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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FO
Album: PTSM
Released: 2014-11-28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군산을 거점으로 한 레이블 애드밸류어(Addvaluer)는 매우 짧은 기간에 한국 힙합을 중심으로 장르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안적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 가 있는 팀은 랩퍼 B.A.C와 프로듀서 사일러밤(Sylarbomb)으로 이루어진 듀오 TFO(티에프오)가 아닐까 싶다. 이들은 2012년에 발표한 EP [9; The Fine Number]에서 가사적 표현법이나 프로덕션적으로 신인의 치기 어린 시도 수준이 아닌 명확한 방향성을 통해 차별화된 감상을 제공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첫 정규 앨범 [PTSM]에서 TFO는 특유의 방향을 유지한 채, 선택지에서 조금 더 멀리 나가는 선택을 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창작자보다는 청자가 더욱 적극적인 태도이기를 요구하는 것이고, 그 수고가 아깝지 않을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하면 양쪽 다 민망해지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첫 트랙 "The Travel"의 첫 가사가 '청자입장'인 것은 이런 앨범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과연 성공적일까?일단 [PTSM]에서 B.A.C의 랩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B.A.C가 구사하는 랩 자체에서 즉흥적인 쾌감을 느끼기란 정말 쉽지 않다. 분명 이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매력이 있는데,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 전체를 할애해 펼치는 (주로 한국 힙합 시장을 향한) 혐오의 정서는 산만함과 어리둥절함이 느껴지는 구성과 단어선택 위에 나른한 스타일이 만나 마치 허무한 농담처럼 느껴진다. 많은 트랙이 급작스레 끊긴 듯 성급히 마무리 되면서 순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거나 비트와 함께 늘어지며 묘하게 잔상을 남기는 지점들이 이런 감상을 돕는다.
언제부터인지 한국에선 주로 대안적 프로덕션 위에 기술적인 한계가 명확한 랩, 이를테면, 발음을 뭉개거나 영어의 비중을 늘리면서 마치 여유를 부리는 것마냥 일관하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두고도 악기나 소리의 일부, 혹은 의도한 프로덕션의 일부라며 오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얼핏 보면, B.A.C 역시 표면적으로는 그런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B.A.C의 경우 랩퍼의 퍼포먼스가 다른 방향에서 설득력을 갖추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의 차별화가 먼저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몇 안 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PTSM]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 그리고 TFO의 가치는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불편함을 동반하는 랩 설계와 뻔뻔하게 진행되는 스타일의 조합이 듣는 이에게 삐딱한 웃음을 선사하는데 성공하는 순간, 앨범에서 TFO가 그리는 혐오의 대상을 듣는 이가 자기도 모르게 함께 낄낄대며 조롱하고 있는듯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각하게 설명하거나 쿨 하게 거리를 두는 것과는 다르게 넌지시 대상을 흘린 후, 청각 경험으로 목적한 바를 효과적으로 달성시킨다. 이를 위한 음습한 분위기, 그리고 B.A.C의 랩을 담아 낼 적절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사일러밤의 실험적 프로덕션 역시 이전보다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특히,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 성향이 강한 비트 위에 PNSB와 B.A.C가 반대로 속도감 있게 애드밸류어 특유의 매력적인 라인을 쏟아내는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는 프로덕션과 랩 사이의 이질감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흥겨움을 선사함은 물론, [PTSM]의 감상 중 쌓이는 피로감을 털어내 주는 정말 근사한 트랙이다.
[PTSM]은 첫 인상과는 다르게 듣는 이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든 심각함이나 진중함을 요구하는 앨범은 아니고 사실 그 반대에 가깝다. 그러나 과잉 가득한 비전형적 형식미로 인해 선택한 이의 적극적인 태도를 먼저 요구한다는 점에서 가볍고 유쾌하게 듣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색다른 감상을 제공했느냐는 것이고 [PTSM]은 이 부분에서 꽤 괜찮은 선택 같아 보인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는 있어도, 민망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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