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책상 위로 겹겹이 쌓이는 청첩장을 바라보며 행여나 중복되는 일정의 결혼식이 있다면, 어느 곳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참석해서 주례 선생님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 주례사를 듣고, 신랑 신부에게 얼굴도장 찍고, 사진 찍고, 밥 먹고, 잘살라며 ‘빠이빠이’ 하는 한결같은 결혼식이지만, 식장마다 다른 것이 있으니 바로 축가 되겠다.결혼 관련 업체에서 패키지로 내다 파는 3중주 같은 상품(?)이 있는가 하면, 지인에게 부탁해서 하기도 하고 주변에 노래 좀 잘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건너 띄기도 하며, 때로는 신랑과 신부가 직접 상대방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선사하기도 한다.
오늘은 흑인음악 마니아들이 결혼할 때 참고할만한 축가용 곡들을 알아보자. 축가로 종종 불리는 유명한 곡에서부터 살아생전 축가로 들을 수 있을까 싶은 곡들까지 말이다. 물론, 이 곡을 잘 소화해낼 보컬을 섭외하는 능력이 따라주어야 하겠지만!
1. Just Once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의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커리어 성적이 들쭉날쭉했지만, 한때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주도한 “We Are The World”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잘 나갔던 제임스 잉그램의 “Just Once”는 감미로우면서도 힘찬 보컬 진행 덕에 결혼식 축가로 종종 불리는 곡이다. 하지만 정작 가사만 보면, 이게 과연 결혼식 축가에 어울릴 만한 곡인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왜 아웅다웅할까 저스트 원스만 잘하면 될 텐데…” 하는 가사는 초혼보다는 재혼의 축가로 어울린 달까? 곡 가사와 상관없이 분위기만 이끌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가사까지 신경 쓴다면, 신중을 기해야 할 트랙이다.
2. L. O. V. E
주로 여성들이 축가로 가끔 부르는 곡이다. 나탈리 콜(Natalie Cole) 버전의 인스트루멘탈이 결혼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것이 간헐적으로 목격된다. 축가자가 이름이 비슷한 키샤 콜(Keyshia Cole)의 “Love”를 결혼식장에 들고 가서 멘탈 붕괴를 겪지 않으려면 결혼식 전에 자신이 부르려는 곡이 맞는지 꼭 확인할 것. 첫 벌스에 L,O,V,E에 대한 부분이 나올 때는 손가락을 뻗어 강조하거나 유승준이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으로 영어 알파벳을 그려주면 하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
3. At Last
올 초 백혈병으로 타계한 블루스의 여왕 에타 제임스(Etta James)의 “At Last”를 실제 결혼식 축가로 접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노래를 잘하는 여성이 있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과 톰 크루즈(Tom Cruise)가 주연한 영화 [레인맨]에 수록되기도 했던 이 곡은 느릿느릿한 진행의 블루지한 곡으로 결혼식장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때 비욘세(Beyonce)가 열창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와 미셀 오바마는 그녀의 노래 속에서 춤추며 사랑의 포옹을 나누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오바마가 가장 멋있어 보이던 순간이기도 하다.
4. Back At One
세기말이던 1999년. 지구 종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하던 때에 발매된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의 앨범 [Back At One]에 수록된 동명의 이 곡은 감미로우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렴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지구 종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두 번째 밀레니엄이 지나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브라이언 맥나잇은 내한공연을 펼쳤다. 게다가 [수요예술 무대]에서 김조한과 함께 “One Last Cry”를 부르기도 했다. 그때의 자료는 아직도 남아 있으니 관심 있다면 찾아보도록 하자. 결혼식 분위기를 감미롭게 이끌고 싶다면 “Back At One”을 추천한다. 가사도 좋지 아니한가?
5. 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이름만 보면 무척이나 하얀 피부를 지녔을 것만 같은 故 베리 화이트(Barry White) 옹의 이 곡은 제목부터가 축가의 모든 것을 담은 듯하다. 만약, 당신 주변에 바닥에 깔리는 듯한 주체할 수 없이 멋진 저음을 가지고 있는 보컬이 있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위까지 기록했으며, 후에 많은 영화와 시트콤에 수록되기도 했다. 약간의 안무까지 버무린다면, 식장은 그야말로 모두의 축제!
6. When a Man Loves a Woman
많은 이들에겐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의 대명사인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의 곡으로 인식되어 있는 곡이지만, 이 곡이 발매된 지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3월에 퍼시 슬레이지(Percy Sledge)에 의해 발표된 원곡은 그해 빌보드 차트 1위를 찍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곡이 그의 유일한 차트 1위 곡이며, 이후 수십 년간의 음악 커리어 속에서 이 곡만큼의 인기 있는 히트 싱글을 배출하진 못한다. 곡 제목과 내용이 내용인지라 남성 보컬에게 추천한다. 마빈 게이(Marvin Gaye)가 레코딩하기도 했다.
7. Let’s Get It On바로 앞서 언급한 故 마빈 게이옹의 곡이다. 그의 죽음(아버지가 쏜 총에 의해 사망)은 너무나 안타깝고 허망했지만, 그가 남겨둔 많은 명 트랙들은 길이길이 흑인음악 마니아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가사가 너무 야하다고? 결혼식이 끝나고 몇 시간 후면 신랑과 신부는 신혼여행을 떠나 첫날밤을 보낼 것이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리드머 필진 중 한 명은 결혼식 때 마빈 게이의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를 선곡하기도 했다는 후문.
8. Always제목만 보고 본 조비(Bon Jovi)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쌍팔년도 이전. 그러니깐 1987년에 발매된 아틀란틱 스타(Atlantic Starr)의 곡을 말하는 것이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알앤비 밴드 아틀란틱 스타의 Always는 연주, 보컬, 분위기 모두 결혼식 축가에 더없이 훌륭한 곡이다. 후에 엠에프둠(MF Doom)이 “Dead Bent”에서 샘플링 하기도 했다.
9. You Are So Beautiful
조 카커(Joe Cocker)의 무대 매너를 사랑한다. 결혼식장의 꽃은 누가 뭐래도 신부다. 누군가 조 카커처럼 영롱한 눈빛과 떨리는 음성으로 이 곡을 선사한다면, 신부의 눈시울은 붉어지지 않을까? 짧고 굵은 축가를 원한다면, 가장 좋은 곡이 아닐까 싶다. 베이비페이스(Baby Face)를 비롯한 많은 보컬이 커버한 트랙이며, 지금까지도 결혼식 축가로 자주 불리는 트랙이다.
10. Let’s Stay Together
현철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했다면, 그보다 한 살 어린 알 그린(Al Green)은 좋든 나쁘든 행복하던 슬프던 함께하자고 노래한다. 비교적 뚜렷하지 않은 멜로디와 괴물 같은 알 그린의 가성으로 누구라도 쉽게 따라 부르기 어려운 곡이란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이며, 후에 리메이크한 티나 터너(Tina Turner)의 버전 역시 빌보드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11. I Will Always Love You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곡이다. 故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곡이며, 가사 내용만 본다면, 완벽한 축가용 곡이라곤 할 순 없겠지만, 영화 [보디가드]의 내용과 맞물리면서 더없이 훌륭한 축가가 되어버린 곡이다. 신부 옆에 멀뚱히 서 있을 신랑을 평생의 보디가드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의 곡이다.
12. Forever
힘껏 “Marry Me”를 외치는 알 켈리(R.Kelly)의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결혼식 장면이 떠오른다. 섹스, 아니 섹시의 대명사 켈리이지만, 낭만을 부릴 때는 이렇게도 멋있어진다. 곡 후반 알 켈리가 급하게 외치는 이 곡의 가사를 보면, 결국, 결혼은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U Cooking Me Breakfast In The Morning And I’m Taking The Garbage Out’
아내가 아침 식사를 해줄 때 음식물 쓰레기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나이들을 위한 축가되겠다. 참고로 내가 결혼을 해봐서 아는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이 절대 만만치 않더라는 사실!
13. 낙원
국외 곡만 살펴보면 아쉬우니 국내 곡도 알아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는 랩과 힙합을 사랑할 것이다. 혹시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랩을 시도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십중팔구는 엄숙해지는 분위기에 당황할 것이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눈총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식장의 음향 시스템은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 자작 랩을 선사한다 해도 알아들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정 랩을 하고 싶다면 익숙하고 알아듣기 쉬운 곡으로 하자. 싸이와 쿨의 이재훈이 함께한 “낙원” 정도가 적절하다. 실제로 결혼식장에서 종종 축가로 불리고 있다. 낙원은 축가스타일!
14. 사랑
알앤비의 향 가득한 축가를 원한다면, 솔리드의 “사랑”은 어떨까? 김조한과 이준이 그랬던 것처럼 혼자 부르기보단 베이스톤의 굵직한 저음 코러스를 내줄 친구와 함께한다면 더 좋겠다. 가사 내용도 축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곡이다. 아직 식장에서 이 곡이 나오는 광경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잘만 부른다면 더없이 멋진 축가라 생각한다.
15. 청혼가
가장 위험했던 타이틀 곡 중 하나로 기억된다. “날 떠나지마”, “너의 뒤에서”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23살의 청년 박진영은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을 “청혼가”로 내밀었다. 많은 여성팬이 그를 떠나게 만들었던 곡이다. 비록, 박진영은 많은 팬을 잃어야 했지만, 괜찮은 청혼 곡을 만들어 낸 셈이다. “청혼가”와 “허니”를 믹스해서 축가로 선사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16. I’m In Love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의 나르샤가 솔로 활동을 하며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라디(Ra.D)의 2집 수록곡이다. 축가자가 리듬감이 좋다면 추천한다. 그러나 리듬감이 형편없다면, 이 곡은 재앙으로 다가 올 것이다. 특히, 이 곡은 실제 라디가 그의 아내에게 바친 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신랑과 신부가 함께 듀엣으로 노래한다면, 동일 앨범에 수록된 “Couple Song”도 괜찮겠다.
17. 결혼해줘요
린의 세 번째 정규 앨범 [One And Only Feeling]에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다. 슬로우 템포의 곡에 수줍고 애틋한 보컬이 일품인 “결혼해줘요”뿐 아니라 앨범 네 번째 트랙의 제목은 “Wedding Song”이다. 혹시 이맘때쯤 린은 결혼을 생각해둔 남자친구를 곁에 두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린은 여전히 품절녀가 아닌 솔로로 남아 활동 중이다. “결혼해줘요”, “Wedding Song” 모두 축가에 어울릴만한 트랙이다.
18. Nothing Better
하모니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2집에 수록되었다가 이듬해 나온 정엽의 솔로 1집에 다시 수록될 정도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러브송이다. 맥스웰(Maxwell)을 연상케 하는 가성이 쓰인 곡은 한동안 수많은 남성의 노래방 레퍼토리로 꼽히며 임재범의 “고해”만큼이나 여성들의 귀를 괴롭히기도 했을 것이다. 미성의 남성 보컬이 소화한다면 훌륭한 축가가 될 것이다.
19. I Need a Girl
실제로 필자가 결혼하는 날 축가로 선택한 곡이다. 결혼이라는 게 사랑하는 연인 단둘의 일이 아닌 양쪽 집안의 일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축가만큼은 내가 원하는 분위기로 끌고 가고 싶었다. 대중적이면서도 섹시하고 관능적이고 매력있고 선정적이고 야하고 자극적이고 뇌쇄적이며 사랑스러운 트랙을 생각하다 보니 당시 인기 있던 태양의 “I Need a Girl”을 선정했다. 축가자의 보컬에 살짝쿵 그루브를 타며 몸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그동안 결혼식 준비로 긴장돼있던 몸을 풀어줄 그루비 트랙!
20. Hello
최근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0대 중반의 소년이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던 포맨의 " 헬로우"도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축가곡이다. 통통 튀는 알앤비 곡으로 식장은 한층 발랄해질 것이다. 단, 가사 중간에 나오는 'shut up'은 생략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곡 외에도 포맨은 "베이비베이비","고백" 같은 축가에 어울리는 다수의 곡을 발표 했으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곡을 디깅해보도록 하자.
20대 초반 시절 아는 누나가 결혼식 축가로 곡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얘기에 장난삼아 고은희, 이정란의 “사랑해요”를 추천했다. 몇 분 후, 그녀에게 귓방망이를 맞을 뻔 했다는 흑역사가 나에겐 존재한다(참고로 그 곡은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곡이다). 물론, 철없던 시절의 일이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잌”이나 김연우의 “축가”처럼 제목은 그럴싸하지만, 축가로 부르면 혼날 트랙들이 있으니 축가를 선정할 땐 항상 조심하도록 하자. 두 번 조심하자.-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경화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 0 | 비추 0
이틀 후 결혼할 제 친누나의 결혼식장에서도 이 곡들 중 하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잘못 부르면 약간 느끼하더라구요
추천 0 | 비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