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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신예되는 세상, ‘신예’는 아무나 되나
강일권 작성 | 2012-08-07 01:5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1 | 스크랩스크랩 | 37,183 View


 

글: 강일권

 

비단 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어느 분야든 ‘신예’의 존재는 대단히 중요하다. 해당 분야가 계속해서 굴러가는 힘이 되는 잠재 자원이자 변화와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는 새로운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중음악 판 속에는 ‘신예’가 많아도 너무 많다. ‘개나 소나 다 신예’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그리고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언론 매체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명심하자. ‘신인’과 ‘신예’를 헷갈려선 곤란하다. ‘신인’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신예’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사전적 의미를 한 번 살펴볼까?

신인(新人): 예술계나 체육계 따위와 같은 분야에 새로 등장한 사람.
신예(新銳): 새롭고 기세나 힘이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분야에 뜻을 품고 정식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모든 이는 신인이요, 개중에 눈에 띄는 재능을 선보여 많은 이로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가 신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예’라는 호칭은 ‘신인’과 달리 창작자, 혹은 그들의 소속 회사가 스스로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대중, 마니아, 같은 분야의 창작자들, 평단 등등, 신인이 내어놓은 결과물을 듣고 느낄 많은 이의 지지와 동의가 이루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신예’라는 영예로운 수식어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보도 자료에는 신예라는 말이 난무하고, 언론과 방송 매체는 그걸 그대로 퍼 나르기 바쁘다. 방송에서는 싱글 한 장 없는 이가 순식간에 ‘신예’로 신분 상승하는가 하면, 당장 포털 사이트에 ‘신예’로 검색해보면, 각종 연예 신문 속 ‘이름만 신예’들이 수두룩하다.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요청하는 회사 측이야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치자. 가장 큰 문제는 이 내용들을 필터링하여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대부분 언론 매체들의 무지와 안일하고 나태한 태도다. 그들의 무분별한 ‘신예 날려대기’ 덕분에 우리 대중음악계는 ‘가짜 신예’들로 아주 풍성해졌다. 신예 보유 수로만 따지자면, 전 세계 음악계에서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신예’라는 호칭 따기가 손쉬운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보도자료에 신예라 표기해서 언론사에 보낸다 -> 기사가 올라온다 -> 신예 등극’ 아주 간단한 이 3단 경로만 거치면 된다. 그나마 어려운 점이라면, 보도자료를 해당 언론사에 싣기 위해 기자들에게 끊임없이 호소해야 한다는 점이 난관이라면 난관이랄까?



Crooked I(좌), Wiz Khalifa(우)

요즘 에미넴(Eminem)이 후원하는 그룹 슬로터 하우스(Slaughterhouse)의 멤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웨스트코스트 베테랑 크루킷 아이(Crooked I)는 처음 등장했던 90년대 중반에 이미 가공할 랩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무명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다가 2007년 ‘Hip Hop Weekley’라는 프리스타일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팬들의 가시권에 진입하며 무려 10년여 만에 ‘신예’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대세 중 한 명인 위즈 칼리파(Wiz Khalifa) 역시 첫 앨범을 낸 건 2006년이었지만, 꾸준한 믹스테잎 발표를 통해 ‘신예’라 일컬어지며 주목받은 건 그 4년 뒤인 2010년이었다. 이렇게 ‘신예’라는 타이틀을 얻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정이며, 그만큼 영예로운 일이다.   

음악 역사 속에서 ‘신예’는 ‘전설’과 함께 기록의 한 축을 담당해왔을 만큼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난무하는 신예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어 진짜 신예들이 힘을 얻고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언론 매체들이 오히려 대중을 혼란에 빠트리고 진짜 신예들의 날개를 꺾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는 걸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까? 아니 이런 부분에 대해 약간의 고민이라도 해봤을까? 언론 매체들과 그 안의 구성원들인 기자, 작가, PD들, 그리고 평론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신예’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신예가 사라지는 순간, 그 문화와 시장은 한꺼번에 주저앉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신인이 여기저기 신예로 도배되는 음악판… 지금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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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최성준
    1. 최성준 (2013-02-13 14:08:05 / 1.223.112.***)

      추천 0 | 비추 5

    2. 앨범을 발매하고 씬에 들어선 것 자체론 평론가는 신예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씬에 몸을 던진 모든 아티스트에게 신예라고 불러주고 싶다.
  • 서재진
    1. 서재진 (2012-08-10 14:23:49 / 112.217.163.***)

      추천 0 | 비추 0

    2. 공감~
  • J
    1. J (2012-08-07 18:39:54 / 112.154.175.**)

      추천 0 | 비추 0

    2. 리드머는 글 하나 나올 때마다 역시 리드머..
  • :JQ
    1. :JQ (2012-08-07 02:08:29 / 61.99.76.***)

      추천 0 | 비추 0

    2. 아... 주옥같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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