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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본 '쇼미더머니'
남성훈 작성 | 2012-06-26 02:1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2 | 스크랩스크랩 | 52,759 View



오디션 참가자의 캐스팅 비화가 본의 아니게 SNS를 통해 알려지며, 적어도 힙합 장르 팬들에게는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이뤄졌던 엠넷의 야심 찬 기획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가 6월 22일 드디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방송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후속 방송은 크게 두 가지 시선으로 구분해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오락 방송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와 장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판단이다. 물론, 이 두 시선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자는 당황스럽고 후자 역시 매우 당황스럽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신인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본격적으로 빌려 크게 성공한 엠넷의 [슈퍼스타K] 이후 유사 프로그램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오디션 프로그램 난립의 피곤함이 밀려오자 이제는 반대로 베테랑들의 경연인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좌뇌-우뇌 밸런스를 억지로 맞춰주고 있는 형국이 현실이랄까. 그런데 [쇼 미 더 머니]는 욕심을 더 낸다. 베테랑인 심사위원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심사해 실력자들을 추려낸 후 같이 팀을 이루고 경연을 한단다.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두 포맷을 아예 합쳐버린 것이다. 아마도 기획회의에서 자축의 박수가 절로 나왔을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끝이다. 더 이상의 치열한 고심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쇼 미 더 머니]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포인트는 모조리 모아 작위적으로 나열한다. 힘든 가정사를 가진 참가자의 별도 인터뷰로 절실함을 부각하는 것은 기본이다. 왜 참가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낮은 실력의 참가자에 황당해하는 심사위원의 표정으로 재미를 주고, 큰 웃음을 주기 위해 뜬금없는 개그맨의 재롱을 더한다. 나이는 많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은 참가자도 잠깐 조명하고, 육군과 의경 등 경쟁 구도를 이루는 참가자를 교차 편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수의 꿈을 키우며 한류를 따라 한국에 온 외국인 참가자의 사연도 빠지지 않는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이들을 급하게 팀으로 만들며, 남녀의 설레는 무드와 서로 간의 갈등, 배려와 억울함까지 무대를 준비하며 나올 수 있는 것은 모두 나열한다. 공연 후 심사위원을 향한 절실한 표정과 제스쳐, 심사위원의 독설과 경탄도 함께 묶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 첫 방송에 모조리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뭐라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성급한 구성과 연출에 마치 한 시간짜리 오디션 프로그램 패러디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껏 제작진이 쌓은 노하우와 인프라의 가장 얄팍한 재활용 수준이다.



자, 이제는 랩/힙합으로 장르를 선택하고 집중한 프로그램의 성격이 있으니, 장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 필요조건에 대한 약간의 논란은 있겠지만, 한국 힙합은 아티스트의 개별 수익성과는 별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몇 안 남은 음악장르 씬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 사실은 현재 랩/힙합 장르를 어떤 식으로 다루던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제작진의 기획 변을 읽어보자.

“내가 1999년 처음 ‘힙합 더 바이브’라는 국내 최초의 힙합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PD로 입봉 했다. 나에게는 이 음악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사명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여전히 당시에 함께 프로그램을 했던 가리온, 타이거JK, CB매스(?!) 같은 뮤지션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뉴스 중 발췌)

우선 ‘사명감’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이제는’ 키워내겠다고 다짐한 ‘후배’들은 제작진에게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현재 활발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관심이 없어 나온 변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런 의도가 위험한 것은 대중에게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정체성을 성공하지 못한 실력자 정도로 인식시키기 쉽다는 것이다. 이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메이저 시장에서 데뷔의 과정으로 여기는 안팎의 시선을 가장 모욕적으로 느끼는 장르 아티스트의 입장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물론, 메이저에 가지 못해 언더그라운드에 있는듯한 이들은 차치하고). 무명의 발견과 성공스토리가 줄기인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부터가 문제지만, 제작진이 만든 합격자의 개념 자체가 장르 씬과 별개라면 사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경력도 없는 참가자가 언더그라운드의 실력자내지는 유명 랩퍼로 단숨에 포장되거나, 심사위원과 언더그라운드에서 같이 활동했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얻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 기회라며 랩을 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그러한 관점을 더욱 확실히 한다.

두 번째는 문화에 대한 접근을 보자. 어차피 다음 회부터 함께 경연할 신예를 뽑는 과정이라고 기대를 다시금 접어 보지만, 힙합문화 전도사를 자처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 ‘디스(Diss)’는 힙합문화의 일부라면서, 카메라 한 대 붙여 놓고 탈락한 참가자들에게 심사위원을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욕설을 날리는 것을 보여주는 식의 연출은 어떤 의도일까? 랩의 멋과 힙합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출연한 아마추어들은 해프닝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도, 단지 재미있고 랩 비슷한 것을 한다는 이유로 개그맨 김경진의 ‘원헌드레드’를 출연시키고 1차 합격까지 시킨 것은 누구나 쉽게 랩을 할 수 있다는 오해 속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랩퍼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충분했다. 더해서 한국힙합의 뼈대를 만든 이들까지 일부 포함된 심사위원들은 힙합문화와 랩퍼 고유의 멋과 기술을 짚어주는 날카로운 심사평은 커녕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모호하게 ‘잘한다 못 한다’, 혹은 ‘자신감이 있다 없다’ 같은 말만 던지는 수준만 보여줬다. 베테랑 대중음악 가수의 경험으로 참가자를 가늠했던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들이나, 아이돌 가수를 제작하는 기획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참가자들을 다그쳤던 [K-POP STAR]의 심사위원들은 좋은 심사평 여부를 떠나 그나마 자신의 역할에 매우 충실했었다. 그런데 정작 장르 내부로 특화시킨 [쇼 미 더 머니]의 심사위원들은 장르 문화에 기반한 시선으로 오디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철저하게 실패한다.

마지막으로, 곧 이어질 서바이벌 경연 무대와 [쇼 미 더 머니]에 대해 조금만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보자. 아마 다음 주, 또는 그 다음 주부터 무대장치 물량공세와 화려한 편곡이 가미된, 지금껏 국내 방송에서는 보지 못한 멋진 힙합/랩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르게 말하면,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의 주요 부가가치인 음원 사업 루틴이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창이 성립하지 않는 랩퍼의 특성 덕분에 참가자와 베테랑과 협연은 이 단계를 위한 포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잘되면 격주, 혹은 매주 편집 앨범이 나올 것이고, 다른 프로그램이 그랬듯 ‘최강 래퍼’와 그들의 제자들이 방송 무대를 기초로 함께 모여 콘서트를 열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좋은 건 좋은 것이다. 무대의 질만 좋다면, 나부터도 즐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이런 과정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프로그램의 취지로 내 건 힙합 장르 음악과 문화의 저변화에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

장르 씬 확대의 기본 방향은 틀 안쪽에서 바깥의 대중을 끌어들여 넓혀나가는 것이지, 결코 대중화의 짐을 졌다 생각하는 일부 대중음악 시스템 속 진입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오디션/경연의 포맷을 하고 있어 장르 아티스트 고유의 색을 지켜나가는 듯 보이는 착시 현상 덕분에 [쇼 미 더 머니]의 성공은 힙합 씬의 색을 희석하기에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만약, 시즌2, 시즌3, 시즌4가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랩퍼들은 대중에게 잠재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실력자 취급을 당하고, 제작진의 입맛대로 선별된 랩퍼들은 ‘최강래퍼’가 되어 엠넷이 만들어 놓은 성공 프레임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반복이 씬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고, 본의와 상관없이 그 주역들이 그 틀을 세운 이들이란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구조인가? 장르 음악 부흥 캠페인을 벌이려면, 빈약한 이해와 얄팍한 사명감, 뻔한 진행으로 만들어 낸 이런 기획보다는 차라리 상식적인 수익 시스템의 구축이 진짜 장르 씬에 돈을 보여주고 지원하는 것일 테다. 하긴 그건 심사위원 중 몇 명을 방송에서처럼 ‘최강래퍼’로 인정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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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The Crack베플
    1. The Crack (2012-06-26 18:42:50 / 221.142.41.**)

      추천 8 | 비추 0

    2. 객관적으로 가장 수준낮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싶네요
  • last one베플
    1. last one (2012-06-26 22:40:31 / 125.176.32.***)

      추천 8 | 비추 0

    2. 공감합니다. 정말로. 단기적으로 잠깐 인기있을 수도
      근데 진짜 멀리보고 씬을 위한다면 술제이처럼 움직이던가
      여하간 부끄러웠습니다. 심사위원부터 꿔다논 보릿자루
  • howhigh
    1. howhigh (2013-09-05 16:54:47 / 125.181.23.***)

      추천 0 | 비추 0

    2. 힙합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껍데기를 빌려서 기존의 경연/오디션 프로그램에 적용시킨 사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랩퍼"들의 경연이 아니라 랩퍼들의 "경연"..힙합씬이 다시 추진력을 얻고 생기를 가지려면 결국 좋은창작, 대중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중요하지..지금 저런형태로는 한국힙합은 제자리걸음 아니 문워크할지도 모르죠
  • Abrasax
    1. Abrasax (2012-07-08 21:18:36 / 111.91.146.***)

      추천 3 | 비추 0

    2. 프로그램 취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섭외 과정부터 40명을 기억에 의존해 추려내는 황당한 시스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2명 중 1명을 선택하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 등 결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탁이니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음악'에 초점 맞추고 편집했으면 좋겠네요.
  • 엄동영
    1. 엄동영 (2012-07-07 18:34:36 / 121.151.45.**)

      추천 1 | 비추 0

    2. 장르의 허울만 빌렸을뿐 내실이 부족한 전형적인 삼류 가십거리 오디션 찌라시라고 생각합니다.
  • piano
    1. piano (2012-06-29 12:52:53 / 1.252.109.***)

      추천 2 | 비추 0

    2. 이게 지금 언더 고집하지않고 방송나와서 놀았다고 그러는거 아닙니다. 언더/오버 가르기도 아니고 자본에 편승 그런얘기도 아니에요.
      순수성이라고 하면 오그라들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말하면 그냥 병신같이 굴면 보기 안좋은거죠

      근데 댓글 쭉 썼다가 올리고 보니까 좀 그렇네요. 2화에 어찌될지 아직 모르니까 ㅋㅋ
  • 환
    1. (2012-06-29 05:28:25 / 175.197.208.***)

      추천 2 | 비추 8

    2. 나이가 많아서 저만 기억하는 지 몰라도 이 거 다 했던 짓 입니다. 문희준 락타령할 때 다 떠들었던 얘기라고요. 기시감이다 못해 그냥 동어반복이에요.
      밑으로 주르륵 달린 리플들도 죄다 비뚤어진 피해의식과 배타적인 팬보이 기질의 발로가 대부분입니다.

      애초에 오버/언더를 가르는 기준점 자체도 모호한 현실에서 간편하게 앨범 안 내고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언더라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들 대부분이 상업 자본에 종속되기 싫어하는 작가들이냐. 아니 거든요. 그럼 십 분의 일은 되느냐. 아닐 겁니다. 백 분의 일? 택도 없겠죠.

      그렇다면 저의 이런 말들이 씬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모욕이 될 거 같네요. 저한테 막 욕이라도 할 수 있겠죠. 근데 적어도 그런 말을 그렇게 용감무쌍하게 하려면 이 씬에 뭔가 대단한 기여를 한 사람이어야 되거든요. 자격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죠. 적어도 그런 말이 프로그램 구성원으로 참여한 랩퍼들에게 또 다른 모욕이 될 수 있는 걸 감당할 수 있는 인간만 그래야된다는 말입니다.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를 봤을 때, 뭐 예상했던 수준인 것 같습니다. 빤한 연출에 눈물찌질찌질. 애초에 선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케이블TV에 고상함을 원하는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거 아닙니까. 그래도 오디션에 참여한 몇몇은 와~할 정도로 확실히 좋아보였습니다. 이 프로그램 보기 잘했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개인적인 불만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래퍼들이 좀 편차가 심하다고 해야되나 아무런 음악적 성과도 없는 사람들도 있고 MC스나이퍼도 껴 있더라구요ㅡㅡ; 좀 엽기적이었습니다.
  • 와지드
    1. 와지드 (2012-06-28 23:24:00 / 121.88.236.***)

      추천 1 | 비추 1

    2. 아닙니다 미안해요 ^^
  • 박정현
    1. 박정현 (2012-06-28 23:17:24 / 221.155.155.**)

      추천 0 | 비추 2

    2. 와지드/기본 개념탑제니 뭐니 하는 말투는 좀 듣기 불편한데요 ㅋㅋ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 cmxn
    1. cmxn (2012-06-28 16:51:43 / 175.113.134.***)

      추천 5 | 비추 2

    2. 암튼 최악의 방송이였슴
  • Fukka
    1. Fukka (2012-06-27 02:23:52 / 211.246.77.**)

      추천 3 | 비추 1

    2. 씬을 위한다..........
  • 조성호
    1. 조성호 (2012-06-26 23:47:17 / 218.239.145.***)

      추천 4 | 비추 5

    2. 애초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기대를 안해서 그냥 저냥 봤습니다.
      요새 드는 생각인데 나중에 제대로 된 힙합프로그램이 꼭 생길거라고 믿습니다.
      힙합을 힙합답게 만드는 것도 미디어고, 병신으로 만드는 것도 미디어니까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병맛이지만, 좀더 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발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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