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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일권
PBR&B = Pabst Blue Ribbon + R&B
현재 알앤비 음악 씬을 이야기하는 데 가장 선봉에 놓아야 할 뮤지션이라면, 주저 없이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 미겔(Miguel)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은 각자 전례 없는 스타일의 알앤비 음악을 통해 오늘날 씬의 흐름을 이끌며 세계의 음악팬을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룩한 그들의 눈부신 성과는 새로운 장르까지 탄생시켰는데, 바로 지금 소개하려는 ‘PBR&B(aka Hipster R&B)’이다.2010년 중반 즈음부터 시작된 일렉트로닉 음악과 결합한 멜랑콜리 사운드 열풍은 미 대중음악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알앤비 역시 그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었는데,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전위파 알앤비 뮤지션의 주도 아래 독자적인 스타일이 꽃피우자 이를 정의할만한 장르명이 필요하여 나온 게 ‘PBR&B’다.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The Village Voice)의 뮤직 블로그 ‘Sound of the City’의 필자 에릭 하비(Eric Harvey)가 이 장르명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일단 단어의 조합을 살펴보면, 왜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정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왼쪽부터 'The Weeknd', 'Frank Ocean', 'Miguel'
‘PBR&B’는 맥주 브랜드인 ‘Pabst Blue Ribbon(팹스트 블루 리본/*이하 ‘PBR’)’과 ‘R&B’의 합성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PBR이 미국의 젊은이들, 특히, 힙스터(Hipster)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맥주라는 사실이다. ‘PBR&B’라 정의할 수 있는 음악이 획일적인 주류 문화, 혹은 다수가 열광하는 스타일의 반대 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독특한 것을 지향하는 힙스터에 빗대었고, 그 과정에서 힙스터 문화의 상징적인 매개물 중 하나인 PBR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래서 최초에는 ‘Hipster R&B’라 부르기도 했다.
힙스터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팹스트 블루 리본' 맥주
일렉트로니닉, 알앤비, 록, 힙합 등이 변칙적으로 뒤섞인 ‘PBR&B’의 음악적 스타일을 하나의 틀 안에서 규정할 순 없지만, 대표적으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최소 한 번의 디지털 여과 과정을 거친 빈티지한 드럼 사운드 + (80년대의 느낌까지 아우르는) 신시사이저의 과용을 통한 감성적이고 우울한 멜로디 라인 + 앰비언트 음악처럼 사운드의 잔향을 은은하게 퍼트리는 믹싱 기법’의 결합.
또한, 가사적으로 섹스와 사랑은 물론, 개인의 철학과 (때때로 마약관련 소재를 동반한) 정신적인 측면,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그것을 표현하는 데 직설적이거나 과격한 표현도 개의치 않는 게 특징이다. 프랭크 오션의 [Channel Orange], 위켄드의 [Trilogy], 미겔의 [Kaleidoscope Dream], 어셔의 [Looking 4 Myself] 등은 올해 발표된 PBR&B의 대표작들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PBR&B’를 논하는데 있어서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이라는 뮤지션을 빼놓을 수 없다. 프로듀서이자 싱어 톰 크렐(Tom Krell)의 또 다른 뮤지션 이름인 하우 투 드레스 웰은 지난 2010년에 데뷔 앨범인 [Love Remains]를 내놓고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았는데, 실험적인 일렉트로-팝 사운드와 알앤비가 결합한 이 앨범도 오늘날 ‘PBR&B’로 정의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따지자면, 이 장르의 시초가 된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How To Dress Well
한때 네오 소울(Neo-Soul)이라는 장르가 음악계를 휩쓴 적 있다. 한창 대세를 이루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과 팝 알앤비에 대중이 질려갈 때 즈음 등장한 네오 소울은 새로운 스타일과 좀 더 흑인음악 본연의 맛을 갈망하던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차트를 지배했었다. 이렇게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는 대중의 욕구, 또는 창작자들의 자각에 의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탄생하고, 그것이 영향력 있는 흐름을 형성하게 될 경우, 평단이나 매체가 새 장르명을 부여하는 행위가 이어져 왔다. ‘PBR&B’ 역시 그렇게 탄생한 음악 중 하나다. 몇몇 신종 장르가 그랬듯이 ‘PBR&B’도 결과물의 범람 속에서 짧은 전성기를 마감할지 모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중음악 역사 속에 그 이름을 확실하게 새길 장르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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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소개하는 플레이리스트에 이 글에서 좀 인용해갈까 하는데
영리목적은 아니구 플레이리스트 소개하는 것뿐이구요.
안된다고 하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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