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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지긋지긋하다. 언제쯤이면 국내 표절 논란 글을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잘 모르면서 조금만 비슷한 것 같아도 표절이라고 섣불리 말하는 대중이 문제’라고 한 점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을까? 어둡다. 케이-팝 열풍이다 한류 열풍이다 난리법석이지만, 내실은 보잘것없고 미래는 어둡다. 조금만 더 냉정한 마음가짐과 흐림 없는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자. 만약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형사가 작금의 가요계를 봤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여기가 표절과 카피의 왕국이냐!"
최근에도 두 건의 표절 논란이 있었다. 비의 “부산여자”와 김여희의 “반쪽”이다. 한 곡은 당장 ‘표절’이라고 판결 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으며, 다른 한 곡 역시 법적인 표절은 피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양심상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엔 충분하다. 국내에서 표절 논란은 이제 한 가수의 새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꼭 치러야 하는 정기 행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국내의 현실상 언제나 그렇듯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요계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선봉에서 활약한다는 사람들,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많은 이가 심심치 않게 표절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쪽 팔린 행위를 한 이들이 여전히 ‘잘 나가는’ 작곡가 대우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야말로 우리나라 가요계의 최대 치부다. 그 법적 판결 여부를 떠나서 국내 음악계의 최고의 자리를 다툰다고 보도되는 사람들이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아이러니 아닌가?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잘못된 레퍼런스 관행의 대물림이다. ‘제이-팝(J-Pop)’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됐던 일본의 대중음악이 미국 팝 음악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 우리 가요계는 제이-팝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특히, 팝-록과 발라드). 당시 표절로 판정됐던 대부분 곡이 일본 뮤지션들의 곡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발전하고 전 세계 대중음악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국내 대중음악 씬은 제이-팝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세계 대중음악 흐름의 중심인 미국의 트렌디한 음악들을 직접 흡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제이-팝은 우리보다 더 세련되고 발전했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세가 역전됐을 정도다. 이는 오늘날 환경을 잘 이용하면서 꾸준히 내공을 쌓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국내 창작자들의 노고가 있은 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열심히 (제이-팝이 아닌) 미국 대중음악을 베껴댄 카피맨들의 노고(?)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국내의 작곡 환경은 미국 팝 음악계의 흐름과 맞물려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가요라 일컫는 트로트를 제외하면, 가요의 모든 장르적 뿌리는 미국의 대중음악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의 (특히,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곡가들은 팝계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등장한 젊은 프로듀서들 중에는 이미 자라면서 해당 장르 음악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국내의 많은 작곡가들이 팝 음악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영향이란 것이 앞서 언급한 특정 곡을 교묘하게 베끼는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거다. 자신이 즐겨 듣고 영향받은 장르, 혹은 뮤지션의 음악 스타일을 구현해보고 싶어서 그 분위기는 참고하되 그동안 쌓은 내공과 감성을 바탕으로 곡의 세부적인 부분(보컬 어레인지와 멜로디 등)을 독자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과 오늘날 표절 논란의 근원이 되는 유행하는 한 곡을 놓고, 악기 소스나 멜로디만 살짝 바꾸는 짓은 천지차이다. 둘 다 레퍼런스에 근거한 작업 방식이지만, 후자는 사기나 다름없다. 당연히 근절시켜야 할 방식이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창작자가 되기보다는 최고의 따라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지금은 국외 음악을 구해서 듣기는커녕 접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정보수집부족’의 시대가 아니다. 창작자나 전문가보다 더 많은 음악을 찾아 듣는 청자들도 많은 세상이다 –실제로 비의 “부산여자”가 발표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리드머 게시판에는 라파엘 사딕의 “Detroit Girl”과 비슷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로지 TV와 라디오의 몇 안 되는 팝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외의 음악을 접하던 옛날이라면 몰라도 ‘난 (원곡을 부른) 그 가수 몰랐다.’, ‘이건 오마주였다.(정상적인 오마주라면, 미리 밝히는 게 상식이다. 표절 논란이 터진 후 오마주라고 밝히는 건 어느 나라 예의인가)’ 같은 몰지각한 변명이나 대중을 기만하는 잡아떼기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몇 번씩이나 표절 의혹을 받았던 이들은 당장 법적으로 문제시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떳떳하게 들 게 아니라 쪽 팔린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제작사는 아무리 인기와 돈에 눈이 멀었다 해도 그런 작곡가, 가수들에게 계속 곡 작업을 의뢰하거나 지원해주며 그들의 주머니를 부풀려주고 우리 가요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만행을 그만해야 한다. 지금도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소수의 제대로 된 창작자들이 얼마나 힘 빠지겠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결국, 표절에 대한 엄격하고 지속적인 심사와 미국이나 유럽처럼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만들어져야 해결될 문제다. 우리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표절에 대한 판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데다가, 설사 표절 판정이 난다 해도 그것이 (언론사와 제작사 간 친분 때문에)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도 않으며, 손해배상액도 터무니없이 적다. 원작자가 소송비용도 못 건질 정도라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긴가?! 미국이나 유럽은 케이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표절한 음원은 물론, 앨범으로 얻은 수익을 원작자에게 전액 지불해야 할 정도로 막강하게 집행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에 이른다. 표절에 대한 법이 강력하게 바뀌어야 그 근원이 되는 잘못된 레퍼런스 작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중국 가수들이 우리 가요를 무단으로 번안하여 자기 노래인양 부른 사실이 크게 보도된 적 있다. 당시 국내의 매체와 대중은 해당 가수들에 대한 조롱은 물론, 중국 대중음악계에 대한 비판과 심지어 나라에 대한 비난까지 이루어졌다. 자연스레 한국 대중음악의 우수성을 부각하는 것도 함께.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들을 비판, 혹은 비난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의 음악계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가요 역사 속에 존재하는, 그러나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표절, 또는 카피한 곡들을 그들이 듣는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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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레퍼런스등의 대중적개념이 희박한 것에 기대 방패막으로 사용하는 작곡자들의 양심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젠 무분별한 표절시비로 모두 불감증이 되어가는듯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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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메이져 음반회사한테 억대 소송 당했으면 하는 생각임다..
FTA 에 음반 표절에 관한 법을 올려서 그런것들 제발 티비에선 안봤으면 합니다..
작곡가 말고 신조어 어떤가요.. 카피페이스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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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우리 가요계를 주도하는 트렌디한 음악들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도 동감합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표절의혹이 제기됨에도 그 곡으로 수억을 벌고(소송에서 져 몇 천만원을 보상해줄 지언정..) 버젓이 활동하는 작곡가들이 있는 현실이, 낮은 문화적 의식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화적 식성을 획일화하고 안목을 저하시키는 이러한 음악들보다 조금 다양한 음악들이 티비에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