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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빈지노(Beenzino)
Album: 24:26
Released: 2012-07-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재지팩트(Jazzyfact)와 다수의 피처링 활동으로 경력을 쌓은 빈지노(Beenzino)의 [24:26]는 정확한 발매시점과 뚜렷한 감상지점이 교차하여 만들어 낸 매력 넘치는 솔로데뷔작이다. 유려한 랩을 구사하는 신예를 넘어 전에 없던 장르 씬의 뜨거운 스타로 급부상한 빈지노가 늦지 않은 타이밍에, 오직 현재만 유효한 고유의 신선함을 담아 장르 씬 내부에서 잘 마감된 데뷔작을 만들어 낸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다. 과연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빈지노와 비슷한 위치를 점한 신예가 얼마나 있었는가? 그리고 추려낸 이들이 어떤 데뷔작을 들고 어디서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했었는지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일단,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빈지노는 [24:26]에서 현 위치를 의식하거나, 랩/힙합 아티스트로서 강박감과 과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세상과 약간 동떨어져 약간의 백치미까지 가미된 여유와 센스를 갖췄지만, 마냥 가볍게 보이지는 않는 젊은이의 모습을 유지해 나갈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본작을 감상할 때 온전히 빈지노의 랩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더해서 멋진 힙합 앨범의 최우선 조건이 힙합 고유의 바이브와 프로덕션 위의 수준 있는 랩임을 새삼 환기시킨다. 이상형을 밝히는 “Nike Shoes”, 밤 새 놀아보자는 “Boogie On & On”, 어장 관리당하는 귀여운 청춘사를 그린 “Aqua Man”까지 대중적 접근까지 편한 주제의 곡들은 센스 넘치는 묘사력과 선명하지 않아 더 귀를 잡아끄는 농익은 라이밍, 그리고 감탄스러운 완급조절이 만든 전달력을 통해 장르 팬과 불특정 대중 모두가 거부하기 어려운 트랙으로 완성되었다.
심각한 드라마나 장르 색이 진한 자기과시 없이 랩 하나만으로 장르음악의 멋을 드러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어떤 주제를 풀어내든지 가사 사이사이에 힙합 문화만의 패션과 생활방식을 품은 잔가지를 잊지 않고 촘촘히 치고 있는 것 역시 빈지노의 랩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성격의 "I'll be back"도 범상치 않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중화'라는 불편한 방향성 앞에 장르색을 한참 벗어난 편곡이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었다는 식의 작법이 일부 장르 팬들에게서까지 지지를 받고 논쟁까지 이는 것이 빈번한 현실에서 이런 빈지노의 결과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누군가 [24:26]이 얼마나 대단한 앨범인가 묻는다면, 대단한 랩퍼의 잘빠진 데뷔작 이상의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듯하다. 유쾌함과 진중함을 오가는 트랙 간의 이음새는 성급하게 마감된 느낌이며, 충분히 다양한 무드의 나열을 하나로 묶을 서사의 힘이 들어갈 여지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I'll be Back", "Profile", 그리고 "If I Die Tomorrow"의 감정곡선은 높낮이가 뚜렷하지만, 매끄럽게 이어지는 중간 곡선이 생략된 느낌이다. "If I Die Tomorrow" 다음에 보너스 트랙인 "Always Awake"가 등장하는 순간이 눈부시게 드라마틱한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다. 준수했지만, 게스트 진의 랩이 과연 이 앨범을 풍부하게 하는 시너지효과를 불러왔는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럼에도 빈지노는 과거 특급 기대를 받았던 몇몇 랩퍼들이 실망스러운 정규작으로 경력을 시작했던 것과 다르게 특별한 타협점 없이 장르 씬의 꼭짓점에 서서 대중과 장르 팬 모두를 랩의 힘으로 끌어 당기는 랩스타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뷔작을 만들어냈기에 지지를 보내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직 빈지노 외엔 다른 이는 떠올릴 수가 없다. 이것은 방법론도 아니고 훈련이나 기획과도 거리가 멀다. 실력이나 태도는 기본이지만, 이상 열기까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그런 얄미운 기운이 힙합 스타를 즐기는 코드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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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가사주제로 쓴게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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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트랙간의 이음새를 지적한 부분은 공감가네요. 개별적인 트랙으로 보면 괜찮은데 앨범 전체적으로 보면 조금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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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좋았고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는데 예전부터 좀 아쉬웠던 부분이었는데
빈지노 노래는 모든 훅을 다 자기가 하던데 그게 어쩔땐 좋은데 어쩔땐 솔직히 별로임 profile이나 재지팩트때 mom's call같은경우도 그렇고 좀 거북하다고 느껴질때가 종종있엇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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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앨범을 들으면서 그런생각도 들었습니다
백팩래퍼로 시작해 자라면서 만난 주위친구들과 팀을 이뤄 기획을 해보고 결과물을 내보고 하며 창의성을 추구하며 달려왔지만
분명 그간 자기 프로젝트 밖에서 피처링으로 가지각색 다른스타일의 비트위를 하나하나 점프하듯 내딛어가면서 증명해온 이친구 실력은 그릇이 좀더크고 넓어보였습니다.
미국처럼 아이디어의 나열과 시행착오의 후드시절을 거쳐 어느 한순간 더 큰 무대로 더 큰 사람들과 다양하게 조인하여 새 장으로 나아가 기회를 잡고 커다란 히트를 치고 하는 꿈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인 우리나라 씬은 그렇진 못해서 아쉽기도 하고.
모쪼록 커리어 중 언제는 베테랑 프로듀서를 만나 파퓰러한 빅샷보다는 본인 바람대로 역사에 남을 작품을 하나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개 다 되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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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기획 타이밍 소재 가사 랩실력 모두 전에 없던 좋은 데뷔앨범
다만 랩퍼로서 굉장하나 프로듀서로서 앨범전체를 마감하는 이음새는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