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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리드머’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15
리드머 작성 | 2012-12-28 07: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6 | 스크랩스크랩 | 44,341 View




리드머 필진과 운영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세 번의 투표와 회의를 거쳐 선정한 ‘2012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15’를 공개합니다. 1위와 2위 앨범이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는 후문을 전하면서, 아무쪼록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15. Keyshia Cole - Woman to Woman

Released: 2012-11-19
Label: Geffen

키샤 콜은 그동안 음악 속에 자신이 과거사를 통해 느꼈던 아픔과 치부를 드러내는 데 집중하면서 여성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한편,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위로받고자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아픔’은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출산의 기쁨과 행복한 결혼생활이 본작을 완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앨범 속 대부분 음악은 여전히 관계와 사랑이 남기는 상처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콜의 호소력 짙고 어느 때보다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는 보컬을 통해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하나의 트렌드에 전복되지 않고, 힙합 소울과 어반 알앤비 사운드의 계보를 꾸준히 잇고 있는 프로덕션도 탄탄하다. 전작 [Calling All Hearts]의 상업적인 성적이 부진했고, 줄곧 그녀의 멘토였던 A&R 프로듀서 론 페어(Ron Fair)마저 게펜 레코드(Geffen)를 떠난 상황 속에서 키샤 콜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꽤 성공적이고 인상적인 앨범을 만들어냈다.

추천곡 베스트 3: Enough of No Love (ft. Lil Wayne), I Choose You, Woman To Woman



 
14. THEESatisfaction - Awe Naturale

Released: 2012-03-27
Label: Sub Pop

하이브리드라는 말조차도 무색하게 하는 이 여성 듀오의 등장은 사실 놀랍고 신선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지만, 무규칙이 규칙인 이 모호한 경계는 모난 곳 없이 매끄럽고 유기적이다. 힙합, 펑크,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등, 어우러질 수 있는 모든 장르를 가져와 조합한 디세티스펙션의 [Awe Naturale]는 간섭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한, 하나의 놀이 같은 작품이다. 흔히 멜로디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사운드'를 위시한 이들의 음악은 결코 다이내믹하지도 않고 때로는 같은 음절을 계속 반복하는 난해함까지 보이지만, 사람의 목소리도 사운드의 일부로 치부하는 모호함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내포하고 있다. 그야말로 창의적인 생각과 접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울 음악의 희열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추천곡 베스트 3: Queens, Sweat, God


 

13. Jeff Bernat - The Gentleman Approach

Released: 2012-02-06
Label: ?

제프 버냇(Jeff Bernat)을 접하며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부분은 이렇게 미국적인 알앤비를 부르는 그가 필리핀에서 태어난 필리핀계 미국인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그의 외모적인 배경일 뿐이다. 버냇은 가볍고 부드러운 음색에 알앤비 보컬리스트의 전형과 같은 창법을 선보이면서도 추임새나 화려한 기교에 열중하지는 않아 한층 담백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초반부 곡들에선 힙합과 어프로치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보다는 재즈나 팝적인 접근이 더 돋보이는데, 특히, 재즈의 지분이 상당하다. 또한, 인상적이고 뚜렷한 멜로디 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청자에게 어필할 요소까지 갖췄다. 본작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언급한 내용들이 앨범의 제목이 내세우는 방향과 컨셉트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합치되며 만들어내는 감미로운 감성이다. “Girl At The Coffee Shop”에서 내러티브가 좋은 예인데, 침대나 클럽에서의 만남과 사랑을 다루는 곡들과는 확실히 다른 감성을 전달한다. 더불어 다소 예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는 음악은 최근의 주류 알앤비 뮤지션들이 제시하는 방향과는 다른 것을 찾는 이들을 꽤 만족하게 할 만하다. 그의 나이 이제 20대 초반, 앞으로 가능성을 증명한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추천곡 베스트 3: Just Vibe, Call You Mine, Groovin’


12. Mint Condition - Music At the Speed of Life

Released: 2012-09-11
Label: Shanachie

군더더기 없이 잘빠진 알앤비의 진수를 선사해온 밴드 민트 컨디션은 정력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온 몇 안 되는 그룹이다. 그러나 레이블 이적 후, 음악적으로 약간의 균열을 보여 불안함을 안기기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올해 발표된 이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은 민트 컨디션이 과거 부족함이 없던 모습으로 얼마나 회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과적으로 본작에선 이들이 전작 [7]에서 선보였던 (다소 생경했던) 새로운 시도와 그들 고유의 색을 조화롭게 융화시켜 안정을 되찾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알앤비의 감흥을 구현하는데 많은 지분을 할애하면서 유려한 멜로디와 사운드, 그리고 퇴색되지 않은 밴드의 고유성을 탄탄하게 담아냈다는 점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Music At the Speed of Life]는 한동안 주류 시장에서 밀려나 많은 이의 뇌리 속에서 잊혔던 민트 컨디션의 음악이 지닌 여전한 매력을 상기시켜준 근사한 앨범이다.

추천곡 베스트 3: Believe In Us, What I Gotta Do, Slo Woman


11. Brandy - Two Eleven

Released: 2012-10-12
Label: Chameleon, RCA

지난 앨범의 실패로 이제 꾸준한 내리막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안겼던 브랜디이지만, 이번 [Two Eleven]을 통해 건재함을 알리며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은 브랜디의 보컬이 지닌 매력을 듬뿍 담아냈거니와 또한 그것이 돋보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배음을 담아내고 부드러운 장점이 돋보이는 중음역대를 살린 멜로디가 비중 있게 배치된 가운데, 보컬을 레이어드하거나 특정 프레이즈를 잘라 반복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녀의 보컬은 곡의 중심이자 가장 비중 있는 악기로서 내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프로듀서와 송라이터가 참여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균일한 톤을 맞추고 유지하며 언급했던 보컬의 활용과 멋진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창작 영역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지 못한 보컬리스트가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서도 만들어낼 수 있는 훌륭한 앨범의 모범답안과 같은 앨범이다.

추천곡 베스트 3: Wildest Dreams, Scared of Beautiful, Slower



 
10. SWV - I Missed Us

Released: 2012-04-17
Label: Mass Appeal, E1 Music

추억의 그룹이 된 줄로만 알았던 SWV의 새 앨범을 무려 15년만에 만난 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 안에 담긴 작업물이 그녀들의 전성기적 스타일, 그러니까 90년대 걸 그룹 알앤비를 추억하는 이들이 그리워하던 음악이라는 점은 그 감격스러움을 두 배로 키워주었다. 리드 싱어 코코(Coko)를 위시로 한 세 자매의 ‘온 세상 울리는 얇고 고운 소리’는 하나도 변치 않았으며, 프로덕션은 순도 100%의 90년대 알앤비를 머금고 그녀들의 보컬과 농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SWV는 오늘날 알앤비 씬이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댄스를 흡수한(혹은 흡수된) 트렌디 알앤비와 6-70년대 복고 소울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본작을 통해 많은 이가 추억하고 그리워하지만, 정작 음악적인 구현은 전무했던 90년대 알앤비를 매우 충실하고 노련하게 재생시켰다. 한 마디로 이 앨범은 많은 이가 힙합과 마찬가지로 황금기라 일컫는 90년대 알앤비 그 자체다.

추천곡 베스트 3: Co-Sign, Everything I Love, If Only You Knew


9. Nneka - Soul Is Heavy

Released: 2012-03-18
Label: Deacon

네카가 미국 입성을 위해 유럽에서 발매했던 두 앨범을 정리하여 만든 2010년작 [Concrete Jungle]은 그해 가장 인상적인 흑인음악 앨범 중 한 장이었다. 나이지리아의 유전도시 와리에서 태어나 자라고, 어머니의 나라 독일에서 20대를 맞이한 네카가 앨범을 통해 이야기한 자본주의, 아프리카,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사려 깊은 작사가인지를 느끼게끔 했고, 소울, 힙합, 레게에 이르는 음악적 풍요로움은 범상치 않은 뮤지션이 나타났음을 체감하게 했다. 그로부터 약 2년뒤 발표된 이 새 앨범에서도 네카에 대한 이러한 시선은 유효하다. 아니 실로 확인사살이라 해도 무방하다. 전작보다 덜 가공되고 라이브 연주의 맛이 살아있는 프로덕션은 레게와 댄스홀의 지분이 상당 부분 느껴지는 가운데, 힙합과 록은 물론, 팝적인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매우 절묘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리고 네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 속에서 행해지는 부패, 전쟁으로 귀결되는 국가 간의 갈등 등, 무거운 주제를 (필요에 따라서는 랩의 형식을 빌어) 유니크하고 소울풀한 보컬로 풀어낸다.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 참 꽉 찬 얼터너티브 소울 앨범이라 할만하다.

추천곡 베스트 3: Shining Star, Soul Is Heavy, Sleep (ft. Ms Dynamite)



 
8. Cody ChesnuTT - Landing On A Hundred

Released: 2012-10-30
Label: Vibration Vineyard, One Little Indian

루츠(The Roots)의 2002년 싱글 “The Seed (2.0)”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보컬로 피처링했던 코디 체스넛의 이름이 눈에 익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많은 이가 루츠의 원곡으로 알고 있을 이 곡은 사실 코디 체스넛의 데뷔 앨범 [The Headphone Masterpiece]에 수록된 “The Seed”를 재구성한 곡이었으며, 이 곡이 수록된 코디의 앨범은 2002년 가장 훌륭하고 신선한 소울 앨범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알앤비 씬을 한바탕 휘저을 것으로 기대했던 그는 이후, 활동이 소원해지면서 금새 음악계의 뇌리에서 잊혔는데, 올해 발표된 이 새로운 정규 앨범으로 다시 한 번 갑작스럽고 놀라운 음악을 선사한다. 이번에 코디는 70년대 소울을 핵심 키워드로 놓으면서 데뷔작과 차별을 두었다. 그만큼 본작의 곳곳에는 마빈 게이(Marvin Gaye),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등이 수놓았던 당대 소울 음악의 감흥과 정서, 그리고 고전 알앤비 음악의 예스러운 그루브가 충만하다. 펑키한 기타와 풍성한 브라스가 주도하는 연주와 편곡, 멜로디의 진행 모두 굉장히 유려하다. 여기에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휴머니즘과 인종 문제 등등, 다양한 주제를 때로는 철학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건드리는 코디의 노랫말과 테너와 팔세토 창법을 유연하게 오가는 소울풀한 보컬이 더해져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묵히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재능의 뮤지션이 만들어낸 올해의 숨은 걸작 중 한 장이다.

추천곡 베스트 3: Don't Follow Me, Everybody's Brother, Scroll Call


7. Bobby Womack - The Bravest Man In The Universe

Released: 2012-06-12
Label: XL Recordings

연륜이 쌓인 노장에 대한 예우는 비단 궤적에 대한 존경심에서만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유효한 음악성이 젊은 뮤지션들 못지않은 감각으로 실행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때로는 우울한 해학이 따르는 [The Bravest Man In The Universe]가 위대한 건 단지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블루지한 소울이 관록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각과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과거를 복구해냈기 때문이다. 바비 워맥 옹의 음악 그 자체만으로 존경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고릴라즈(Gorillaz)의 [Plastic Beach]를 통해 작업한바 있는 데이먼 알반(Damon Albarn)과 XL레코드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리처드 러셀(Richard Russell)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은 틀을 맞추고 방향을 이끌어 감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으며, 씬을 함께하는 동료 뮤지션으로서 어우러진 음악적 이해는 올해 이루어진 가장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표면화됐다.

추천곡 베스트 3: Please Forgive My Heart, Dayglo Reflection, Supid



 
6. Georgia Anne Muldrow – Seeds

Released: 2012-03-26
Label: Entertainment One Music

많은 이에게 총 프로듀싱을 맡은 매드립(Madlib)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평소 스톤즈 스로우(Stone Throw) 레이블의 음악을 살펴왔던 이들이라면, 조지 앤 멀드로우의 이름도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본작은 둘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멀드로우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외부 프로듀서에게 작업을 맡긴 앨범, 매드립에게는 생애 최초로 총프로듀싱을 맡은 여성 보컬 앨범이 된다. 이번에도 정공법을 택한 매드립의 프로덕션에서는 적절한 샘플의 운용과 루핑이 주는 참맛이 느껴지며, 멀드로우는 매드립이 깔아놓은 음악 주단 위에서 특정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멜로디를 읊조린다. 그리고 이러한 보컬 스타일은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삶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그녀의 관점이 담긴 노랫말과 만나서 그 매력이 더욱 극대화된다. 특히, 그녀가 주제를 다루는 솜씨는 변화무쌍하다. 개인사처럼 한정된 내용을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도 있고, 사회적 이슈를 범우주적 공간으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두 명의 음악 기인이 힘을 합치니 이렇게 아주 느낌 충만하고 몽환적이며, 소울풀한 앨범이 탄생했다.

추천곡 베스트 3: Seeds, Best Love, Kali Yuga



 
5. BJ the Chicago Kid - Pineapple Now-Laters

Released: 2012-02-21
Label: M.A.F.E MUSIC

브라이언 슬레지(Bryan Sledge a.k.a BJ the Chicago Kid)는 그동안 백업 보컬이나 피처링 보컬, 작곡가 등으로 간간이 활동한 것을 비롯하여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로 대표되는 블랙 히피(Black Hippy) 크루와도 교류했지만, 큰 주목이나 기대를 받는 뮤지션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 앨범이 높은 성취와 훌륭한 퀄리티를 지녔음에도 널리 조명받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앨범은 시대를 풍미했던 네오 소울 아티스트들의 정취를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알앤비 음악들이 간직했던 요소 역시 끌어안고 있다. “Sex X Money X Sneakers”와 “Other Side”는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아볼 만하다. 숨소리가 가득 섞인 그의 부드러운 보컬은 매력적인 톤을 바탕으로 특유의 끝음 처리 방법과 더불어 섹슈얼하거나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팔세토 창법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비록, 애초에 믹스테잎 성격으로 제작되었던 앨범의 특성상 결점이 일부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넘치는 재능을 한껏 풀어놓은 아주 흥미롭고 뜻밖인 앨범이다.

추천곡 베스트 3: Sex X Money X Sneakers, Good Luv'n, Good Love



 
4. The Weeknd – Trilogy

Released: 2012-11-09
Label: Republic

알앤비를 기반으로 하지만, 트립 합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이 가진 몽환적이고 서늘한 감성을 적극적으로 녹여내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확고히 하고, 여러 소리를 가미하는 실험과 변칙적인 구성으로 스타일의 묘미를 더하는 위켄드의 음악은 은밀함과 긴장감 그 자체다. 특히, 어느 곡 하나 도드라짐 없이 일관된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각종 소리를 절묘하게 조합하고 미려한 멜로디를 더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데, 여기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 대한 오마주가 짙게 깔린 보컬리스트로서 자질 또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매혹적인 음악은 정규 앨범을 목 빠져라 기다리던 와중에 발표된 본작이 앨범 타이틀 그대로 석 장의 믹스테잎을 한데 모은 형식이었음에도 원성이 아닌 환호를 이끌어냈다. [Trilogy]는 근래 불기 시작한 멜랑콜리 사운드 열풍의 시작이자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 작품이다.

추천곡 베스트 3: Wicked Games, What You Need, Twenty Eight


3. Elle Varner - Perfectly Imperfect

Released: 2012-08-07
Label: RCA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엘 바너의 이 첫 번째 정규 앨범은 그녀의 노련한 보컬을 부각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앨범이다. 앨범 곳곳을 채운 그루브한 보컬 능력은 단순한 실력 이상의 특별한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사운드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는 탁월한 재능이 돋보인다. 프로덕션적으로도 힙합과 알앤비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목하면서 선배 소울 뮤지션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뮤지션으로서 면모를 보임과 동시에 적절하게 세련미를 가미하며 젊은 대중의 취향마저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자유롭게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을 그대로 담아낸 [Perfectly Imperfect]는 오랜만에 스타성을 보여준 여성 보컬리스트의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할 만하다. 메이저 음반이면 으레 등장하는 스타급 프로듀서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점과 트랜드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은 그녀의 고집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의미 있고 반갑다.

추천곡 베스트 3: Only Wanna Give It To You (ft. J. Cole), Refill, I Don't Care



 
2. Miguel - Kaleidoscope Dream

Released: 2012-09-25
Label: RCA

데뷔 전부터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던 미겔은 이 두 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미겔’이라는 하나의 개체를 씬을 다채롭게 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본작은 흡사 판타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몽환적이며, 불분명한 경계를 긋고 있는 앨범이다. 알앤비의 카테고리에 있기는 하지만,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펑크, 신스 팝 등 하이브리드하게 장르를 겹겹이 쌓아 층을 이루고 있다. 그 덕에 사운드를 관통하는 클래식한 알앤비나 록의 요소가 현대적인 세련미를 갖춘 대신 한편으로 빈티지 사운드의 감흥까지 동시에 누리게끔 한다. 더불어 비트에 의존하여 일률적인 사운드로 무료함을 만들기보다는 퍼포머로서 보컬의 능력과 별개로 사운드가 가진 구성과 진행, 완성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미겔의 이러한 음악적 해석은 오늘날 신세대 뮤지션들과 그가 차별화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극단적인 사운드와 비트로 무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Kaleidoscope Dream]은 2012년을 관통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가장 모범이 될만한 작품이다.

추천곡 베스트 3: Adorn, Do You..., Where's The Fun In Forever



 
1. Frank Ocean - Channel Orange

Released: 2012-07-10
Label: Def Jam

많은 정규작들을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처참하게 내몰았던 놀라운 완성도의 믹스테잎 [Nostalgia, Ultra]와 바이섹슈얼 커밍아웃으로 온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프랭크 오션은 결국, 이 앨범을 통해 ‘믹스테잎을 이렇게 잘 만들면, 정규 앨범에서 어쩌려고 그래?’라는 주변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켜 버렸다. 특히, 본작은 위켄드, 미겔의 앨범들과 함께 올해 미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선도한 일명 ‘PBR&B’의 간판 앨범이다. 프랭크 오션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얼터너티브 힙합 & 알앤비 프로덕션 그룹 사라(Sa-Ra)의 멤버인 옴마스 키스(Om'Mas Keith),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 프로듀서 퍼렐(Pharrell) 등이 책임진 프로덕션은 곳곳에서 과하지 않게 기존 알앤비의 전형성을 파괴하면서 황홀한 이어가즘을 선사하고, 직접적인 화법과 은유적인 화법을 능수능란하게 동시 사용하면서 여러 주제를 건드리는 그의 노랫말은 커밍아웃과 연결되면서 묘한 해석의 감흥을 제공한다.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순간순간 허를 찌르는 멜로디 라인과 개성 확실한 보컬,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세계관을 투영한 노랫말이 만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데뷔작이자 그야말로 전례 없는 스타일의 R&B 앨범이 탄생했다.

추천곡 베스트 3: Thinkin Bout You, Sweet Life, Pyram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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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Abrasax
    1. Abrasax (2013-01-11 16:03:14 / 210.110.61.***)

      추천 0 | 비추 0

    2. Jeff Bernat 앨범 참 대단합니다.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완성도입니다.
  • 윤정준
    1. 윤정준 (2012-12-29 00:59:10 / 61.102.77.***)

      추천 2 | 비추 0

    2. Frank Ocean, Miguel, The Weeknd
      이 세명의 색깔짙은 앨범들은
      각자의 치명적인 개성으로 완전체가 되었다.
  • soulmata
    1. soulmata (2012-12-29 00:13:06 / 1.248.62.**)

      추천 1 | 비추 0

    2. 1,2위 순위는 이견이 없지요. 1234위에 랭크된 앨범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펑크,록,힙합 엠비언트 사운드를 적절히 혼합한 새로운 소울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10주년이 되서 발매한 Floacist의
      앨범도 순위에 넣고 싶네요.
  • 박상현
    1. 박상현 (2012-12-28 19:45:23 / 1.247.221.***)

      추천 0 | 비추 1

    2. 1위와 2위는 역시 예상했던 바...ㅋ 올해 귀걸이처럼 달고다닌 앨범 두 장 3위에 랭크된 Elle Varner는 좀 의외네요..물론 훌륭한 앨범이지만 그 외 놓친 앨범들은 빨리 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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