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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릴러말즈 & 토일(Leellamarz & TOIL)
Album: Toy Story 2
Released: 2020-04-21
Rating:
Reviewer: 황두하
릴러말즈(Leellamarz)는 씬에 등장한 이후 다작 행보를 이어가며 입지를 다졌다. 다작을 하는 와중에도 독특한 톤의 랩과 감각적인 멜로디 어레인지, 그리고 미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와 가요의 감성을 적절히 섞은 프로덕션으로 음악적인 완성도 또한 일정하게 유지해왔다. 그가 쉼 없이 다작을 할 수 있었던 건, 직접 프로듀싱 외에도 다른 프로듀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온 덕분인 듯하다. 작년에 발표한 그루비 룸(Groovy Room)과의 합작 [Room Service]는 대표적인 예다.이번에 발표한 [TOY STORY 2] 역시 이 같은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본작은 프로듀서 토일(TOIL)과 함께 2018년에 발표했던 [TOY STORY]의 후속작이다. 첫 곡인 “성산히어로”는 릴러말즈의 왕성한 창작욕과 동료 아티스트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내 앨범의 성격과 본인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캐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후렴과 경쾌함을 더해주는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힙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펑크(Funk), 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았다. 더불어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전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 특히, 가요 감성을 세련되게 풀어낸 “GONE”이나 2000년대풍의 모던 록 사운드를 차용한 “BREAK UP” 등은 그가 팝 랩 성향의 곡을 만드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아카펠라를 녹여낸 “9땡”, 양준일의 “Dance With Me 아가씨”를 재치있게 비튼 “아가씨”, 보사노바풍의 사운드에 유라(youra)와의 조화가 좋은 “인간중독” 등도 주목할만한 완성도를 지닌 트랙들이다. 변칙적인 플로우로 빠르게 내달리다가도 어느샌가 강약을 조절하며 여백을 주는 래핑도 전보다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목을 긁는 듯한 허스키한 톤을 부담스럽지 않게 활용하는 법을 익힌 느낌이다.
다만, 다양한 색깔의 곡을 모으다 보니 앨범보다는 잘 만든 싱글 모음집 같은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이 같은 특징은 그의 퍼포먼스와 다소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릴러말즈의 강점 중 하나는 보컬과 랩 톤의 낙차가 커서 혼자 곡을 이끌어가도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랙들의 스타일이 워낙 상이하다 보니 이러한 점이 오히려 앨범을 더욱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아울러 지나치게 극적인 연출을 가미하려 한 탓에 곡의 구성이 다소 촌스러워지는 한계도 여전히 눈에 띈다.
피처링 진의 참여에는 장단이 있다. 앞서 언급한 유라나 각각 트랙에 딱 맞는 퍼포먼스로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팔로알토(Paloalto)와 머쉬베놈(MUSHVENOM)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반면, “Nombre”에 참여한 스키니 브라운(Skinny Brown)과 식케이(Sik-K)는 뻔한 자기과시와 과한 한영혼용이 어우러진 가사로 곡의 텐션을 떨어트린다.
아쉬운 점들도 있지만, [TOY STORY 2]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2018-19년 시즌에 보여주었던 엄청난 다작 행렬만큼은 아니지만, 전작 이후 약 7개월 만에 발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릴러말즈의 작업량과 재능을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그는 확실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작품을 쏟아내면서도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일 테다. [TOY STORY 2]에는 한창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의 현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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