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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것 없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아이콘인 G-드래곤(G-Dragon)이 두 번째 솔로 앨범 [One of a Kind]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대가 변해 현상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태도는 많이 양분되었지만, G-드래곤이 데뷔 후 [One of a Kind]까지 도달한 시간 사이의 대중의 반응을 보면, 서태지의 ‘서태지와 아이들’에서부터 솔로활동 시작 직전까지의 기간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 조금 슬프게 말하면 대부분 대중이 서 있는 대중가요 인프라가 굉장히 빈약했고, 여전히 빈약하다는 이야기다. 특정 음악가를 지지하는 데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가치 판단 근거인 마감된 앨범의 뛰어난 완성도, 그리고 장르 아티스트 전형의 (혹은 반 장르적인 태도의) 멋에 한국의 대중은 절대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대신 전자는 방송 분량으로 압축된 퍼포먼스의 완성도로, 후자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으로 변환되어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 반대의 요구가 다른 방향의 가수를 집어내기도 하지만, 그 역시 대부분 같은 대중을 환기하는 수준이지, 무시했던 가치를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재미난 점은 실력 있는 뮤지션의 발견과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이러한 가치 판단법의 끝 단에서는 음악가적 기질을 무척이나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재미난 것은 천재적 감각의 완성된 실력파의 갑작스러운 등장도 원치 않는다는 것. 어라? 이게 무슨 소리인가? 헷갈릴 필요 없다. 앞서 말한 조건들을 훼손하지 않는다. 대중은 미디어에 의해 ‘천재’로 꾸며졌지만, 잠재적 능력 가득한 뮤지션의 성장을 함께 따라가며, 조금씩 만족을 느끼는 과정에 함께 할 때 열광한다. 이거 참 복잡미묘한 조건들이다.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한 이는 누가 있을까? 바로 이런 것들을 만들다시피 한 전무후무한 가요계의 슈퍼스타 ‘서태지’ 되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장르 도입과 소개라는 목적 아래 장르 스타일카피가 주를 이룬 강박적인 음악 행보는 당시 수준 높은 퍼포먼스와 만나 대중의 거부감 없는 눈높이 상승효과를 만들며 성공했다. 웃긴 이야기지만, 우리는 서태지가 각종 장르스타일을 카피하고 자기 스타일로 약간씩 변주하며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습작 형식의 앨범들을 가요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 국가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현재 서태지가 그것을 자양분으로 어느 방향에서도 깎아내리기 힘든 아티스트의 위용을 자랑하기에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서태지 이후, 대부분 이 세 가지 필요조건으로 효과를 보려는 기획 가수가 범람했던 시절이 있었다. 퍼포먼스, 방송활동, 그리고 타고난 셀프-프로듀싱 능력. 하지만 그 중 세 번째는 실상 기획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귀를 잡아끄는 센스와 완성도로 대중을 선도하면서 동시에 지속해서 발전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셀 수도 없이 많은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그래서 세 번째 조건은 자연스레 희석되었고, 퍼포먼스와 방송활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특화시킨 보이/걸 아이돌 밴드가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런 성공 법칙, 혹은 조건을 구축하고 해체한 지 15년 이상 흐른 후 공교롭게도 멤버였던 양현석이 만든 회사에 그 적자가 있었으니, 바로 G-드래곤이다. 그 시간 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성공한 다른 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룹 ‘빅뱅’으로 데뷔해, ‘빅뱅’ 이전의 강했던 랩/힙합 장르 색을 지울 수 있었던 G-드래곤은 특정 스타일의 과감한 차용 후, 자기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입지를 넓혀갔다. 서태지가 스타일을 참고한 음악에 고유의 색을 더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나서 퍼포먼스를 꾸몄다면, G-드래곤은 약간 양상이 다르다. ‘쿨’ 함을 넘어 언뜻 당황스럽지만, 멋을 풍기는 패션과 태도를 음악으로 만들며 동시에 풀어낸 것이다. 이 과정은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들처럼 완성도만 보면 괜찮은 싱글 모음집이나 습작행렬 같은 느낌이 강했다. 흥미롭게도 끊이지 않는 표절 논쟁도 닮아있다. 그 기대치가 비교 선상의 그룹과는 다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과연 앨범단위의 완성도가 그룹의 브랜드 명성에 걸맞았는가는 의문이다. 랩/힙합 성향을 끌어올린 [GD&TOP]과 솔로 앨범 [Heartbreaker]는 본격적으로 자기 색을 내려는 과욕과 전형의 팝, 그리고 파티트랙이 앨범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뛰어난 점과 아쉬운 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남았다.
자, 이제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말해보자. G-드래곤의 [One of a Kind]는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르다. 그가 처음부터 추구했던 것이 설득력 있는 모양새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G-드래곤은 [One of a Kind]의 모든 곡에서 드디어 어떤 장르/편곡 스타일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색을 완벽하게 투영시키는 데 성공한다. 운 좋게 맞아떨어졌다기보다는 어느 곡에서든 능숙함이 배어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평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전 앨범에서도 그 태도는 같았지만, 자연스럽다기보다는 객기에 가까웠고 몇 곡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여유를 깔고 있고, 그 여유는 코믹함으로 나타나며, 코믹함이 유발하는 단발성의 웃음이 바로 성공의 포인트다. “One of a Kind”와 “Crayon”에서 극대화된 능글맞고 거만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고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그 포인트를 통해 완성된다. 흔히 말하는 스웩(Swag)은 작법보다는 설득력이 우선이기에 G-드래곤이 흘리는 ‘Swag~’이 거부감 없이 유쾌하게 들리는 이유도 같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편곡 완성도와 전달력을 잃지 않고 곡 안을 뛰어다니듯 다변화하는 랩에 기반을 두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단순히 G-드래곤 표 랩 트랙에서만 그것이 유효한 것이 아니다. 심플한 곡 구성과 멜로디 진행의 “그 XX”에서는 ‘새끼’ 두 글자로 G-드래곤의 솔로 앨범을 들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해내는 재주를 부린다. 김윤아와 김종완, 두 보컬이 참여한 곡에서는 톤을 살짝 낮추지만, 협연이라는 형식에 충실하려는 느낌이 오히려 감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초반에 성공적으로 녹아든 G-드래곤만의 표현법으로 앨범 전체를 꾸몄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섞인 아쉬움도 남는다.
어쨌든 장르 구분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항변하는 아티스트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우선 어떤 스타일의 곡을 만들던지,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G-드래곤은 비로소 그 시작점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먹힐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 대중가수들이 장르 음악의 가치로 자신들을 재단하는 것을 미리 거부하는 수준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장르 뮤지션을 표방하다 대중적인 접근이라는 자기 합리화된 선언 아래 꼼수를 부리는 것과도 다르다. 물론, 그가 지금의 모습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앞서 밝힌 대로 정말 복합적인 한국적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까다로운 대중을 만족시키며 자신도 성장한 시간의 이면엔 큰 시각차가 존재할 법하다. 따라서 그의 초기 경력을 향한 공격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며, 합당한 논의나 담론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큰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실력과 감각을 지닌 음악인이자 엔터테이너, 말 그대로 ‘One of a Kind’로 서 있는 것 먼저 인정하고 나서의 일이 아닐까 싶다.
사진: "One of a Kind" 뮤직비디오 캡처-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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