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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anelle Monáe
Album: The Electric Lady
Released: 2013-09-06
Rating:
Reviewer: 강일권
자넬 모네이(Janelle Monáe)의 전작 [The ArchAndroid]는 탄탄한 컨셉트와 다양한 장르가 한데 뒤섞여서 제대로 화학작용을 일으켰을 때 얼마나 큰 충격파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데뷔 EP [Metropolis: Suite I]으로 범상치 않은 신예의 등장을 알렸던 모네이는 이 앨범을 통해 음악 팬에게 낯선 경험과 환희를 안겼고, 자신이 음악으로 연출한 SF 시리즈 '메트로폴리스'로 관심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비록, 상업적인 성과는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The ArchAndroid (Suites II and III)]는 그해(2010) 최고의 알앤비/소울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그녀의 이름은 음악 시장 관계자들과 장르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여기 '메트로폴리스'의 새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번 역시 순진해 보이면서도 섹시하고, 멍해 보이면서도 야무져 보이는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오묘한 감흥과 놀라움을 선사하는데, 그 강도가 완벽에 가까웠던 전작을 넘어선다. 사실 자넬 모네이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아는 만큼 더 많은 게 들리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앨범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신디 메이웨더(Cindi Mayweather)라는 이름의 여자 안드로이드라는 점, 그러한 신디가 지구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색을 통해 드러나는 모네이의 페미니즘적 가사가 본작을 관통하는 핵심 중 하나라는 점, 모네이가 구축한 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세계관이 그녀가 애착을 갖던 옛 사이파이(Sci-Fi) 영화와 문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이번 IV, V편은 전작의 프리퀄이라는 점 등은 이번 앨범의 더욱 값진 감상을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들이다.
무엇보다 모네이가 본작에서 설파하는 여권신장이나 사회적 소수자 관련 가사들은 여느 여성 뮤지션들보다 한층 더 지적이고 복잡하며, 기술적이다. 특히, 그녀가 신디에 빙의되어 인간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안드로이드로서 내비치는 감정과 이야기들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 영화로서 읽힘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여전히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소외받고 불평등한 관계에 놓이는 이들, 이를테면, 동성애자나 흑인들의 처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모네이의 훌륭한 랩 실력과 리리시스트로서 면모가 드러나는 "Q.U.E.E.N"의 마지막 벌스라든지 인터루드(Interlude) 트랙인 "Our Favorite Fugitive"에서 도망자 캐릭터의 'Robot love is queer!'라는 외침, 그리고 "Sally Ride"와 "Dorothy Dandridge Eyes"라는 곡을 통해 각각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인 샐리 라이드(Sally Ride)와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계 여배우 도로시 댄드리지(Dorothy Dandridge)에 대한 헌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모습 등은 이러한 앨범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눈부신 지점이다.
탄탄한 컨셉트, 질 높은 가사, 곡의 분위기에 따른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와 더불어 탁월한 프로덕션은 본작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는 데 방점을 찍는다. 악기의 배합, 곡의 기승전결, 멜로디, 편곡,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한데 어우러져 몇 번의 이어가슴(Eargasm)을 안기며 청자의 마음을 앗는다. 토대가 되는 건 사이키델릭 소울(psychedelic soul)이다. 그만큼 앨범엔 펑키하고 몽환적인 무드와 원초적인 퍼커션 리듬, 디스토션 걸린 기타 사운드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팝, 디스코, 힙합, 재즈, 네오 소울, 펑크, 일렉트로 소울 등의 요소가 결합과 해체, 혹은 독자적으로 부각되는데,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프린스(Prince), 선 라(Sun Ra), 미니 립퍼튼(Minnie Riperton),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등의 음악에서 엑기스를 뽑아 합쳐놓은 듯하다. 그야말로 자넬 모네이 만의 전위적인 알앤비 음악이 탄생한 셈이다.
좀처럼 피처링하지 않는 아티스트 프린스(Prince)가 보컬뿐만 아니라 웅크린 베이스와 신경질적인 기타 연주까지 도맡은 "Givin Em What They Love", 피-펑크(P-Funk)의 영향이 강하게 감지되는 신스 사운드가 곡을 주도하는 첫 싱글 "Q.U.E.E.N", 멋들어지게 치고 나오는 신스와 일렉트릭 기타의 조합으로 시작하여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으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는 브라스까지 가세하여 가슴 벅차게 마무리되는 "Electric Lady", 전작의 펑키 댄스 넘버 "Tightrope"의 뒤를 이을만한 두 번째 싱글 "Dance Apocalyptic", 우아한 오케스트라 세션과 멜로디, 그리고 모네이의 보컬이 지닌 넓은 스펙트럼을 체감할 수 있는 "Look Into My Eyes", 보컬 스타일과 키보드의 진행에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향한 오마주가 느껴지는 "Ghetto Woman", 여유로운 기타 연주로 전개되다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현악 세션, 일렉 기타, 가스펠 풍의 코러스 라인이 합쳐지는 순간이 압권인 "Sally Ride", 라틴 리듬과 재즈가 아름답게 결합한 "Dorothy Dandridge Eyes" 등은 단연 앨범의 백미다.
특히, [The ArchAndroid]에서 "Dance or Die" - "Faster" - "Locked Inside"로 이어지는 라인이 그랬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Q.U.E.E.N"에서 "Electric Lady"로 넘어가는 순간은 굉장한 희열을 선사한다. 그러니 자넬 모네이의 앨범을 들을 땐 절대 스킵 없이 듣길 권한다.이 앨범은 실로 대단하다. 2012년을 휩쓴 PBR&B와 클럽 알앤비는 물론, 레트로 소울이나 90년대 알앤비, 어디에도 뚜렷한 적을 두지 않은 채, 모네이는 독자적인 사운드의 '메트로폴리스 알앤비'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주는 감흥은 가히 압도적이다. 보통 하나의 음반이 클래식이 되느냐 마느냐는 시간이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자넬 모네이의 앨범만큼은 그 시간을 미리 당겨 써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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