 빛나긴 했지만, 그동안 스컬이 국내에서 내놓은 결과물 대부분은 (하하와 이벤트성 작업물은 차치하더라도) 루츠 레게나 댄스홀(혹은 레게 퓨전), 어느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레게와 힙합적 요소를 끌어오긴 했으나 프로덕션 면에서 장르적인 맛보다는 대중 친화적인 가요의 향이 지배적이었고, 스컬의 레게 창법도 계속 묻어나는 인위적인 느낌 탓에 몰입을 어렵게 했다. 그가 단지 '레게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레게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는 치명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직 (솔로)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의 왈가왈부를 보류케 함과 동시에 기대를 품게 하는 결정적 요소였는데, 드디어 그 첫 앨범이 발표되었다.[King O` Irie]에서 스컬은 확실히 기존과 다른 아우라를 뿜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몇몇 곡에서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과 비난 앞에서 과감히 정면으로 맞서는데, 놀랍게도 대마를 의미하는 단어까지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돌직구 대결을 벌인다. 단순히 자극적인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통쾌함과 배설의 쾌감을 안기는 가사가 짜릿하다. 특히, YDG의 스멀스멀 넘어가는 랩이 함께한 "진짜배기 둘"에서 (아마도 대마초를 꼬투리 잡아 계속 시비를 거는듯한) 헤이터(Hater)들을 향해 날리는 스컬의 맹렬하고 공격적인 보컬 퍼포먼스는 압권이다. 더불어 스스로를 내려놓은 채 능청스럽고 여유롭게 질주하는 "연예인이고 지랄이고"가 주는 가사적 쾌감과 보컬의 감흥도 상당하다. 프로덕션적으로도 레게와 힙합의 역동적인 결합을 들려주는 "진짜배기 둘"과 하우스와 레게 리듬이 어우러지고 관악기의 시원함이 가미된 "연예인이고 지랄이고"는 라가머핀(Raggamuffin) 음악의 특징이 잘 구현된 "인생 막장"과 함께 본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이렇듯 몇몇 곡에서 스컬의 퍼포먼스는 대단히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로 보자면, 이번에도 아쉬운 건 여전하다. 레게는 그 자체로서 자메이카라는 나라와 일체되어 영적인 기운을 주는 음악인 것과 별개로 업비트에서 비롯한 특유의 리듬과 보컬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져서 연출하는 그루브가 참맛인 장르다(*필자 주: 여기서 특유의 보컬 퍼포먼스라 하면, 예컨대 토스팅에 기반한 중얼거림 와중에 특정 지점에서 강하게 포인트를 주거나 느긋하고 감미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특정 지점에서 꺾는 스타일 등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곡들을 제외하면, 탄탄하지 못한 음악과 보컬 퍼포먼스 탓에 이러한 장르 고유의 특성과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대부분 프로덕션은 장르의 정수에 다가가지 못한 채, 언저리를 맴돌 뿐이며, 그렇다 보니 본작에서 추구했다는 다양한 장르와 결합 역시 기존 가요 판에서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나왔던 가벼운 레게 스타일 음악들과 별다른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로 용감한 형제가 만든 타이틀 곡 "결혼해요"는 특히 치명적이다. 아무리 상업적인 히트를 염두에 둔 곡이 필요하다고는 해도 기존의 뻔한 미디엄 템포 트랙 위에 레게 창법만을 얹은 건 레게 뮤지션으로서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 곡보다 조금 덜 하다뿐이지 많은 곡에서 비슷한 약점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새롭게 발견되었다기보다 이전부터 스컬의 레게가 품고 있는 맹점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전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점이 있고, 정규 앨범으로써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앨범이다. 거창한 타이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스컬이 프로덕션의 전권을 쥐는 때가 오면 더 나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런 스타일을 국내에서 하는 것만도 어디야?'라고 하기에 오늘날은 스토니 스컹크(Stony Skunk) 시절과 여러모로 환경과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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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레게를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다,
힙합에 접목한 덕에 힙합을 즐겨듣는 리스너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젠 레게 음악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는 신선함을 주기 어렵죠.
무엇보다 예전만하지 못한 곡들이 끼여 있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가요 추세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결혼해요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작업물을 내줘서 정말 반갑게 듣고 있습니다.
추천 1 | 비추 0
에라이 용감한 형제가 그렇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