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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은밀했던 랩 가사들
이경화 작성 | 2011-01-11 21:3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8,293 View
 
1997년도의 일이다. 마광수 교수는 추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뜬구름 잡는 해석으로 가득했던 이상의 '오감도'를 성애시로 해석하며 책을 냈다. 국내 문단은 발칵 뒤집혀 졌고 당시 고교생이었던 필자는 국어 교과서에 번듯이 나와 있는 오감도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분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오감도에 등장하는 13인의 아해가 예수의 제자라는 둥, 13이라는 숫자가 서양에서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며 시대적 공포성을 표현했다는 둥 모호한 해석이 판치던 때 국문학계의 히어로 마교수는 13에서 1은 남성의 심볼이며 3은 여성의 심볼이요 막다른 골목은...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이 글이 19금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생략한다.
 
이처럼 한 작품의 온전한 해석은 작가가 직접 해석을 내놓지 않는 이상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다. 죽어 있는 천재 시인 이상이 환생하지 않는 이상 그의 시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거리의 시'라 불렸던 랩을 한번 보자. 랩 가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직설적인 표현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룹 부활의 국민할매 김태원을 제외하곤 좀처럼 쓰지 않는 '그대 떠나지 말아요'  같은 표현보다는 싸이의 '뒤통수 조심해라' 같은 가사가 더 어울리는 게 랩의 특성 아니겠는가? 하지만, 랩 가사도 성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심의를 비롯하여 대중이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을 상쇄하기 위해 조금씩 은밀하게 가공되곤 한다. 이에 필자는 마교수로 빙의하여 원작자가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은 10년 전 랩 가사 중 은밀하게 느꼈던 가사 3선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1. 1999 대한민국 - 창
 
 
"이제 바꾸리 랄라 이제 바꾸리 랄라 벌거숭이 숭숭 좀 먹는 상상 이제 고치리라 우리나라"
 
지금은 그룹 소울 다이브의 리더인 넋업샨이 '한준'이라는 본명으로 핫샷 데뷔했던 [1999 대한민국]에 수록된 "창"이란 트랙이다. 이 트랙에서 후크 부분을 맡은 리쌍의 개리는 가사의 '바꾸리'라는 부분을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되도록 발음하여 레코딩 작업 후, 발표하였다. 가사만 보면, 국내 집창촌의 문제점을 짚은 가사처럼 보이지만, 개리의 발음을 듣고 해석하다 보면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개리가 이 가사의 정확한 뜻을 내놓지 않은 이상 주말 예능에서 송지효를 바라보는 개리의 눈빛이 음탕하게 보이는 사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리라. 
 
2. 김진표 - 샴푸의 요정


 
"해는 매일 뜨고 지지 꽃들은 여기저기 피지 언제나 내 기억 속의 의지로 같이 온 그녀의 의미 누구나 느끼지 너무 easy 허나 모든 것들 잊어버리지 한 장의 휴지 속에 모두 담아 버리고서는 잊지"
 
얼핏 보면 과거의 사랑을 아름답고 씁쓸하게 추억하는 노랫말 같다. 하지만, 우리는 한 장의 휴지 속에 무엇이 담겼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건강한 20대 남성 청년이 과거의 사랑에 눈물을 담아낼까? 그대는 그러한가? 남성이 평생 살면서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보통은 손으로 닦고 치우기 마련이다.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은 혹시 밤꽃 향기가 아니겠는가....' 라는 은밀한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의 휴지 속에 잊는다는데, 어떠한 욕구를 잊기 위해 우리는 눈물 대신 다른 것을 뿜어내기도 한다.
 
3. 허니패밀리 - 그녀를 알고싶다


 
"눈이 모이고 있어 한쪽으로 쏠리고 있어 자꾸만 점점 더 한곳으로 모이고 있어 힘이 생기고 있어 한쪽으로 쏠리고 있어 자꾸만 점점 더 한없이 커지고 있어"
 
"X라는 아이"를 타이틀 곡으로 삼아 철이와 미애 출신의 미애와 3인조 그룹 허니로 데뷔한 박명호는 이 앨범 실패 후, 와신상담하여 영풍, 주라, 디기리 등과 패밀리로 앨범을 발표하였고, "남자 이야기", "우리 같이 해요" 같은 트랙들로 인기를 끌었다. 맘에 드는 여자를 쫓아가는 듯한 이 곡의 가사에서 점점 힘이 생기고, 한쪽으로 쏠리고, 점점 커져가는 무언가가 단순히 눈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더구나 이제 그들 곁에는 여성 멤버도 없지 않은가?! 당시 이 곡을 같이 듣던 친구 녀석은 당연히 눈이 아니겠느냐고 얘기했지만, 나는 비교적 건전하지 못한 랩 가사에서 이 부분이 단순히 눈이라고 하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의 몸에서 한쪽으로 쏠리고, 점점 커지고, 힘이 생긴다... 뭐, 답은 뻔한 거 아닌가?
 
국내에 힙합이 정착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많은 래퍼들이 직설적으로 욕과 성적 표현을 표출하고 몇몇 알앤비 보컬들은 슬로우잼이라는 장르를 빌어 퇴폐적이고 섹시한 가사들을 노래하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드러내고 내뱉은 노랫말보다 10년 전 은밀하게 노래했던 가사들이 더욱 섹시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왜, 가끔은 모자이크된 영상이 더 흥분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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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박현수
    1. 박현수 (2011-02-13 03:19:02 / 222.237.221.***)

      추천 0 | 비추 0

    2. YDG - 홍콩가자
  • Jazzflow
    1. Jazzflow (2011-01-20 21:03:03 / 58.231.169.***)

      추천 0 | 비추 0


    2. 저두 '샴푸의 요정' 처음 들었을때
      아니 들을때마다 혹시 밤꽃향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저와 같은 의심(?)을 갖고 계셨다니.. 반갑군요ㅋㅋ
  • 누에군
    1. 누에군 (2011-01-15 21:56:55 / 203.249.77.*)

      추천 0 | 비추 0

    2. jp... 밤꽃향기로 해석될수 있다니~~~ ㅋㅋㅋㅋ

      리쌍, 개리 일터 가사에서 정말 뛰어난 표현이 나오죠

      슬픔과 기쁨
      사랑과 꿈 내 머리 속에 늘 자리 잡은 소재들
      그것에 나는 생명을 주고 방 한 쪽에는 어젯밤
      그녀와 남긴 정액 묻은 휴지가 외롭다며
      음흉하게 나를 계속 쳐다본다

      세속적인 권태감을 이렇게 잘 표현한 가사도 없다고 생각해요 ㅋ
  • DEVIN
    1. DEVIN (2011-01-14 10:15:40 / 210.1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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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마 박지윤이 이해한 알리야와 JYP가 이해한 알리야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듯...
  • 이지수
    1. 이지수 (2011-01-12 23:05:03 / 14.34.4.***)

      추천 0 | 비추 0

    2. 전 박지윤이 하기싫었는데 제와피쪽에서 그러한 컨셉을 시켰다고 들었는데
  • 최민성
    1. 최민성 (2011-01-12 20:08:40 / 59.15.20.***)

      추천 0 | 비추 0

    2. crave4you/ 그건아닐거에요
      박지윤이 먼저 제와피한테 저 알리야같은거하고싶어요 하면서 요구햇다네요
  • 아토피
    1. 아토피 (2011-01-12 19:42:21 / 43.244.41.***)

      추천 0 | 비추 0

    2. 2번 ㅋㅎㅎㅎ


      ㅋㅎㅎㅎㅎ 진짜 재밌네요 ㅎㅅㅎ
  • 황소개구리
    1. 황소개구리 (2011-01-12 17:19:56 / 119.71.79.**)

      추천 0 | 비추 0

    2. jp3 정말 최고로 좋게들어는데...
      그 이후나온거는 영....
  • 랩퍼엔
    1. 랩퍼엔 (2011-01-12 14:27:27 / 211.56.190.***)

      추천 0 | 비추 0

    2. ㅋㅋㅋㅋㅋㅋ 샴푸의 요정...
  • Popeye
    1. Popeye (2011-01-12 11:51:23 / 125.27.33.***)

      추천 0 | 비추 0

    2.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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