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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은 록,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예술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일간씩 2주에 걸쳐 펼쳐지는데, 지난 4월 13일부터 15일까지(미국 시간) 열린 그 첫 번째 주 공연이 열광 속에 막을 내렸다. 마음만은 이미 캘리포니아에 닿아 있지만, 몸이 함께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세계 곳곳의 음악팬을 위해 코첼라 측은 유튜브를 통해 공연실황을 생중계해주었는데, 작은 PC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끓어오를 지경이었으니 실제 그곳에 있는 이들은 오죽 흥분됐을까 싶다. 페스티벌을 보러 간 지인이 트위터를 통해 가끔씩 던지는 관련 트윗을 보며 얼마나 질투가 나던지….아마 흑인음악팬 대부분이 가장 기다린 무대는 마지막 날(15일)의 헤드라이너였던 닥터 드레(Dr. Dre)와 스눕 독(Snoop Dogg)의 합동 공연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무대를 보기 위해 유튜브 실시간 방송 페이지를 켜놓고 대기했는데, 사실 드레와 스눕이 합동으로 무대를 꾸민 건 이전에도 몇 번 있었기 때문에 (타국에서 방송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선) 그 사실 자체가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공연이 기다려진 건 바로 네잇 독(Nate Dogg)을 홀로그램(Hologram)으로 부활시킬 거란 소식 때문이었다(관련 뉴스: http://board.rhythmer.net/src/magazine/news/view.php?n=9409&p=2). 그런데 이게 웬일?! 이 날 공연에서 홀로그램을 통해 부활한 건 네잇 독이 아니라 투팍(2Pac)이었다!
최초 내가 예상했던 네잇 독의 부활 지점은 “The Next Episode”아니면, “Ain’t No Fun”을 부를 때. 하지만 “The Next Episode”를 그냥 지나쳐 “Ain’t No Fun”에서도 네잇 독은 스크린 속 사진으로만 등장했다. 내심 ‘홀로그램 연출이 실패, 혹은 무산됐구나….’ 싶었다(이후, 나온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그러했다고 한다). 살짝 김이 빠졌다. 어쩔 수없이 기대 2순위였던 다양한 게스트를 보는 재미로 아쉬움을 달랠 참이었다. 그러나 투팍이 등장했다. 처음 알려진 대로 커럽(Kurupt), 워렌 쥐(Warren G) 등 반가운 얼굴들과 위즈 칼리파(Wiz Khalifa),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피프티 센트(50 Cent) 등 예상하지 못했던 게스트들이 등장하여 한창 재미를 더할 무렵, 풍성한 라이브 편곡이 더해진 “California Love(Original Ver.)”가 끝나고 암전 속에서 비장한 음악과 함께 투팍이 서서히 무대 위로 솟아 올랐다.
화면을 통해 클로즈업된 그의 배에 새겨진 문신, ‘Thug Life’를 보는 순간의 그 전율이란…. 홀로그램 속 팍은 드레와 스눕, 그리고 코첼라를 찾은 음악팬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What Up Dre, What Up Snoop, What The Fuck Is Up Coachella~~~’), [The Don Killuminati: The 7 Day Theory]의 대표곡 중 하나였던 “Hail Mary”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스눕과 대화를 주고 받다가 “2 of Amerikaz Most Wanted”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나서는 다시 비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난 1996년 사망한 전설 투팍이 무려 16년 만에 현대 기술의 힘을 빌어 약 4분 35초간 팬들 앞에서 살아 숨 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뒤이어 메인 게스트라고 할 수 있는 에미넴(Eminem)이 절정의 랩핑으로 무대를 달구고 내려갔지만, 투팍이 남긴 여운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첨단기술과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었다고나 할까…. 덕분에 난 오랜만에 투팍의 앨범을 꺼내 들었다. 한때 그의 희귀 음원을 닥치는 대로 찾아서 모을 정도로 최고의 팬을 자처했으나 최근에는 새 앨범을 살피느라 한동안 그의 존재를 잊고 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서…. 어쩌면, 그저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번 깜짝 무대는 이렇게 한 시대의 전설적인 뮤지션을 다시금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까지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이건 동료 뮤지션들의 진심이 담긴 오마주와 그걸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은 덕이다. 아마 이 날 공연을 본 세계의 많은 힙합팬도 그러하지 않았을까?결론적으로 이번 ‘투팍의 부활’ 이벤트는 참으로 놀랍고, 질투 나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토록 완벽하게 투팍의 모습과 제스처를 재현해낸 기술에 놀랐고, 동료 뮤지션을 많은 이가 끊임없이 회자할 수 있도록 첨단기술까지 동원하여 오마주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문화가 질투 났고, 투팍이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인….
홀로그램 관련 이모저모
*이번 투팍의 홀로그램을 기획한 건 드레였으며, 기술적인 연출은 홀로그램 창작 회사인 ‘AV Concepts’가 맡았다. 연출 비용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략 우리 돈으로 1억에서 4억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드레와 스눕은 앞으로 계획할 투어에서도 홀로그램을 통한 투팍의 무대를 연출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드레는 이에 대해 원대한 계획을 하고 있다고. 곧 더 높은 퀄리티의 홀로그램 연출을 보게 될 듯하다.
*업데이트: 최근 드레는 알려졌던 루머와 달리 투팍의 홀로그램 연출은 오로지 코첼라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투어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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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보다 더 활기차게 움직이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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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이 어떤 기분으로 무대에서 공연 했을지 감히 상상히 안갈 정도로 감동적인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