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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지바노프(jeebanoff)
Album: GOOD THING.
Released: 2019-10-30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6년 지바노프(jeebanoff)는 수준 높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음악을 담은 데뷔 EP [So Fed Up]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로도 [for the few.], [KARMA], [주마등: 走馬燈] 등등, 앨범 단위의 활동을 통해 음악적 외연과 내실을 착실히 쌓아갔다. 특유의 미성과 유려한 멜로디, 그리고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가사는 그의 음악색을 대표하는 요소다.데뷔 3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GOOD THING.]은 커리어의 한 챕터를 마무리 짓는 작품이다. 첫 EP 때부터 함께한 레넌(LNNN)이 주도한 프로덕션은 트랩, 댄스홀 등, 현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청량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리얼 악기를 가미하여 가녀린 보컬 톤에 어울리는 따스한 무드를 완성했다. 빠르게 내달리는 두꺼운 베이스라인과 산뜻한 피아노 루프가 어우러진 첫 트랙 “종이인형”은 앨범의 성격을 대변하는 트랙이다.
특히, 전반부의 만듦새가 탄탄하다. 퓨쳐베이스의 틀을 이용한 브레이크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Good Thing”, PBR&B를 차용해 공간감이 돋보이는 사운드가 인상적인 “Luh You”, 댄스홀과 하우스를 적절히 조합하고 혼 악기의 운용으로 트로피컬한 무드를 자아내는 “Bad Girl” 등등, 장르의 전형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차별화된 사운드를 만드는 솜씨가 좋다. 여기에 툭툭 내뱉으며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미성의 보컬 퍼포먼스가 탁월하게 어우러졌다.
그러나 “Callin’”부터 몰입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슷한 톤의 평이한 완성도의 트랙이 죽 이어질뿐더러 분위기를 환기할 장치마저 부재한 탓이다. 보컬 퍼포먼스 또한 관성적인 멜로디 라인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감흥이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피아노와 오르간으로 단출하게 진행되어 감정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곡 “적막”마저 그냥 흘러가버리고 만다. 어쩌면, 피처링 게스트 없이 마지막까지 혼자 이끈 것이 독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노랫말은 여전히 섬세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한편,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주제로 이어나갔던 EP들과 달리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이어지다 보니 응집력은 다소 떨어진다.
[GOOD THING.]은 지바노프가 여태까지 발표한 EP에서 드러난 음악적 성향과 특징이 집약된 작품이다.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인 만큼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충실히 담아냈다. 하지만 그래서 새롭거나 인상적인 점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뒷심이 달린 것도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이 여전히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지바노프의 커리어 1막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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