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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A. The Rugged Man
Album: Legends Never Die
Released: 2013-04-30
Rating:
Reviewer: 양지훈
힙합 씬을 통틀어 알에이 더 러기드 맨(R.A. The Rugged Man)만큼 독특한 랩 스타일을 가진 인물도 드물다. 호흡을 최소화한 채 단번에 -길게는 10여 초 이상- 빠른 랩을 몰아치는 데에 능하고, 타이트하게 배치한 라임으로 청자를 압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숨이 넘어가는 느낌까지 들게 할 정도의 독특함을 무기로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타 힙합 뮤지션의 앨범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왔다.게스트의 입장에서 늘 신선함을 선사하는 그였지만, 역으로 그가 앨범의 주인공이 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러기드 맨처럼 흔치 않은 스타일을 구사하는 힙합 뮤지션의 경우, 처음 접할 때는 누구보다 쉽게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지만, 장시간 접할 경우 오히려 쉽게 질려버릴 수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기드 맨은 9년 만의 신보 [Legends Never Die]에서 출중한 실력의 랩 게스트들과 훌륭한 비트를 바탕으로 그러한 단점을 교묘하게 커버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랩 스타일은 고스란히 유지하는 영민함을 보여준다.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특정 트랙에서 특유의 타이트한 랩이 빛을 발한다고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음을 공감할 것이다. 인트로(Intro), 아웃트로(Outro) 형식의 곡을 제외한 앨범 전반에 걸쳐 기기묘묘한 랩으로 아예 도배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탈립 콸리(Talib Kweli), 테크 나인(Tech N9ne), 브라더 알리(Brother Ali) 등 실력파 랩퍼들이 러기드 맨의 휘황찬란한 랩과 발맞춰 다양성을 불어 넣었으며, 비트 메이커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씨-랜스(C-Lance), 미스터 그린(Mr. Green), 벅와일드(Buckwild) 등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늘 독특한 드럼 머신 사운드를 고수하는 장인 아야톨라(Ayatollah)까지 가세했다.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 진영의 씨-랜스가 프로듀스하고 테크 나인과 크리즈 칼리코(Krizz Kaliko)가 게스트로 맹활약하는 "Holla-Loo-Yuh"는 앨범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손꼽힌다. 고전 음악의 루프를 활용하여 '과도한 실험'의 결과물이라 분류될 만한 "Underground Hitz"는 명백한 마이너스의 요인이 되지만, 그 이상의 치명적인 지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듣는 재미가 쏠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러기드 맨 스스로도 그러한 단점을 알아챘는지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준수한 랩 게스트들과 알앤비 싱어 이몬(Eamon)의 코러스, 비트메이커들의 활약을 대안으로 믿은 그의 선택은 탁월했고, 그가 가진 재능을 십 분 발휘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는 앨범이다. 이 랩 괴물의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는 "Definition of a Rap Flow"라는 곡명처럼 랩 플로우에 있어 누구보다도 자신 있음을 천명하는 알에이 더 러기드 맨의 화려한 랩을 50여 분 동안 원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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