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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그들을 처음 알았고 3년 전에는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만났다. 라카(Rakaa)의 내한공연이 있던 날, 약속 장소로 들어가려는 순간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는 라카의 모습이 보였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조금 어색해 일부러 걸음을 멈추었다. 이윽고 마주하게 된 그는 의외로 키가 컸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다. 무엇보다 그는 진중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갖춘 힙합 신사였다.
리드머(이하 ‘리’): 약 3년 전에 이메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2000년부터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를 지켜봐 온 나로서는 대답을 굉장히 성의 있게 해주어서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울 것 같다.Rakaa: 아, 당신인가? 반갑다(웃음). 혹시 트위터 아이디가 ******인가?
리: 맞다. 그게 나다. (웃음)
Rakaa: Hahahahahahaha…너구나, 너. 반갑다.
리: 나 역시 반갑다. 그 인터뷰를 통해 당신이 한국계임이 알려졌고, 그 후 한국에서 공연도 하고 드렁큰타이거, 에픽하이 등과 작업도 했다. 한국, 그리고 한국힙합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Rakaa: 한국엔 두 번째다. 다시 와서 정말 좋고 정글 가족과 함께 해서 더욱 좋다. 그들은 날 안내해주고 있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 마치 가족 상봉한 기분이다. 한국 힙합 씬도 멋진 것 같다. 비보이도 유명하고 챔피언도 타고, 이곳 음악도 좋고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이 정말 좋다. 생각할수록 한국에 잘 온 것 같다. 이곳의 많은 것을 보고 또 배우고 싶다.
기대한다.리: 한국 뮤지션 누구를 만나봤나?
Rakaa: 물론 많은 뮤지션을 만나봤다. (옆에 있는 타이거JK를 가리키며) 여기 있는 드렁큰 타이거도 있고 에픽하이, 비지도 만나봤다. 재지 아이비 역시 물론이다. 모두 멋지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다.
리: 디콘 레코드(Decon Records)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쟁쟁한데.
Rakaa: 디콘과는 이번 앨범뿐 아니라 그전부터 함께 일을 해왔다. 디콘은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음악, 뮤비를 작업했다. 제이슨이라는 친구가 우리 뮤직비디오 대부분을 만들었다. 디콘은 나의 오랜 친구 몇 명이 설립한 회사이고 그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다. 에비던스(Evidence)도 그의 EP를 디콘과 함께 했다. 디콘은 단지 음악 레이블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회사이다.
리: 에비던스에 비해 솔로 앨범이 좀 늦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Rakaa: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서두르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에비던스는 그의 방식으로 앨범을 진행한 것이고 나는 내 방식대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내 앨범을 많이 기다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 완벽한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리: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은 무엇인가?
Rakaa: 그냥 '나'인 것이다. 같은 나무에서 나온 같은 가지인 것이고 전에 계속 해왔던 것의 연장선이다. 내가 전에 했던 말, 했던 생각이 예전의 음악으로부터 지금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것과 타협하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 내 것을 잃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나만의 것으로 작업했다.
리: 솔로 앨범 참여진을 보면 대부분 예상할 수 있었던 가운데 엘-피(El-P)의 참여가 눈에 띈다.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
Rakaa: 그전에도 그를 알고 있었다. 그의 그룹 컴패니 플로우(Company Flow)는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데뷔했던 팀이다. 그들과 우리는 그래피티를 베이스로 하고 있고, 같이 일한 적도 있다. 난 엘-피의 솔로작업을 좋아했고 그는 흥미로운 요소를 앨범에 더해줬다.
리: 뿌리와 근본을 중시하는 당신의 성향으로 볼 때 케이알에스-원(Krs-One)의 참여는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인다.
Rakaa: 어찌 보면 케이알에스-원이 나를 음악으로 이끌었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 내 자신을 그라고 생각하고 공연한 적도 있다. 다른 엠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그는 엠씨의 표본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그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리: 개인적으로 시드 롬스(Sid Roams)를 굉장히 좋아한다. 독창적 사운드로 승부하는 작가주의 프로듀싱 듀오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1번 트랙을 맡겼는데.
Rakaa: (라카와 로스코 우말리가 동시에) Ohhhhh you!!! 조이 차베스(Joey Chavez)와 브라보(Bravo)는 우리의 첫 프로덕션 패밀리 멤버다. 알케미스트(Alchemist), 조이 차베스, 에비던스는 같이 자란 것이나 다름없다. 조이 차베스는 우리의 가족이고, 모든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앨범에 적어도 한 두 개는 꼭 참여했다. 그리고 그는 브라보와 친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드 롬스와 작업하게 되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리: “Assault & Battery”는 베스트 트랙 중 하나다. 이런 금싸라기 비트를 오 노(Oh NO)에게서 어떻게 얻게 되었는가?
Rakaa: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웃음). 전화도 많이 해야 했고 끈기가 필요했다. 매우 힘들었다. 그와 매드립(Madlib)은 매우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예술이 첫번째, 비즈니스가 두 번째라고 생각했고 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다시 말해 음악이 최우선이지만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앨범의 데드라인 역시 존재했다. 비트 선정을 끝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고 그 때 알케미스트가 비트 몇 개를 들려주었다. 그 중에서 “Assault & Battery”를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그게 오 노의 비트였고 그도 그 비트가 이 앨범에 쓰여서 좋아했다. 나 역시 좋았음은 물론이다.
리: “Delilah”의 가사와 스토리가 흥미롭다. 이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Rakaa: 사람들이 도대체 ‘Delilah’가 어디 있냐고 묻기도 하는데,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Delilah’는 알다시피 성경 인물이고 삼손과의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다. 삼손에게 힘과 집중을 빼앗은 인물이 나타났듯 나에게도 샛길로 빠지게 되고 힘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이 있었다.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가사지만 그 노래가 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진실이 담기긴 했다.
(여기서 가지고 간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전 앨범 시디, 그리고 일마인드(!llmild)와 에스-원(S-1)의 합작 [The Art of Onemind] 시디를 꺼냈다. 마치 한국에서는 아무도 자기를 모를 거라는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던 일마인드는 시디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매우 고마워 했다. 그리고 싸인을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 일마인드가 프로듀싱한 “Mezcal”은 앨범 흐름 상 좀 튀는 것 같기도 한데.
일마인드: 내가 그 샘플을 손에 넣었을 때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그냥 듣기 좋아서 집어넣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에 대한 말이었다. 그땐 그걸 누구한테 줘야할지, 어떻게 작업해야할지 잘 몰랐지만 잘 만들어보면 멋진 비트가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카가 왔을 때 들려주었고 솔직히 맘에 들어할 거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라카가 맘에 들어해서 놀랐다. 결과물이 맘에 든다.
리: 당신의 단짝인 에스-원이 이번에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의 새 싱글 “Power”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일마인드: 아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와는 2003년에 만났다. 그는 절대 음악적으로 변질될 사람이 아니다. 또 그는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다. 원래 “Power”는 에스-원이 라임페스트(Rhymefest)를 위해 만든 곡이었는데 라임페스트가 카니에 웨스트에게 그 비트를 들려주었고 카니에 웨스트가 그 곡을 좋아해서 그의 앨범에 쓰게 된 것이다.
(다시 Rakaa와의 문답)
리: “The Observatory”는 힙합에 있어 레게의 영향을 강조하는 당신의 성향이 반영된 트랙인가?
Rakaa: 물론이다. 레게 없이는 쿨 허크(Kool Herc)도 없었을 것이고 쿨 허크 없이는 힙합도 없었을 것이다. 그 곡에 참여한 매드 라이언(Mad Lion)과 같이 일하게 되어 기뻤고, 그는 LA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리: 다른 멤버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다일레이티드 피플스의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는가?
Rakaa: 다 잘 지내고 있다. 에버던스는 그의 다음 솔로 앨범 [Cats and Dogs]를 마무리하고 있고 배부(Babu)는 영화도 만들고 다음 앨범도 만들고 있다. [Cats and Dogs] 작업이 끝나는 대로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룹 활동을 재개하려고 한다.
리: 패숀(Fashawn)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안다. 그와 만나게 된 동기와 그에 대한 평가를 간단히 부탁한다.
Rakaa: 에비던스를 통해 그를 알게 되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아주 겸손하고 재능 있고 성숙한 친구다. 어리지만 그 나이로 보이지 않게 행동하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준비된 친구를 가르치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 그는 아마 에비던스 공연 투어 오프닝을 맡아 유럽을 돌고 있을 것이다.
리: 솔자보이(Souljaboy)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Rakaa: 그에게 특별히 유감은 없다. 단, 그의 등장 후 나온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좀 있다고는 생각한다.
리: 오바마의 당선에 대한 소감, 그리고 당선 후 그의 행보에 대한 생각은? 그는 정말 ‘힙합 대통령’인가?
Rakaa: 글쎄..그는 그냥 네트워킹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다 뭔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클린턴처럼 그도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저 같은 거짓말이라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이 더 진실되고 더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오바마가 살아오면서 어떤 어려운 경험을 했을지 모른다. 그런 경험이 어떤 식이로든 그의 정치에 앞으로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당선을 마냥 축하할 때는 지났고 사람들은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뭔가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들은 불신하기 시작할 것이다. 오바마 역시 다른 대통령과 똑같다고 하면서.
리: 이번 월드컵을 흥미롭게 지켜본 것으로 안다. 소감을 말해달라.
Rakaa: Hahaha. 너 내가 트위터에서 월드컵 얘기하는 거 봤구나?
리: 맞다. (웃음)
Rakaa: 나는 월드컵을 정말 좋아한다.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미국에서 인기가 없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다. 기본적으로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미국은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여기고 미국과 상관없는 경기에는 관심 없지만 반대로 다른 나라들은 다 월드컵 얘기를 하고 미국 농구 따위에는 관심 없다. (웃음)
리: 3년 전에 인터뷰할 때보다 당신은 한국힙합 리스너들에게 훨씬 더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한마디한다면?
Rakaa: 나를 오픈 마인드로 대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 힙합 씬을 지지해달라. 싸움, 질투보다는 지지와 사랑을 보내달라. 그래야 강해지고 더 나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 또 나에겐 문화적인 면도 중요하다. 내가 한국 혼혈이긴 하지만 문화적인 면에 너무 멜랑콜리해지지도 않고 또 너무 거리를 두지도 않는다. 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기에서 놀고 지내고 있다는 것이 나에겐 정말 개인적인 일이고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모든 힙합 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리: 오래전부터 다일레이티드 피플스를 좋아하고 지지해온 나로서도, 당신들의 팬이 한국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뿌듯하다. 하지만 내가 원조 팬임을 기억해달라. (웃음)
Rakaa: 물론이다. 네가 짱이다. 그저 오랜 서포트에 고마울 뿐이다. 이따 파티에 올 건가?
리: 물론. 이따 보자.
일마인드: 정말 고맙다. 한국에도 내 팬이 있음을 가서 자랑해야겠다. (웃음)
인터뷰 / 김봉현, 송은하,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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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짱임!!
완전 잘봤습니다.
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