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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뉴욕의 왕’으로 불리며 북미 힙합을 대표하는 제이-지(Jay-Z)의 내한 이후, 지난 6년간 한국의 힙합 팬이 내한공연을 학수고대한 랩퍼 0순위는 단연 지구를 대표하는 랩퍼로 불릴만한 에미넴(Eminem)이었다. 실속 없는 내한 루머가 계속되자 '현대카드'가 아니면 부르기 어려울 것이란 자조적 농담을 장르 팬들은 하곤 했는데, 8월 19일 그것이 실제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일어났다. 무엇보다 영화 [8마일(8miles)](2002)과 세 번째 정규 앨범 [Eminem Show](2002)로 힙합 역사상 가장 거대한 성공을 이뤄가던 10년 전 전성기 이후, [Recovery](2010) 로 더욱 견고해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지금 그를 만나는 것은 단순히 에미넴을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슬비가 내리던 공연 당일, 4시간 가까운 대기시간이 우선 걱정이었지만, 다수의 대형공연을 진행한 경험의 주최 측의 노하우가 돋보였다. 대기하는 관객 앞에서 펼쳐진 그래피티, 비보잉 등 각종 힙합 퍼포먼스와 국내 랩퍼의 게릴라 공연은 조촐한 규모이긴 했지만, 한국 역사상 가장 커다란 힙합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의 흥을 돋우고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줬기 때문이다.본 공연장으로 이동 후 펼쳐진 속칭 ‘랩 괴물’들이 모인 실력파 그룹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의 오프닝 공연은 온전히 열혈 힙합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비록 예상대로 조 버든(Joe Budden)이 불참하긴 했지만,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Royce da 5’9”), 조엘 오티즈(Joell Ortiz), 크루킷 아이(Crooked I)가 차례대로 등장해 들려준 “Sound Off”, “Microphone” 등의 트랙은 본 공연을 앞둔 힙합 팬들의 힘을 무책임하게 소진하게 시켰다. 자신들을 소개하며 플레이한 “Hypnotize”, “Hail Mary”는 또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물론, 오직 슈퍼스타 에미넴을 목격하러 온 관객들에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랩 퍼포먼스가 만드는 힙합무드를 선사했음은 물론이다. 덕분에 관객 모두가 흥분상태로 하나 되어 에미넴의 등장을 기다렸으니 말이다.
알케미스트(Alchemist)가 조용히 자리를 잡자 스크린엔 제2의 전성기를 과시하듯 에미넴의 부활을 선언하는 영상이 펼쳐졌다. 드디어 무대에 등장한 에미넴은 록 비트가 인상적인 “Won’t Back Down”으로 단숨에 공연장 전체를 통제불능상태로 만들었다. 특유의 절도 있는 제스쳐와 눈빛, 흡사 레코드를 듣는 듯한 지치지 않는 성량과 호흡으로 만드는 압도적인 무대는 이제껏 영상으로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직전 일본 공연에서 유난히도 밋밋했다던 관객반응 때문인지 첫 곡에 엄청난 환호를 받은 후 에미넴이 웃으면서 보조를 맞춰주던 미스터 포터(Mr. Porter)에게 건넨 “(공연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 같아(I think they’re ready)”란 말은 꽤 짜릿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한공연만 왔다 가면 모두가 감탄한다는 한국 특유의 ‘떼창’을 그가 이때만 해도 눈치챘을까? “Love the way you lie”, “Stan” 등 보컬이 들어간 곡의 ‘떼창’은 기본이고, “Kill you”, The way I am” 등에서 울려 퍼지던 ‘떼랩’은 전 세계 어느 공연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쾌한 광경이었다. 관객의 반응에 대한 보답이었는지 “Stan”의 가사 중 ‘Denver’를 ‘Korea’로 바꿔 부른 팬 서비스도 귀여웠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절정의 환호성을 날리는 관객도 대단했다. 이런 분위기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에미넴 공연 영상을 챙겨 본 팬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에미넴이 얼마나 활력 넘치게 공연을 즐겼는지, 특유의 짧은 멘트에서 얼마나 진심이 들어갔는지를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물론, 두 팔로 하트를 그리는 다소 충격적인(?) 제스쳐를 공연 중 거의 열 번에 걸쳐 했다는 것만으로 그가 어떤 자세로 공연에 임했는지는 설명이 충분히 되지만 말이다.
츨처: 커뮤니티 게시판슬로터하우스로 오프닝 공연을 한 로이스는 잊지 않고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로 무대에 올라 에미넴과 “Fast Lane”을 통해 신기에 가까운 랩을 선보이고, “Lighters”로 관객이 가진 모든 라이터를 꺼내 들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하나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에미넴을 키워 낸 닥터드레(Dr.Dre)의 깜짝 등장과 협연이다. 위대한 힙합 싱글로 평가받는 “The Next Episode”와 “Forgot about Dre”를 흠 없는 완벽한 라이브로 경험했다는 자체가 한국의 힙합 팬들에게는 두고두고 이야기할 ‘역사’로 기록되어야 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Lose Yourself”를 앙코르 곡으로 끝을 향했지만, 에미넴과 관객 모두 만족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Lose Yourself”를 마치자마자 에미넴은 관객을 향해 마지막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장르 음악의 꼭대기에 선 위대한 아티스트와 그가 두 팔로 하트까지 그리게 한 놀라운 관객반응이 교차한 두 시간은 에미넴의 역대 공연을 통틀어서도 손으로 꼽힐만한 멋진 공연으로 남았다.
관객에게 ‘힙합’을 좋아하느냐고 아주 단순하게 묻던 에미넴이 생각난다. 그 질문과 환호에 가까운 답 속엔 정말 많은 의미와 기대가 담겨있다.
아, 그리고 물론 전 좋아합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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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더 보고싶네요.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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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스탠딩에서 보는데 덥다고 징징대다가 끝나고는 후회없었다는 .
오프닝 무대 애들이 저렇게 유명한 애들이었는줄 몰랐네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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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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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만 Forgot About Dre 비트 전주 나올때 지려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