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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스윙스(Swings)
Album: Upgrade 0
Released: 2018-12-26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스윙스(Swings)는 여전히 한국힙합 씬에서 영향력이 강한 랩퍼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든 나쁘든- 한국힙합의 이미지를 대표해왔고, 3개의 레이블을 운영하며 현재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그의 음악은 몇 년 전부터 제자리 걸음을 걷는 중이다. 뛰어난 랩 실력은 그대로지만, 커리어 초창기 때와는 달리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특히, 작년 초에 발표한 새 정규앨범 [Upgrade III]의 실패는 치명적이었다.그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Upgrade’ 시리즈를 들고 나온 만큼 앨범 곳곳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야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씬 밖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회 인식과 현저히 떨어지는 가사의 수준 탓에 의도한 것처럼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격양된 감정 전달 외엔 남는 것이 없는 내레이션이 15분 간 이어지는 “Holy”는 괴작에 가까웠다.
스윙스는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8개월 만에 새로운 업그레이드 시리즈로 찾아왔다. 하지만 [Upgrade 0]은 이전 시리즈들과는 성격이 매우 다른 작품이다. 본작은 약 한 달 전 프로듀서 세우(sAewoo)와 함께한 EP [The Intr0]의 연장선 상에 있다. EP 때와 마찬가지로 세우가 전 곡을 프로듀싱했고, 스윙스는 랩이 아닌 오토튠을 먹인 보컬과 랩-싱잉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전에도 간간히 보컬을 시도했지만, 이처럼 본격적으로 앞세운 작품은 처음이다.
랩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보컬은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의구심부터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렉 기타 사운드와 내지르는 보컬이 만나 비장한 무드를 자아내는 “Tumor”는 첫 트랙으로써 이러한 경계심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귀를 사로잡는 잘 짜인 멜로디와 위기를 수 차례 극복한 치열함을 담은 가사가 그의 현재 입장과 오버랩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다. 첫 번째 곡이지만, 앨범의 백미라 할 만큼 매우 인상적이다.
이후, “Tumor”부터 “The Winning Side”까지 이어지는 초반부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후배에 대한 충고와 현재 위치에 대한 과시를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낸 가사와 트랙마다 적절하게 피처링 게스트를 활용하여 지루할 틈 없이 귀를 잡아끈다. 특히, 윤훼이(Yunhway), 존오버(Jhnovr), 키드 밀리(Kid Milli)가 스윙스의 커리어의 각 구간을 대변하는 인물들처럼 그려진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Self Talk”부터 집중력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애초에 탁월한 보컬 실력을 지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톤으로 지속되는 퍼포먼스를 듣다 보면, 피로감이 쌓인다. 게스트의 활용이 주효했던 초반부처럼 분위기를 환기할 장치도 부재하다. “Nanana”에 참여한 한요한은 설익은 랩으로 오히려 완성도를 저해한다.
그래서 커리어 사상 가장 차분한 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가사마저 힘을 잃는다. 자신의 약한 모습과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 “Better Days”, 어느새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베테랑이 된 소회를 노래하는 “Life와 “Thank You, World”처럼 주목해야 할 트랙도 있지만, 대부분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본작에서 눈에 띄는 건 주인공인 스윙스보다 조력자인 세우의 활약이다. 그는 미국 메인스트림 블랙뮤직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사운드를 준수한 완성도로 구현해냈다. 특정한 스타일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프로듀서란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레퍼런스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고 고유한 색을 내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다소 힘이 빠지는 중·후반부를 지탱하는 것은 오로지 세우의 프로덕션이다.
스윙스는 [Upgrade 0]를 통해 정체되었던 커리어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향을 모색했고, 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럼에도 본작은 몇 년 간 그가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괜찮은 완성도를 보인다. 그만큼 스윙스의 음악적 감각이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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