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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작법을 기반으로 힙합의 전통적인 향을 전하고자 하는 몇 안 되는 국내의 프로듀서 소리헤다는 정규 1집 [Soriheda]과 일련의 결과물들을 통해 이 씬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 이름처럼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일정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은 많은 이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궁금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샘플링이 잘됐다고 여기는 트랙은 어떤 곡들일까?리드머는 현재 2집의 막바지 작업 중인 그에게 ‘가장 사랑하는 샘플링 힙합 트랙’ 10곡을 뽑고, 간략한 이유를 들어보았다. 참고로 단순히 그가 좋아하는 트랙을 넘어 작법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곡들을 선별한 것임을 밝힌다. 순서는 무순위.
1. The Alchemist - Hold Your Down feat. Prodigy, Nina Sky (2004)
Sample: Al Kooper - Love Theme from "The Landlord” (1970)
“정말 좋아하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의 1집 [1st Infantry]의 ‘Hold Your Down’입니다. 한 곡 안에서 여러 군데를 자른 다음 ‘Ensoniq ASR-10 건반형’으로 작업한 비트죠(현재는 Pro-Tools & Akai MPC 2500 등). 턴테이블 상에서 ‘High – Pitch’로 받은 후 한 걸로 추정됩니다. 특히, 53초부터 55초 구간을 여러 번 플레이한 부분이 제겐 ‘알케미스트다!’라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2. Black Star - K.O.S (Determination) feat. Vinia Monica (1998)
Sample: Minnie Riperton - Baby, This Love I Have (1975)
“제 또래라면, 누구나 좋아할 탈립 콸리 앤 모스 데프(Talib Kweli & Mos Def aka Yasin Bey)의 블랙스타(Black Star)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는 하이-텍(Hi-Tek)! 샘플의 진행을 마디 별로 잘라 배치를 바꾼 타입인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 샘플을 커팅해서 양념으로 배치한 곡이죠. 13초 정도부터 나오는 룹(Loop)의 진행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느낌이 올 듯하네요.”
3. Slum Village - Thing U Do (1997)
Sample: Gary Burton - Sing Me Softly of the Blues (1967)
“슬럼 빌리지(Slum Village)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Fantastic Vol. 1]의 수록곡입니다. 역시 제이 딜라(J Dilla)의 프로듀스죠. MPC 3000의 필터를 사용하여 소리를 몽환적으로 바꾼 후 재조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수는 기타가 나오는 앞부분이 아닌 뒷부분을 잘라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제이 딜라 덕분에 알게 된 기술이랄까요. 발상의 전환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다른 이들이 시선을 돌리지 않는 곳을 보기 때문에 가능한 비트라고 생각해요.”
4. INI - Microphonist Wanderlust (1995)
Sample: Kenny Burrell - A Streetcar Named Desire (1972)
“정말 정말 좋아하는 INI(아이앤아이)의 곡입니다. 피트 락(Pete Rock)의 비트는 아닙니다. 그랩 러바(Grap Luva)의 작품이죠. 5분 지점의 끝자락에서 나오는 기타를 가지고 만든 곡입니다(5분51초 정도). 룹의 시작만을 보면, 룹이 나오지 않는 구조인데, 첫 시작 부분을 뒤에 놓아 룹을 완성시킨 곡이죠. 곡을 진지하게 상상하며 들어야 나올법한 곡입니다. 앞부분만 쓱~ 듣고 넘겨버리는 식의 디깅으로는 나올 수 없죠.”
5. Pete Rock & C.L Smooth - All Souled Out (1991)
Sample: Lou Donaldson - Turtle Walk (1969)
“샘플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작품입니다. 바로 스테레오 소스를 좌/우 각각 나누어서 따로 본다는 것인데요. 옛 음악의 특성상 당시 결과물 중엔 현재같이 믹스를 하지 않고 콘솔로 다이렉트로 녹음을 받는 음악이 많습니다. 그래서 좌/우를 따로 들어보면,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샘플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Keeproots - ShowDown (feat. MC Meta, P-Type, 현무) (2004)
Sample: Brother Jack McDuff - The Shadow of Your Smile (1967)
“룹이 나오지 않는 프레이즈를 차용하여 커팅으로 뒷부분을 만들고 마지막에 따라오는 샘플을 중간마다 사용하여 구성미를 낸 아주 멋지고 또 멋진 비트입니다. 3분을 지나가야 나오는 룹입니다. 디깅도 디깅이거니와 명곡임에도 끝까지 들어야 찾을 수 있는 샘플이죠.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아직도 듣는 몇 안 되는 앨범이고요.”
7. The Pharcyde - Otha Fish (1992)
Sample: Herbie Mann - Today (1966)
“역시 제 또래라면 알만한 그룹 파사이드(Pharcyde)의 이 곡 역시 흔히들 쓰는 앞부분을 커팅한 것이 아니고 흘려 들을 수 있는 룹 뒷부분을 차용한 곡입니다. 더욱이 벌스(Verse) 부분에선 필터(Filter)를 사용해서 구성미를 내었죠. 상상력을 가지고 듣지 않으면 찾지 못할 프레이즈입니다.”
8. People Under the Stairs - Give Love a Chance (2000)
Sample: Don Blackman - Holding You, Loving You (1982)
“정말 좋아하고 많이 들었던 피플 언더 더 스태어스(People Under the Stairs)입니다. 곡 자체를 완전히 조각내기보다는 ‘High-Pitch’로 샘플링하여 특정 부분을 채용하고(1분 37초가량), 앞부분의 목소리와 피아노를 겹쳐서 구성미를 낸 케이스 입니다. 얼핏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샘플들을 겹침에 있어서 소리들을 너저분하지 않게 필터링했다는 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9. Jurassic 5 - What`s Golden (2002)
Sample: Clive Hicks - Look Hear (1973)
“고등학생 때부터 팬이었던 쥬라식 파이브(Jurassic 5)는 제가 대학 새내기가 되자 [Power in Numbers]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던 “What`s Golden”입니다. 샘플을 조각내서 재배치한 대표적인 타입입니다. 디제이 누-마크(DJ Nu-Mark)의 센스가 돋보이죠. AKAI MPC 2000을 사용했고 각 패드에 샘플을 심고 재연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반에 샘플이 나오니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거에요.”
10. Dilated Peoples - Worst Comes to Worst feat. Guru (2001)
Sample: William Bell - I Forgot to Be Your Lover (1968)
“정말 정말 좋아하는 팀입니다. 개인적으로 [Neighber Hood Watch] 이전 앨범들을 좋아하고요. 역시나 ‘High-Pitch’한 후, 기타 뒤에 나오는 부분을 앞부분 1마디, 맨 앞에 나오는 기타부분을 뒤 3마디로 연결해서 룹을 완성시킨 곡이죠. 이 곡 역시 알케미스트의 곡인데요, 그가 초창기 때 쓰던 Ensoniq ASR-10이란 악기의 소리 성향이 매우 강해서 이런 중음역대가 돌출된 로우한 사운드가 나옵니다.”
글: 소리헤다, 편집: 리드머-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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