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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큐엠(QM)
Album: HANNAH
Released: 2018-12-17
Rating:Rating:
Reviewer: 이진석
두 장의 EP와 정규 1집 [WAS]를 차례로 발매하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낸 큐엠(QM)은 곧이어 VMC의 일원으로 합류하며 커리어의 제2막을 맞이했다. 그간의 결과물로 음악적 기조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사운드적으로 ‘90년대 붐뱁 프로덕션에 적을 두는 동시에, 학교, 군대 등 한국 사회에 자리한 부조리를 소리 높여 고발했다. 동시에 여러 곡과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변화를 끌어내고 싶어 하는 거창한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큐엠은 이와 같은 야망을 두 번째 정규작 [HANNAH]에도 고스란히 끌어온 한편,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선 결을 약간 바꾸었다. 이전처럼 사회이슈를 전면에 끌어와 직접 목소리를 내기보단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꽤 영민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VMC에 입단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시점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보다 선명하게 재정립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앨범의 바탕엔 성공하지 못한 래퍼로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20대 후반 청년으로서 느낀 패배감과 자조가 주된 정서로 자리한다. 이런 정서는 그의 상황을 덤덤히 담아낸 초반의 두 곡, “애꾸”나 “냄새”를 지나 감정선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중앙차선”, “뺏어”로 이어지며 점점 확대된다. 특히, 이현준과 함께 친구와의 대화를 가정해 상황과 갈등을 구체화하는 “중앙차선”은 수록곡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붐뱁을 바탕으로 한 프로덕션과 20대 청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선 2000년대 중, 후반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결과물이 연상되기도 한다. 한편, 그가 속한 집단과 동명의 곡 “보석집”의 경우 이현준과 김태균의 퍼포먼스, 또 그들의 야망이 어우러져 남다른 감흥을 주지만, 앨범의 중심 내용과는 다소 떨어져 맥을 끊는 느낌이라 아쉽다.
유려하고 속도감 있게 흐르는 큐엠의 랩은 분명 기본기가 탄탄히 자리 잡은 느낌이다. 하지만 독특한 톤, 혹은 화려한 기교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 래핑 자체로 얻을 수 있는 감흥은 그리 크지 않다. 다소 무난한 퍼포먼스를 상쇄하는 건 그의 가사다. 큐엠은 곳곳에 은유를 섞어 직선적인 진행을 피하면서도 일상의 언어를 벗어나지 않는 세심한 서술로 내용에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HANNAH]는 그간 인디펜던트로 활동하던 큐엠이 새로운 레이블에 정착한 뒤 내놓은 첫 정규작이다. 시기상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과는 고무적이다. 본작을 통해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좇지 않은 사람이라도, 큐엠의 음악적 지향점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프로덕션과 래핑 모두 다소 무던한 감이 있어 아쉽지만, 새로운 전환점을 마주한 그의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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