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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이경화
음악을 듣고 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또 이러한 부류의 덕후들을 만나보니 보통 사람들은 10대 초•중반에 접했던 음악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정체성과 자아 형성 과정에서 크게 영향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유행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이다. 국내 트로트 4대 천왕 중 한 명인 송대관은 그의 히트곡 “유행가”를 통해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 닿는 당신의 노래’라고 호소하지 않았나?10대 초•중반 유행가에 몸을 맡기다가도 일반 대중에서 음악애호가로 업그레이드(?)하는 그 순간, 옛 과거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린 이걸 ‘디깅’이라 부르기도 한다. 레코드란 것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목소리에서부터 망자의 목소리까지 담겨 있으니 말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뮤지션은 음악을 남긴다. 싸이(Psy) 덕분에 최근 우리는 음악애호가뿐 아니라 연령을 초월한 일반 대중까지 빌보드 차트라는 것에 대해 온 관심을 집중하는 현상을 마주한다. 그래서 재미난 기획 하나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음악을 좋아하는 당신. 음악마니아, 음악애호가, 음악덕후 누구든 간에. 당신이 태어난 그날, 빌보드 차트에서는 어떠한 곡이 1위를 했었는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거리에서,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래 하나가 당신이 태어난 날 빌보드 최정상에 있었던 곡일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 곡이 말이지. 내가 태어난 날 빌보드 1위 한… 어쩌고저쩌고’라며, 썰을 풀 수도 있고 말이다.
아, 그전에 자신이 태어난 날 빌보드 Hot100 1위 곡 체크하기.
예) 당신의 생일이 1986년 9월 14일생이라면.
1. 인터넷을 켠다.
2. 주소창에 http://www.billboard.com/ 을 입력.
3. 왼쪽 상단에 ‘Hot 100’을 클릭하면, 현재의 빌보드 핫 100 순위가 나온다.
4.
View Chart Archives를 클릭5. 자신이 태어난 날의 날짜를 클릭.
6. 정보수집 중. 다됐다. 이제.
7. 1986년 9월 14일 기준 빌보드 1위 곡은 짜자잔.
후에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혼성 그룹 베를린(Berlin)의 “Take My Breath Away”다. 전주에 차트 2위였으며, 차트에 머무른 주는 21주의 곡 되겠다. 곡 제목이 “내 숨결을 가져가”라니. 혹시 이날 태어난 누군가는 자신의 숨결을 전해주는 보컬이 되어 있진 않을까? 이런 망상을 해본다.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검색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선 리드머 필자 몇 명이 먼저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강일권 1978년 12월 1일Donna Summer “MacArthur Park”
내가 태어난 1978년 겨울은 랩 음악이 최초로 대중의 가시권에 들어가는 순간을 눈앞에 둔 시기였다. 그리고 그해 12월 1일 빌보드 1위의 왕좌에 앉아있던 곡은 우리에게 ‘디스코의 여왕’으로 알려진 도나 썸머(Donna Summer)의 “MacArthur Park”라는 곡이다. 이 곡은 원래 칸타타(Cantata: 17세기 초엽에서 18세기 중엽까지의 바로크시대에 가장 성행했던 성악곡의 형식)를 위해 지미 웹(Jimmy Webb)에 의해 만들어진 곡이었으나 협회 측의 거절로 사용되지 못하다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1, 2편에서 덤블도어 교수 역을 맡았던 배우이자 감독, 싱어송라이터인 리처드 해리스(Richard Harris)가 처음으로 녹음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커버되었는데, 그중 가장 히트하고 유명한 게 바로 도나 썸머의 버전이다. 원곡처럼 서정적으로 시작하다가 본격적으로 훵키한 디스코 리듬이 가미되며 반전되는 그녀의 버전은 3주간 1위에 머무르며, 골드(Gold)를 기록했다. 한편, 썸머는 지난 2012년 5월 17일(미국 시각),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1위에 올라있던 게 바로 이 맘 때 즈음…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며, 잠깐이나마 신나게 스텝 한 번 밟아볼까 한다.
남성훈 1979년 7월 25일
Donna Summer “Bad Girls"
내가 태어나던 날 빌보드 핫 100차트 정상엔 디스코의 여왕 도나 썸머(Donna Summer)의 (당연하게도) 히트 싱글 "Bad Girls"이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분이 불과 얼마 전 돌아가셔서 이 세상에 없다고 하니 기분이 괜히 이상해진다. 신나면서도 도발적인,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까지 살짝 들여다보게 만든 이 히트곡은 후에 비슷한 내용을 다룬 많은 힙합/알앤비 곡들에 깊은 영감을 주기도 했으며, 알앤비 보컬 알리야(Aliyah)는 데뷔앨범 [One in a million]의 “Ladies in da house”란 곡에서 “Bad Girls”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부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알리야도 세상을 떠났네? 이거 참, 내가 태어난 날의 빌보드 1위 곡 찾다가 두 아티스트의 죽음을 만나니 기분 참 괜히 이상해졌다.
조성호 1981년 2월 12일
Kool and The Gang “Celebration”
내가 태어난 1981년 2월 12일에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곡은 다름 아닌 쿨 앤 더 갱의 “Celebration”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1980년에 쿨 앤 더 갱이 발표한 동명의 앨범인 [Celebration]에 수록된 곡으로 그들의 음반이 플래티넘에 도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곡이라 말할 수 있겠다. 쿨 앤 더 갱은 알다시피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나 슬라이 앤 더 패밀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처럼 빅밴드 위용을 갖춘 음악 그룹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박민규의 소설 [핑퐁](2006, 창비)엔 이런 대사가 쓰여있다. ‘셀러브레이션을 부를 때의 쿨 앤 더 갱처럼 즐거울 수 있을까?’(P131). 그렇다, “Celbration”은 “September”처럼 우리에게 유명한 노래는 아닐지 몰라도 그만큼 신나는 곡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Celebrate good times, come on, lets celebrate!!’
이경화 1981년 6월 18일Kim Carnes “Bette Davis Eyes”
미국의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에 관한 노래인 킴 칸스의 “Bette Davis Eyes”가 내가 태어난 날 빌보드 1위 곡이다.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20대 초반이었지만, 당시에는 이 곡이 내가 태어난 날 1위를 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킴 칸스 버전보다는 오히려 영화 [Duets]에 수록된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의 버전을 더 좋아한다. [Duets]에는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참여하기도 했는데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앨범만큼은 구매했을 정도로 매력 있게 다가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킴 칸스 역시 원곡이 아닌 리메이크로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 원곡은 74년 발매된 재키 드섀넌(Jackie DeShannon)의 버전. 국내에서는 델리스파이스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가끔 라디오에서 이 곡이 나오면 무척 반갑다.
이병주 1983년 3월 29일Michael Jackson “Billie Jean”
당시 1위곡은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이다. 그야말로 더는 어떤 설명도 필요없는 곡. 나는 마이클 잭슨의 가장 빛나던 황금기의 시작에 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그의 전성기 아래에서 모두 보냈다. 어린 시절 부모님 모임 자리에 따라가도 스크린이 있는 곳이라면, 음식점이든 술집이든 커피숍이든 모두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대던 때를 지나왔기에 그는 진정 나의 첫 번째 우상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사실 리드머 내에서도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는 필자가 많은데, 내가 마이클 잭슨과 이런 깊은(?) 인연이 있음이 증명되었으니 리드머 내 마이클 잭슨의 대표 빅팬은 아무래도 나로 정리되어야 할 듯하다. 넓게 봤을 때 흑인음악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곡이 성공하고 있을 때 내가 태어났으니, 흑인음악과 나의 인연은 그야말로 운명이기도 했다는 뭐 그런….
양지훈 1983년 4월 26일Dexy's Midnight Runners "Come on Eileen"
내가 태어난 날 빌보드 1위 곡은 딕시스 미드나잇 러너스의 "Come on Eileen"이다. 사실 난 이 곡을 이번 기회에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곡 소개만 살짝 해볼까 한다. 딕시스 미드나잇 러너스는 1978년 영국에서 결성된 그룹이다. "Come on Eileen"은 소울과 포크 음악을 지향하는 그룹의 사운드를 잘 나타내는 노래이며, 마이클 잭슨의 막강한 싱글을 포함한 기라성 같은 싱글이 빌보드 10위권에서 득세하던 시절,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곡이기도 하다. 명랑하고 신선한 분위기가 주는 매력 때문인지 국내의 팝 마니아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혜경 1985년 8월 12일Tears For Fears "Shout"
내가 태어난 1985년은 세계 경제가 부흥했던 80년대 호황기의 정점을 누렸지만, 미-소 분쟁이 더욱 악화된 혼란기였다. 음악적으로는 신스 팝, 록,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가 고루 인기를 끌었으며, 스타일 카운슬(The Style Council) 같이 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퓨전 그룹이 전성기를 맞기도 하였다. 또한, 이 해에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등이 참여한 밴드 에이드(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 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는 USA 포 아프리카(USA For Africa)의 "We Are The World"가 발표되어, 음악이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인류공동체로서 이상을 도모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1985년 8월 12일의 빌보드 핫100 1위는 신스 팝 듀오 티어스 포 피어스의 "Shout"이다. 티어스 포 피어스는 힙합 팬들에게 나스(Nas)의 [Stillmatic] 수록곡 "Rule"의 샘플링 곡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원작자로 익숙하다. 많은 사람은 티어스 포 피어스가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로만 유명한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라고 생각하지만, 80년대 그들이 남긴 히트곡은 예상외로 많다. "Shout"은 냉전 시대 대중들의 반정부 운동 참여를 북돋는 선동가로 쓰였지만, 그들의 다소 음울한 보컬 탓에 많은 이들은 곡의 의도를 잘 몰랐다고 한다. 사이키델릭하면서도 강렬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며, 팝 팬이라면 "아, 이 곡!" 할 정도로 익숙한 숨은 명곡이다. 특히, 이 곡은 수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재해석되었는데,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Let It Go"에도 샘플링되었다. 또한, 2010년 월드컵 당시 디지 라스칼(Dizzee Rascal)이 참여한 영국 대표팀의 비공식 주제가 "Shout For England"로 리메이크되어 자국에서는 세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Shout For England"는 "Shout"외에도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Grandma's Hands"도 함께 샘플링되었다("No Diggity"의 그 샘플이다.). 두 곡의 조합이라니, 상상이 가는가? 마치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를 음악으로 듣는 것 같았다. 각자 기량은 최고지만, 조합은 전혀 안 되는 그런….
자 이상은 리드머 필진들의 썰이었다. 보시다시피 필진 대부분이 사회인 연령대(?)이다 보니 그들이 태어나던 시기 1위를 한 곡들 중엔 우리가 익숙할 힙합이나 알앤비 음악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기사는 여러분의 썰이 합해져야 온전한 기사가 되는 것! 부디 댓글로 여러분이 태어난 시기 빌보드 1위 곡들을 공유하여 이 글을 함께 완성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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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t Jackson - Escapade 네요 !! 와우.. 이거 완전 영광인데요...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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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02 13 (양력)Paula Abdul - Straight Up
둘다 첨 들어보는데 둘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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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Cetera의 The Glory of Love
http://youtu.be/XWHOF_0-6Hg
별로야 아 별로야 ㅠㅠㅠㅠㅠ
아 짜증나 존나 별로야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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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유명한 곡이네요 ! ㅋㅋㅋ
820731 , Survivor - Eye of the tiger
http://www.youtube.com/watch?v=btPJPFnesV4
그 외에도 10위권 안에 토토, 에어서플라이, 시카고, reo 스피드웨건 등등...
흑인음악의 전설들은 없지만 그래도 명 밴드, 명곡들이 즐비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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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위곡은 머라이어캐리와 보이즈 투 맨의
One Sweet Day 네요.
음악의 견문이 좁은지라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저도 아는 노래라서 기뻐요~ ^^
이 노래가 제가 태어났을 때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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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스티비 원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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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ackson - Man In The Mirror
진심소름돋았아요........R.I.P. M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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