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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수민 & 슬롬(SUMIN & Slom)
Album: Miniseries
Released: 2021-09-15
Rating:
Reviewer: 황두하
수민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2010년대 한국 알앤비 씬의 쾌거 [Your Home](2018)에서 표방했던 ‘네오 케이팝(Neo K-Pop)’ 사운드를 EP [OO DA DA](2019)와 [XX,](2020)를 통해 한 번 더 확실하게 정립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영역을 공고히 다졌다. 이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의 존재는 대체불가능하다.프로듀서 슬롬(Slom)과 함께한 [MINISERIES]에서도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번 들으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캐치한 멜로디 라인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여 곡을 풍성하게 하는 코러스가 어우러져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다. 리듬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고, 곡의 무드와 가사에 따라 톤이 미묘하게 바뀌는 연기력이 더해진 퍼포먼스는 더 능수능란해졌다.
앨범은 ‘미니시리즈’라는 컨셉에 맞게 사랑의 다양한 순간과 미묘한 감정들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재기발랄한 어휘 선택과 엉뚱한 매력이 돋보이는 표현법은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한다. 의욕은 앞서지만 어딘가 서투른 여자의 모습을 담은 “곤란한 노래”, 지겨운 싸움의 종착지를 향해가는 순간의 연인을 묘사한 “어떻게 될 것 같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연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노래한 “한잔의 추억”은 특유의 작법이 빛을 발한 트랙들이다.
슬롬이 책임진 프로덕션은 수민이 직접 프로듀싱했던 작품들과 비슷한 결이지만, 조금 더 정돈된 인상이다. 수민의 허밍과 무그(Moog) 베이스, 신시사이저, 전자 기타, 피아노 등의 악기가 차곡차곡 쌓여 공간감을 자아내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ㅜ”는 대표적.
더불어 일렉트로닉 하우스 사운드를 차용한 “여기저기”, 업템포 댄스 넘버 “어떻게 될 것 같애”, 미니멀하게 진행되는 UK 개러지 트랙 “한잔의 추억” 등, 상대적으로 댄서블한 곡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둘의 합작 앨범이지만, 슬롬만의 색깔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플레이어인 수민에게 맞춰 프로덕션을 꾸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전 정보 없이 듣는다면, 수민의 또 다른 솔로 프로젝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만큼 수민의 스타일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이다.
[MINISERIES]는 그간 수민이 발표한 작품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고, 매번 다른 방식의 디테일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덕에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 블랙뮤직 씬의 최전선에 있는 아티스트의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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