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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스윙스(Swings)
Album: #1 Mixtape Vol. II
Released: 2013-02-27
Label: 저스트뮤직
Rating:
Reviewer: 남성훈
스윙스(Swings)의 신작 [#1]은 타이틀대로 믹스테입을 표방한다. 하지만 그 구분의 당위는 모호하다.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랩이 담긴 '스트리트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유통과 홍보방식, 소비층이 완전하게 동일하다면 과연 감상포인트를 어느 지점에 맞추어야 하는지 그 당위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누군가 눈치챌 수 있는 비트를 사용한 곡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마감방식이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1]이 그의 2011년작 [Upgrade II]와 2012년 발표한 스트리트 앨범 형식의 믹스테입 무드에 충실했던 [Punch Line King III]를 섞어놓은 듯한 감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만, 억울하게 바닥까지 내려간 인물로 본인을 설정한 후 일어서는 모양새의 큰 줄기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조밀하게 펼쳐놓아 [Upgrade II]를 그동안 한국힙합 씬에서 좀체 찾아보기 어려웠던 견고한 랩퍼 엔터테인먼트 앨범으로 만들어 낸 스윙스는 이어진 믹스테입에서 정제되지 않은 날것 느낌의 랩을 훌륭하게 담아내며 약간 변태적인(?) 자축의 감흥을 줬다.재미있게도 [#1]은 그 감정선을 놓지 않고 이어간다. 스윙스는 이제 완전히 자신이 한국힙합의 '왕'이 되었다고 여러 번에 걸쳐 선언한다. 물론, 이전에도 지겹도록 그가 랩에서 한 말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앞서 말한 감정선을 따라가면 그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랩퍼가 자신을 최고라 치켜세우는 것도 자신의 마음이고, 북미 힙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King' 선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스레 수식어가 되어가는 전제조건은 적어도 양손에 특정 해의 가장 인상적인 힙합 앨범을 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청자에게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오락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한국힙합에서 찾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제대로 된 힙합 앨범 하나 없는 이를 두고 누구의 랩이 최고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은 촌극에 가깝기도 하다. 모두가 그럴 필요도, 또 공감을 살 필요도 없지만, 스윙스는 앨범으로 찍어가는 굵직한 경력이 서사가 되는 랩퍼 판타지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그 흐름 안에 이 앨범을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 즉 자신을 왕으로 치켜세우는 부분이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여기서 스윙스가 자신을 특유의 퍼포먼스로 그려내는 모습이 만드는 무드는 전형성을 비켜간다. 그가 자신에게 부여한 왕관이 위엄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앨범을 여는 "No Mercy"에서 사실 그 모습을 전부 그려내고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힙합 판을 접수한 인물보다는 여전히 어딘가 억울하긴 한데 작은 왕국을 하나 만들고 전쟁도 아닌 전투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스윙스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 덕분에 이런 변태적 무드는 효과적이다. 자신을 꼭대기에 위치시키면서 스윙스라는 인물의 랩이 가진 특유의 신선함을 유지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Still Not Over"에서 저스트 뮤직의 신인들을 내세우며 작은 규모지만, 인상적인 조직력을 보여주는 것 역시 [#1]의 영리함을 잘 보여준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도치법의 과감한 활용과 같은, 스윙스의 작사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자체를 통쾌하게 불식시켜버릴 정도로 더욱 노골적으로 특유의 작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방면에서도 부정하기 어려운 "찢어"같은 트랙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잡은 위치는 달라졌으나 그의 매력은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작품임에도 [#1]을 그의 최고작이라고 말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꽤 잡힌다. "답답해", "듣고 있어"와 같은 일명 ‘Song for Lady’ 트랙들은 가까스로 힙합 바이브를 지켜내고 있지만, 가사를 풀어내는 방법과 프로덕션에서 앨범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주었던 [Upgrade II]의 "일 안 해도 돼", "Touch You", "그럼 가" 등에 비해 매력이 훨씬 떨어지고, 앨범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해서 마치 ‘이런 감수성도 표현할 수 있다.’라고 보여주는 듯한 성급함이 느껴진다. 만약 이것이 그가 앞으로 내놓을 정규앨범의 맛보기 정도라면, 버벌 진트의 사례가 떠올라 불편하기까지 하다. 더해서 한껏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희석된 반대편의 절실함 때문에 듣는 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가사가 주는 호소력 역시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고 느껴진다. 물론, 이는 앞서 말한 앨범 단위의 큰 흐름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다르게 보면 한결 여유 있는 태도로 더욱 강렬해진 랩을 선사하는 스윙스 판타지를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매력이 줄어든 구성요소들이 앨범 전체에 견고한 설계로 쌓여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전작과는 다르게 마감된 작품 전체를 재감상하게 하는 힘이 다소 부족하다.
어쨌든 스윙스는 [#1]으로 그의 독보적인 랩 스타일을 다시 확장하는 데 큰 무리 없이 성공했으며, 딱히 그의 작품 외적인 면을 살피지 않는 청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앨범 단위로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는 연작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스윙스는 이제 작품 평가의 시선을 다르게 잡아야 할 위치에 올라섰지만, 새로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흥미로운 랩퍼인 게 사실이다.
*원래 믹스테잎은 리뷰 대상이 아니지만, 본작은 모두 신곡으로 구성된 일종의 ‘비공식 앨범’ 형식이며, 정식 유통 경로를 거쳐 판매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R’ 점수와 함께 게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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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암묵적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그것이 자연스레 수식어가 되어가는 전제조건은 적어도 양손에 특정 해의 가장 인상적인 힙합 앨범을 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청자에게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오락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한국힙합에서 찾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제대로 된 힙합 앨범 하나 없는 이를 두고 누구의 랩이 최고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은 촌극에 가깝기도 하다. 모두가 그럴 필요도, 또 공감을 살 필요도 없지만, 스윙스는 앨범으로 찍어가는 굵직한 경력이 서사가 되는 랩퍼 판타지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그 흐름 안에 이 앨범을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 즉 자신을 왕으로 치켜세우는 부분이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이 부분은 스윙스와 한국힙합 다른 랩퍼들 사이에 선을 그어놓는것 마냥 엄청난 칭찬이네요 ㅎㅎ, 공감합니다.
그리고 뒤에 버벌진트 사례 언급해주셨는데 저도 스윙스가 버벌진트처럼 브랜뉴뮤직 회사가서 버벌진트화 될까봐 조금 걱정도 됬는데 이 앨범 듣고 스윙스는 어디가서 무슨 음악해도 평타 이상은 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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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듣고 있습니다. 게스트 중에선 역시 블랙넛이 잘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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