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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첫 고백, 첫 키스, 첫 사랑, 첫 경험에 첫 이별까지.무엇이든지 처음은 그 알 수 없는 미래에 두렵고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떨리는 흥분을 안기곤 한다. 우리는 모두 수천만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어머니의 뱃속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소리를 듣고, 세상에 나와서도 바람 소리, 빗소리, 새가 지저귀고 벌레가 우는 자연의 소리를 접하며 살고선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음악’을 접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지 않았던가. 사람에겐 기억의 한계가 있고 반복되는 순간순간을 쉽게 잊어버리고 살지만, ‘처음’에 대해서는 생경하고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우리는 조금만 시간을 돌려 처음으로 힙합을 접했던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 보려 한다.
기성세대를 포함한 누군가는 헐렁한 옷가지에 불량한 모습을 가진 힙합에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전에 접하지 못한 희열과 흥분을 느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힙합은 삶, 그 자체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당신에게 힙합은 어떠한가? 당신이 처음 만났던 힙합. 그때 그 순간으로 기억의 페이지를 넘겨보자.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건 힙합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때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순수하게 가장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강일권 편집장
중2 시절, 그러니까 때는 1992년이었다. 한창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의 가요를 두루 섭렵하고, 영국 유학 중이던 친구 녀석의 형이 보내온 다수의 테잎-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의 [Cooleyhighharmony]를 포함한-을 들으며, 팝에도 눈을 떠가던 시기. 당시 반에서 나름 ‘가요대백과사전’… 까지는 아니고 ‘가요전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며 스웩(Swag)을 시전하고 다니던 어느 날, 반 친구 중 한 명이 나에게 급히 달려오더니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건넸다.
”지금 미국에서 멜로디는 하나도 없고, 말만 엄청 해대는 노래가 1위하고 있대. 너 들어봤냐?!”
‘이 XX가 날 무슨 빙닭으로 아나…’ 싶었다. ‘세상에 그런 노래가 있을리가… 그리고 설사 있다 해도1위를 할 리가…’ 싶었다. 그날 그 친구와 핏대를 세워가면서 ‘날 놀리지 마라, 이 ㅅㄲㅇ!’라며 쉬는 시간마다 싸우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면, 뚝딱 해결될 일이었지만, 그땐 라디오에서 귀로 듣거나 TV에서 보기 전까지는 절대 믿을 수도,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이틀 후, 난 그 친구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했다. 자신의 말을 죽어도 믿지 않는 (사실 지금도 의문이다. 내가 왜 그때 그렇게 친구의 말을 못 믿었었는지… 그런 음악이 충분히 있을 수도 있었는데…) 나에게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방과후, 라디오를 주구장창 듣다가 결국, 그 문제의 음악을 녹음해온 것이었다.
그 곡은 바로 빌보드 차트 1위에 빛나는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의 “Jump”다.
그렇게 난 충격과 공포와 멍함이 뒤섞인 가운데, 랩/힙합 음악과 처음 만났다. 이후로 힙합음악에 사로잡히게 됐냐고? 천만에. 알앤비(R&B)라면 몰라도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빌보드 차트 소개 코너에서 닥터 드레(Dr.Dre)의 “Nuthin’ But a G’Thang”이 나왔을 때까지도 미국인들의 이상한 귀와 취향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멜로디와 보컬이 살아 숨 쉬는 음악에만 심취했다. 그러다가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의 [Doggystyle]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힙합이라는 달콤하고 중독적인 신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남성훈 부집장
1992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20년 전 어느 날, 유독 엄하셨던 어머니께서 나와 형을 마루로 부르셨다. 부르르 떨리는 어머니의 눈동자를 보고는 ‘또 혼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겁부터 난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부터 꿇었다. 알 수 없는 서류를 손에 쥐고 있던 어머니, 그것을 보여주더니 "이거 78만원 주고 설치하기로 했다. 학교 끝나면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와서 3시간씩 보고 엄마한테 이야기해주고." 그것은 바로 당시 가입도, 요금도 따로 없이 수신기 하나 달면 나왔던 '스타TV' 라는 위성채널 서비스 가입용지였다(그런데 당시 스타TV는 불법수신이었나?). 없는 사정에 아들 영어교육 걱정이 많던 어머니가 당시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BBC' 등 영어채널이 나와 영어교육에 탁월하다는 말에 낚여 덜컥 계약하고 오신 것이다.
"네, 알겠어요" 하고 잘못한 것도 없이 고개를 떨궜던 우리는 얼마 뒤부터 하교 후, 어머니가 퇴근해 집에 올 때까지 위성채널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나는 채널을 돌려보다 걸린 'MTV'에 뭔지도 모르고 완전히 중독되다시피 했었다(당시엔 대부분 북미의 MTV를 그대로 송출했었는데 얼마 뒤 스타TV의 음악채널은 중화권 뮤직비디오 중심의 '채널[V]'로 변경되어 나는 정말로 완전히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정확히 기억한다. 집에 와 불도 안 켜고 채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MTV를 틀었을 때 나오던 그 뮤직비디오. 닥터 드레(Dr.Dre)와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의 "Nuthing but a G Thang". ‘대체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며 몰입하던 순간, 여자의 상의를 뒤에서 훅 벗겨버리는 장면에 (물론, 블러 처리) 나는 넋을 잃고 말았고... 그날 이후로 하염없이 MTV를 켜놓고 이 뮤직비디오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꽤 빈번하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힙합을 만났다. 내가 힙합을 듣게 해준 어머니, 아직도 가끔 집에 놀러 오시면, CD장을 보시고는 한 숨 한번 크게 내쉬고 고개를 젓고 가신다. 옆에 누가 있으면 중학교 때 시험공부하며 듣던 아들의 테이프를 압수해서 박살 냈던 일화를 전하며 한참을 웃으신다.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드신 줄도 모르고 말이다.
박배건96년,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만개하는 성적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취향의 아버지를 둔 친구의 집에 들락날락했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살다시피 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모아놓은 LP판과 잘 세팅된 턴테이블을 유심히 보던 어느 날 신기한 마음에 친구에게 부탁하여 틀어 본 LP판이 있다. 노란색 배경에 한 흑인 아저씨가 점프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커버의 레코드판. 그것은 바로 엠씨 해머(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 처음 듣는 순간 서태지의 아이들의 것보다 이 흑인 아저씨의 것이 더 신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세계 일주 급 감상을 마친 뒤, 친구들과 이 음악을 틀어놓고 한바탕 막춤을 췄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엔 그게 힙합인지 랩인지 구분도 못했다. 그저 굉장히 즐거워했을 뿐. 근데 이런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들어야 하는 음악이 있다며 친구가 꺼내 든 LP 커버엔 어둠의 기운이 가득한 흑형의 상의탈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렇다. 그 앨범은 바로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Mama Said Knock You Out]이다. 친구가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바늘을 올려놓는 순간 ‘이렇게 음산한 음악이 헤비메탈 말고도 또 있구나!’하는 생각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때의 충격이 다른 힙합음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 친구의 전학과 함께 힙합음악을 찾아 듣고 싶어도 동네 레코드 점엔 흔한 팝 카세트테이프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패닉의 팬이었던 난 김진표의 랩과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자주 추천하던 투팍(2Pac)의 [All Eyez on Me]를 통해 힙합에 대한 귀를 열게 됐다.
이경화
80년대 초등학교 시절, 롤라장이 유행을 하고 당연히 롤라장에서 틀어주는 음악들이 덩달아 유행하던 시기. 사촌 형의 리어카판 테이프에서 런던 보이스(London Boys)의 “Harlem Desire”를 들으며 처음 ‘할렘’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후에 런던 보이스의 음반을 사서 들어보니 “Chinese Radio” 같은 곡에서 16마디 정도 랩이 나왔는데,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 현진영, 서태지가 등장했고 자연스레 랩, 힙합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해서 이 지경까지 왔다. 물론, 만족한다. 두 번, 세 번, 골백번 만족한다.
양지훈
1992년,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엠씨 해머(MC Hammer, 훗날 해머로 개명)를 통해 처음으로 랩이라는 세계를 체험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해준 콘텐츠는 M본부의 [특종 TV연예]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신인 가수 한 명(혹은 한 팀)을 초대하여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코너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다. 그 프로그램을 계기로, 내가 처음으로 듣게 된 랩은 그 유명한 "난 알아요"가 된다. 헌데, 당시의 나는 큰 감흥을 받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도 혹평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요계를 평정한다.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의 연이은 히트로 엄청난 규모의 팬덤을 형성했고, 처음엔 감흥이 없었던 나도 어느새 그들의 랩을 줄줄이 외우는 초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엠씨 해머의 공연이 국내에서 방영되면서 "U Can't Touch This"가 큰 인기몰이를 했는데, 그 곡은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국외 힙합 넘버로 남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당시의 나는 힙합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에 대하여 거부감도, 신비함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힙합 앨범에 대하여 깊숙하게 파헤쳐 본 것도 아니었고, 그저 가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청소년이 접하는 새로운 유형의 음악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가 힙합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시기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99년이었다. 2000년, '김진표의 야간비행 - 힙합 네이션'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힙합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힙합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예동현
어린 시절에 난 좀 별종 비슷한 취급 당하기 일쑤였던 웃기는 꼬마였는데, 이상하게 흑인을 엄청 좋아해서 NBA나 MLB 선수들의 이름이나 관련 기록 따위를 줄줄 외고 다녔다. 그리고 본 조비(Bon Jovi)를 좋아하던 큰 형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가요보단 팝을 많이 들었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알 켈리(R. Kelly), 베이비페이스(Babyface) 등의 흑인 아티스트 음악을 즐겨 듣곤 했다. 근데 듣다 보면, 중간중간 이상하게 지껄이는 파트가 나오곤 했다. 당시엔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촌영상음악]이란 음악 잡지에서 랩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게 미국의 랩, 혹은 힙합인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 그럼 그동안 서태지가 했던 건 뭐란 말이야?!!아마도 앨범째로 처음 들어본 힙합은 우탱 클랜(Wu-Tang Clan)이었는데, 그땐 정말 끔찍하게 싫었다. 노래를 듣다가 머리가 어지러워서 메스꺼움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아… 랩은 역시 나랑 안 맞아...’라며, 이미 테이프가 한참 늘어졌던 마이클 잭슨의 앨범을 냉동실에서 꺼내어 심폐소생 시키며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들고,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 주연의 [위험한 아이들]이라는 영화의 OST였던 쿨리오(Coolio)의 "Gangsta's Paradise"라는 곡에 사로잡히면서 힙합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자, 이상이 리드머 필진이 풀어놓은 기억입니다. 여러분은 힙합과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그리고 그때 느낌은 어떠셨어요? 당시의 기억 공유해주시렵니까?-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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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때 처음 접했던 외국힙합 노래였어요 하아 .. 생생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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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이 랩하는거에 신기해서 처음 듣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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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의 lose yourself였고 그후로 쭉 찾아들으면서 지금까지 오게된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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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막 CB MASS 랑 DT 테이프 모았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저녁 티비에서 넬리 딜레마랑 에미넴 위드아웃미 듣고나서
한번 더 신세계를 경험했고..
그 이후 절충 프로젝트 VOL.2 랑 DR DRE CHRONIC 을 듣고나서 부터
힙합이란 음악에 완전 빠져서 살았네요 ㅋ
다들 비슷하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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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가 퍼프데디로 불리던 시절 i'll be missing you 로 빠졌드랬죠.
그때 한창 채널V에서 줄창나게 뮤비 틀어주곤했는데.. 그노래하고 been around
the world는 정말 여러모로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이 쌓여있는 트랙인듯;
디디를 그리 좋아하는편은 아니지만 노웨이 아웃 앨범과 그속의 몇몇 주옥같은
곡들은 지금도 아이팟에 넣고 종종 듣고 다닌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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