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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onic’ 20주년, 최고급 음악 마리화나
강일권 작성 | 2012-12-27 03: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34,761 View





올해 2012년(더 정확하게는 2012년 12월 15일)은 닥터 드레(Dr. Dre)의 첫 솔로 앨범이자 힙합 역사 속 희대의 걸작으로 남아있는 [The Chronic]이 발매된 지 20주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본작이 지니는 의미와 힙합사에 끼친 영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주요 트랙들을 파헤쳐 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앨범 타이틀 ‘The Chronic’: 강한 종류의 고급 마리화나를 일컫는 속어.
앨범 커버: 가장 유명한 롤링 페이퍼(담배, 대마초를 말기 위한 종이) 업체 ‘ZIG-ZAG’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The Chronic]은 어떤 앨범인가?

전설적인 갱스터 랩 그룹 N.W.A의 시대가 끝나자마자 닥터 드레가 발표한 첫 솔로 앨범 [The Chronic]은 획기적인 사운드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팔러먼트 펑카델릭(Parliament Funkadelic)의 ‘P-Funk’ 명곡들을 주원료로 하면서 옛 소울 음악의 샘플링을 버무려 완성한 드레의 ‘G-Funk’ 사운드는 소울풀하고 멜로디컬한 백업보컬, 두터운 베이스 라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신시사이저 라인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나른하고 중독적인 그루브의 힙합 음악을 선사했다. 그 위에 얹힌 갱스터리즘, 섹스, 대마초에 관한 게스트 랩퍼들의 과격하고 유머러스한 가사와 유연한 플로우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앨범 속 많은 게스트 중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던 스눕 독(당시는 ‘Snoop Doggy Dogg’)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는데, 그의 냉소적이면서도 윤기 나는 플로우와 리얼리티에 기반하면서도 적당한 허세와 드라마를 버무린 갱스터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러한 드레의 앨범에 평단과 수많은 힙합팬은 열광했고, 차트 순위와 판매량은 치솟았으며, 많은 동료 뮤지션들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The Chronic]에 쏟아진 주요 매체의 찬사들-

‘역사상 최고의 앨범 500장(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 (137위) - Rolling Stone
‘사상 최고의 앨범 100장(The All-Time 100 Albums)’ – Time
‘20세기 가장 중요한 앨범 100장(100 Essential Albums of the 20th Century)’ (24위) - Vibe
‘사상 최고의 힙합 앨범(The Greatest Hip-Hop Albums Of All Time)’ (3위) – MTV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1001장의 앨범(1001 Albums You Must Hear Before You Die)’ - Rocklistmusic
‘90년대 발표된 최고의 앨범 90장(90 Greatest Albums of the '90s)’ (8위) – Spin
‘최고의 랩 앨범 100장(100 Best Rap Albums)’ - The Source magazine

Etc…

앨범 속 핵심 트랙들


“Nuthin' but a 'G' Thang"

‘빌보드 핫 100’ 차트 최고 2위까지 올랐던 이 곡은 앨범에서 얼굴마담 격인 곡이자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힙합 싱글 중 한 곡이다. 싱어송라이터 리온 헤이우드(Leon Haywood)가 1975년에 발표했던 “I Wanna Do Something Freaky to You”의 가장 중독적인 마디를 샘플링하고 두터운 베이스 라인을 깔아서 나른한 갱스터 펑크로 재창조한 이 곡은 ‘G-Funk 시대’의 시작을 알린 곡이었으며, N.W.A 때와는 또 다른 심상의 갱스터 랩이 탄생했음을 공표하는 희대의 명곡이었다. 더불어 바로 이 곡을 통해 한동안 갱스터 랩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게 될 불세출의 랩퍼 스눕 독이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Fuck wit Dre Day (And Everybody's Celebratin')"

인기와 판매량 면에서 앨범의 부두목 격이었던 이 곡은 한때 친형제 사이보다도 단단한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인종차별에 맞서던 사이에서 지독한 비프(beef) 관계가 되어버린 또 한 명의 갱스터 랩 아이콘, 이지-이(Eazy-E) 사단을 향한 디스곡으로 더욱 유명하다. “Nuthin' but a 'G' Thang"과 마찬가지로 스눕 독이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이후, 드레가 스눕의 솔로 앨범 [Doggystyle]에서도 사용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두 곡,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과 펑카델릭(Funkadelic)의 "Atomic Dog"과 "(Not Just) Knee Deep"을 샘플링한 비트도 큰 호응을 얻었다. 여담으로 드레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이지-이를 희화화한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조롱했는데, 이지-이 역시 반격 곡인 “Real Muthaphuckkin G's”에서 같은 방식으로 드레 진영을 디스했다.



“Let Me Ride”

앨범의 세 번째 싱글이었던 이 곡은 갱스터의 허세와 (영상으로) 롱비치 바비큐 파티를 담아냈던 “Nuthin' but a 'G' Thang"과 갱스터 집단 간의 영역 다툼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디스전이 담긴 "Fuck wit Dre Day”에 이어 차대를 낮게 개조한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로우라이딩(Lowriding)을 그려내며, ‘서부식 갱스터 힙합의 3대 로망’을 완성하는 트랙이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Funky Drummer"와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Kissin' My Love"에서 드럼을, 팔러먼트(Parliament)의 "Mothership Connection (Star Child)”와 "Swing Down, Sweet Chariot“에서 브라스 섹션과 보컬을 빌려온 프로덕션은 그야말로 펑키하고 나른한 그루브의 절정을 들려줬다. 특히, 이 곡은 "A Nigga Witta Gun"과 함께 앨범 내에서 드레의 솔로 랩핑으로만 이루어진 트랙이기도 하다. 단, 워렌 쥐(Warren G)가 좀 더 풍성한 편곡으로 리믹스한 버전에서는 스눕 독과 대즈(Daz Dillinger)가 피처링했다.




"Deeez Nuuuts"

워렌 쥐(Warren G)의 장난전화 인트로로 시작하는 -블랙스폴로테이션 필름(Blaxploitation Film)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캐릭터 이름인 돌르마이트(Dolemite)의 히어로 루디 레이 무어(Rudy Ray Moore)의 스탠드업 코미디 클립 "Chestnuts”를 패러디했다.- 이 곡은 ‘G-Funk’를 대표하는 리드 소리가 전면에 부각되는 트랙이다. 특히, 네잇 독(Nate Dogg)의 보컬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Lil' Ghetto Boy"

도니 헤더웨이(Donny Hathaway)의 72년 명곡 “Little Ghetto Boy"를 샘플링한 동명의 트랙으로 앨범 내에서 메시지적으로 가장 묵직하고 진중한 라임을 자랑한다.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은 제목 그대로 게토 청소년들의 실상과 지역의 어두운 단면을 실감나게 그려내는데, 차분한 프로덕션과 맞물리며, 상당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본작에서 드레가 가장 돋보이는 가사를 선보인 벌스는 비운의 웨스트 코스트 리릭시스트 더 디오씨(The D.O.C.)가 작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Bitches Ain't Shit"

앨범의 히든 트랙으로 수록된 이 곡은 "Fuck wit Dre Day”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지-이와 그의 매니저(N.W.A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제리 헬러(Jerry Heller)를 겨냥한 디스곡이다. 노골적인 제목부터 가사의 수위가 "Fuck wit Dre Day”보다 몇 배는 더 과격하다. 특히, 드레는 이 곡의 비트를 재사용하여 “Nuthin' but a 'G' Thang"의 ‘Freestyle Remix’ 버전을 만들었을 정도로 곡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여담으로 록 뮤지션 벤 폴즈(Ben Folds)가 2006년에 리메이크했던 버전도 꼭 들어보길 권한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원곡의 쌍욕들이 수놓아지는 매우 기괴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힙합 음악 작법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다.’

만약 마리화나로 쳤다면, 타이틀 그대로 최고급 품질이었을 한 곡 한 곡이 모여 완성되었다는 점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The Chronic]이 위대한 건 힙합 음악 작법의 판도를 바꾸어 버렸다는 점이다. 본작과 이후, 더 발전한 ‘G-Funk’ 프로덕션으로 완성한 스눕의 데뷔 앨범 [Doggystyle]을 통해 드레는 한 곡당 샘플링 원곡의 범위를 1~3곡 정도로 제한했는데(심지어 “Nuthin' but a 'G' Thang" 같은 곡은 원곡의 루프를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밤 스쿼드(The Bomb Squad)를 위시로 최소 5곡 이상의 곡을 샘플링하여 완전히 해체 및 재구성하던 당시 이스트 코스트 진영의 프로덕션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드레의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베이스와 드럼의 운용을 통한 캘리포니아식 갱스터 그루브는 물론, 그동안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거나 암암리에 터부시되어 왔던 보컬 라인과 특정 멜로디를 부각시키는 작법이 뒷받침되어 놀라운 성공을 기록했고, 이 획기적인 스타일의 힙합 음악은 차트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할 수 있었다. 또한, 드레가 진두지휘하거나 그의 음악에 자극받아 발표됐던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과 서던 힙합 씬의 많은 앨범과 싱글은 한동안 메인스트림 힙합계와 팝 차트를 지배하며 막강한 세력을 과시했다. 그야말로 본작의 엄청난 음악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이 당시 ‘힙합의 인기는 잠깐의 유행일 뿐이다. 멜로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며, 힙합 음악의 인기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보수 평단의 이른바 ‘힙합음악 사망설’에 아주 달콤한 엿을 먹인 셈이었다. 

‘20년이 흘렀지만, 그 연기와 향은 여전히…’

비록, [The Chronic]을 통해 발발했던 ‘G-Funk’의 역습은 예상보다 짧은 전성기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상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앨범 한 장이 힙합 역사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만약, 너무 늦게 힙합을 접했거나 태어난 시기와 앨범 발매 사이의 큰 간격 탓에 아직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이번을 계기로 꼭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미 그 명성을 온몸으로 체감했던 이들이라도 오랜만에 CD를 꺼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발매된 지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The Chronic] 속 음악들이 뿜어내는 연기와 향은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아 홀려버릴 정도로 진하고 중독적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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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muggs
    1. muggs (2012-12-29 14:07:28 / 175.196.232.***)

      추천 0 | 비추 0

    2. 처음 들었을때는 몰랐다가(93년도였나 선물 받았었음 미국판)몇년후 우연히 다시 꺼내 듣고는 미치게 환장했던 앨범...
      최고죠
  • 요다심
    1. 요다심 (2012-12-28 01:59:10 / 122.35.252.***)

      추천 0 | 비추 0

    2. 크롸닉이 나온지 벌써 20년이군요 ㅎㅎㅎ
      요즘 애들은 그냥 닥터드레가 헤드폰으로나 알고 있을건데,
      이 앨범으로 왜 닥터드레인지를 알았으면 싶습니다.
  • 칸예수
    1. 칸예수 (2012-12-27 21:42:09 / 121.150.216.**)

      추천 0 | 비추 0

    2. 잘 봤습니다

      이 앨범이 대단한 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언제 들어도 죽인다는 거~
  • Jay Cry
    1. Jay Cry (2012-12-27 20:01:12 / 110.70.23.***)

      추천 0 | 비추 0

    2. 크허 크로닉 스무살! 잘봤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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