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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관련 매체를 운영하고 글을 써오다 보면, 뮤지션 못지않게 많이 접촉하게 되는 이들이 바로 공연기획자 분들이다.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나와 달리 현장에서 직접 뮤지션, 팬들과 부대끼며,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이 문화를 알리고 풍족하게 하는 데 앞장서는, 더불어 나 같은 음악애호가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그들을 언제나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왔고,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예외는 있는 법, 언젠가부터 ‘씬을 위해서, 뮤지션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가장 먼저’ 앞세우는 이들을 보면, 일종의 경계심부터 갖게 됐다. 그런 말부터 앞세우는 이들이 벌인 일치고 정말 ‘도움이 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작년 초여름 즈음인가 있었던 일화 하나를 얘기하고 넘어가볼까 한다. 한 법인 회사의 팀장으로부터 스눕 독(Snoop Dogg)을 헤드라이너 중 한 명으로 하는 ‘힙합 페스티벌’을 열 예정인데, 리드머에서 홍보하는 것을 비롯하여 조언을 구하고자 만나고 싶다며 연락이 왔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잔뜩 흥분되는 마음으로 곧 미팅 날짜를 잡고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얘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흥분은 싹 사라지고 불길한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게 다 한국힙합을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리드머도 도와주십쇼.”라는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했던 건, 이 말을 하기 바로 몇 분 전에 그가 한 말이 “전 사실 힙합에 대해 제대로 몰라요. (저희) 대표님이 갑자기 진행해보자고 해서 맡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조언을 구하고자…”였다는 것. ‘힙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던 이가 단 몇 분만에 한국힙합을 위하는 용자가 되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나 여러분이 스눕이 한국 땅을 밟는 모습을 보지 못했듯이 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했다. 문제는 언제나 이런 일의 뒤처리가 엉망진창이라는 거다. 첫 미팅 이후, 몇 번의 연락을 해오던 중, 어느 날인가 갑자기 소식이 뜸해지더니 곧 아예 잠잠해졌고, 얼마 후, 공연 업계 지인으로부터 ‘그 페스티벌은 애초부터 기획이 부실했고, 말은 무기한 연기라고 하는데, 그냥 무산된 걸로 생각하면 될 거다.’라는 이야길 들었다. 우리야 특별히 손해 볼 건 없었다. 하지만 당시 섭외된 뮤지션 몇에게 연락을 취해보니 역시나…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문자 한 통만 달랑 받은 이는 그나마 양반이요, 아예 주최측으로부터 연락을 못받은 이도 있었다.
공론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 그런데 저 분은 이 장르 씬과 관계가 없다 보니 그럴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천만에 말씀. 오히려 씬 안에 몸담고 있거나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이 더한 경우가 훨씬 많다. 씬을 위한다는 대의(?)가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니까. 물론, 정말 그 마음이 순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씬을 위해서!’라는 그 말 뒤에 얼마나 큰 위험과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많은 이가 모르는 것 같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런 막연한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인디, 혹은 언더 뮤지션들이라는 사실이다. (씬과 관련한 종사자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음악계만큼이나 공연 쪽도 실상을 잘 모르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뛰어든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한두 번 기획을 해보다가 잘 안 되면 (한 마디로 흥행을 못하면), 어느 샌가 발을 빼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씬을 살려보겠다는 사명감(?)을 앞세우고 불태웠던 이들이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이렇게 실패를 맛본 이들이 스스로 능력과 고민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뒤로 한 채, 매번 환경을 탓하고(‘역시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안돼.’, ‘순수하게 잘해보려 했는데, 역시 환경이 받쳐주질 않는구나.’ 등등), 리스너들을 탓하며 자위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 음악 듣는 애들은 공연을 보러 오질 않아.’ 등등). 공연을 기획했던 이들이 이런 식으로 빠지고 난 뒤에 남은 ‘재능 기부’ 뮤지션들의 한숨을 그들은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까? 아니 생각이나마 해봤을까? 뮤지션들이 모르모트도 아니고 말이다.
그 공연이 정말로 뮤지션들과 장르 씬에 도움이 되었는지, 혹은 의미가 있었는지는 창작자들, 음악팬들, 매체 등이 추후에 판가름할 사항이지, 공연기획자 스스로가 판단할 사항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그 창작 과정이 좋고 재미있어서 하듯이, 공연을 기획하는 이들도 1차적으로는 스스로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실제 그런 마음가짐의 기획자들이 더 양질의 공연을 만드는 걸 많이 봐온 것도 사실이고….
약 2년 전쯤, 음악 관련 종사들과 술자리에서 만난 미국 인디 씬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작은 공연을 열어온 교포2세 기획자 한 명과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주로 록 씬에서 공연을 주최하던 인물이었는데, 내가 “당신의 그 작은 움직임이 씬에는 매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정말 멋지십니다.”라고 하자 이런 말이 되돌아왔다(시간이 흘러서 토씨까지 같지는 않음을 밝힌다).
“아… 그건 너무 거창하네요. 전 이 일을 해오면서 한 번도 그런 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이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션들을 좋아하다 보니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음악과 씬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일부분이 될 수 있을까?’하는 욕심이었죠. 물론, 좋은 욕심이라고 할 순 있었겠지만요…. (웃음)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뮤지션들이 동참해준 거였고요. 많진 않지만, 그렇게 해서 서로 돈도 버니 일석이조인 거고요. 페이요? 그건 기본이죠. 친분은 친분이고 돈은 돈인 거니까…. (웃음)”
결국, ‘장르와 문화의 멋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내지는 ‘어떻게 외부의 자금을 끌어와 이 판에서 돈을 좀 만들어볼까?’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해법은 부족한 상태에서 ‘씬을 위해, 예술가를 위해’라는 막연한 목표와 혼자만의 영웅심에 도취된 채, 뮤지션들의 ‘재능 기부’를 바라는 기획자들이 만드는 공연은 오늘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고민은 많은 뮤지션도 바라는 지점이다. 이 칼럼을 쓰는 도중과 완성 후, 이러한 생각이 나만의 착각이나 기우가 아님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 부대끼는 몇몇 뮤지션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뱉었던 이야기들 중 공통된 의견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뮤지션에게 설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구성과 미흡한 준비에, 여기저기 뮤지션들만 끌어 모아서 하는 공연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될까 싶어요. 솔직히 그 공연이 정말 의미가 있고, 뮤지션들의 멋을 살려줄 수 있는 공연이라면, 돈은 못 받아도 괜찮아요. 페이 생각 않고 공연한 게 하루 이틀은 아니니까요. 다만, 멋진 무대를 꾸며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서포트는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해당 뮤지션의 페이는 없다 해도 밴드 지원비라든지, 하다 못해 함께 공연할 디제이 한 명에 대한 페이만이라도요. 그래야 우리도 뭔가 좀 더 색다르고 멋진 무대를 구상해볼 텐데, 그렇지 못하니 매번 인스 틀어놓고 마이크 하나만 들고 공연하는 게 되풀이되는 거죠. 이런 게 과연 씬을 위한 건지 모르겠어요.”
결국, 뮤지션들이 원하는 건 둘 중 하나다. 페이, 또는 무대를 위한 서포트 비용을 어느 정도 확실히 지불해주던지, 정말 잘 된, 혹은 참신한 기획을 통해 뮤지션 스스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던지.
그래서 감히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정말 ‘이 땅의 장르음악 뮤지션을 걱정’하고, ‘씬을 위해서’라는 말을 앞세워 공연을 주최하려거든 최소한 참여 뮤지션들이 공연 뒤풀이로 고기를 실컷 먹고도 남은 돈을 보며 웃음지을 수 있을 만큼의 페이 확보부터 하시라. 당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스폰서를 끌고 와 그날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주머니에 돈을 채워주시라. 만약, 그게 안 된다면, 그냥 그 마음 고이 혼자만 간직하시길 바란다. 창작자들끼리도 ‘페이 생각 않는’ 공연은 예전부터 진행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니까. 자신은 정말 1%의 거짓 없이도 순수하게 씬을 위한 마음뿐인데, 지금은 여력이 여의치 않으니 차차 키워가겠다고? 얼마가 걸리든 최소한 앞서 언급한 페이 정도의 성과를 이룰 때까지 치열하게 할 각오가 있다면 혹 모를까, 몇 번 찌르다 여의치 않자 말 거라면, (공연을 위한 최소 자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뮤지션들의 음반 한 장 더 사주고, 합법 다운로드 한 번이라도 더 하는 편이 훨씬 이 판에 도움되는 일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도 어떻게든 꼭 공연을 열어보고 싶다! 그럼 차라리 깔끔하고 솔직하게 그냥 ‘자금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라고 말씀하시라. 하루하루 꿈을 부여잡으며 창작물 쏟아내기에도 빠듯한 뮤지션들이 출연 요청을 거절할 때 최소한 ‘씬을 위해’라는 그 말이 걸려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을 안고 며칠을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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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뮤지션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걸로 결론을 냈죠.
예를 들자면 가리온이나 불한당, 데드피 같은 분들.
지금은 더 나은 뮤지션이 필요한게 아니라
더 나은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쇼미더 머니를 반대해야 하냐 찬성해야 하냐가 아니라 그 비스무리한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힙합에 대한 문화 점유율도 높아지는 것이고 서브 컬쳐라 해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헉피가 쇼미더 머니 조까 그러면서 공연하고 다닌다던데 진짜 별로인 방식입니다.
마케팅과 영업을 이해한다면 헉피나 쇼미더 머니 반대하는 애들이 얼마나
덜 떨어진 애들인지 알 수 있어요.
은행에서 TV 광고를 냅니다. 김태희가 나와서 "벗겨 보세요. 적금 이자율"
이라는 유치한 카피라이트를 내고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반합니다.
광고를 냄과 동시에 은행은 영업사원들을 온 사방에 뿌려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적금을 권유하게끔 지시하여 순익을 남겨먹고 은행은 더 살찝니다.
그러면 또 경쟁 업체도 살찔려고 그런 거 만듭니다. 그러면서 더 나은 혜택
제공한다 하고 또 다른 경쟁업체는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주겠다 합니다.
그렇게 재테크 플랫폼은 완성되는 것이죠.
뮤지션들은 재테크 플랫폼으로 비유하자면 영업사원입니다.
자기가 번만큼 먹고 사는거죠.
수십억대의 광고를 해도 영업사원이 없으면 수익증대는 없습니다.
영업사원이 있어도 광고가 없다면 영업사원은 사막에서 땅을 파고 오아시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딴 짓 안하는게 낫죠.
힙합 때려치고 직장인의 눈으로 이 씬을 바라봤을때 십중팔구 사라져야할 바보들.
나도 한때 그랬음에 함부로 욕할수는 없으나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이 문화에 청춘을 바친 심정은 이해하나 이제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건
거름이 되어야 하는건데, 거름이 되기엔 또 후배들이 존나 건방집니다.
한물간 늙다리 취급하면 아예 손떼고 싶죠.
선배들이 손떼면 어떻게 되느냐?
선배들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파던 건 모두 리셋되고 후배들은 다시 그걸
해야 하죠. 그런 걸 두고 퇴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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