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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라디(Ra.D)
Album: 작은 이야기
Released: 2013-03-29
Label: 리얼 콜라보
Rating:
Reviewer: 현승인
랩이 들어간 모든 음악이 힙합이 아니고, 밴드 음악이라고 하여 반드시 록인 것은 아니지만, 랩은 힙합을, 밴드는 록의 필수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이런 요소가 각 장르 음악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장르 음악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발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때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장르 음악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국내에서 알앤비라는 장르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타 장르 음악과 달리 알앤비는 국내 대중에게 그것을 설명할만한 마땅한 이미지조차 부재하기 때문이다. 개념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상당수의 가요 기획사가 알앤비라는 모호한 개념을 마케팅에 이용했고, 어느새 국내에서 알앤비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과 다이내믹한 애드리브가 있는 음악으로 치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데뷔작 [My name is Ra.D]를 기준으로 올해 11년차에 접어드는 라디(Ra.D)는 매우 귀감이 될만한 뮤지션이다. 11년이란 시간 동안 두 장의 정규앨범과 한 장의 리믹스 앨범, 그리고 이번에 나온 미니앨범이 디스코그래피의 전부지만, 그는 11년이라는 무시 못할 기간 동안 프로듀싱과 보컬 부분에서 고집스럽게도 알앤비 스타일을 추구했다. 게다가 일명 ‘라디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알앤비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가 보컬이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음악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고 그 위에 곡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보컬을 얹음으로써 ‘라디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현재 라디는 보컬보다 프로듀서로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작은이야기] 역시 전체적으로 프로듀싱 면에서 깔끔하고 안정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 군데 부담스러운 곳 없이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작은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세련된 멋을 자아낸다. 라디의 장점인 욕심부리지 않으면서 장르 특유의 멋을 살리는 보컬 역시 인상적이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보컬을 위한 음악이 아닌, 보컬을 포함한 음악의 모든 요소를 어디 한 군데 치우친 데 없이 매우 균형 있게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 이 앨범의 장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은 타이틀곡인 “고마워 고마워”와 “친구들에게”에서 극대화된다. 故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의 리메이크 역시 원곡 자체의 맛을 살리면서 라디 음악 특유의 감성을 품고 있다는 면에서 꽤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라디 고유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세련된 음악 스타일’은 자칫 단조로운 흐름이라는 단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라디 스타일’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는데, 전작들에서는 앨범 중간중간 그동안 국내 알앤비 씬에서 잘 접할 수 없었던 음악적 실험이 가미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되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작은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시도조차 없어 전체적으로 단조롭다는 평을 피해가기 어렵다. 소소하고 담백한 사랑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이번 앨범의 컨셉트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좀 더 과감한 시도와 구성이 엿보이는 곡이 하나 정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알앤비라는 장르 음악을 통해 대중과 장르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쉽게도 국내의 상당수의 알앤비 보컬리스트들은 대중에게 발라드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것을 선택했다. 반면, 베테랑 라디는 장르 음악의 고유의 감흥을 살리면서도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친숙한 음악을 선택했다.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는 앨범이긴 하지만, 라디가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준 가요와 장르 음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법 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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