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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케이(EK)
Album: W.O.L.F
Released: 2019-10-28
Rating:
Reviewer: 황두하
엠비에이(MBA) 크루로 데뷔한 이케이(EK)는 멤버들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발성을 눌러 일정 음폭을 유지하는 톤으로 빠르게 음절을 내뱉는 스킬풀한 랩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랩 사운드를 주무기로 한 크루의 음악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서도 그는 매번 감각적인 퍼포먼스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W.O.L.F]는 그가 처음으로 발표한 솔로 정규 앨범이다. 초반부는 다소 아쉽다. 비장함을 자아내는 기타 루프와 두터운 베이스라인 위로 후렴구 없이 쭉 랩을 쏟아내는 첫 트랙 “WOLF”는 다소 단조로운 퍼포먼스로 힘을 뺀다. 이어지는 “HOOD SHIT”과 “ICE” 역시 진부한 자기과시성 가사와 평범한 트랩 비트로 점철되었다. 빠른 속도의 랩도 이 구간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네 번째 트랙 “직진”부터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플룻트 루프와 강한 베이스로 빠르게 내달리는 비트 위에서 타이트하게 내뱉는 싱잉-랩은 전에 없이 캐치하다. 특히, 후렴구는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잘 짜였다. 여기에 - 스킬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 폭발하는 에너지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먼치맨(Munchman)의 참여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이다.
이후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트랙들이 이어지는데, 흥미로운 건, “직진”으로 텐션을 끌어올린 덕분에 그 에너지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더불어 주위를 신경 안 쓰는 막무가내 청춘의 이미지가 쌓여 대마초를 테마로 한 “브로콜리”,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피곤해”나 “Don’t Worry” 같은 트랙들도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이플로우(Jflow)가 주조한 서정적인 비트 위로 지난한 삶과 오가는 인간관계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Don’t Worry”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앨범의 마지막으로서 더할나위 없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한영혼용 없이 독특한 표현과 의외로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해진 가사의 감흥 역시 좋은 편이다.
[W.O.L.F]는 총 8트랙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꽤 준수한 구성을 갖추었다. 전반부가 다소 아쉽지만,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는 “직진” 이후의 짜임새 있는 후반부가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다. 크루를 벗어나 만든 첫 앨범에서 이케이는 한 방이 있는 랩퍼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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