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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rand Nubian
Album: Foundation
Released: 1998-09-29
Rating:
Reviewer: 양지훈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골수 힙합 음악 청중들 중에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의 팬은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나 데 라 소울(De La Soul)을 좋아하는 이들에 비해 숫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브랜드 누비안도 그들 못잖게 굉장한 업적을 달성한 그룹임에도 말이다. 앞서 말한 두 그룹과는 달리 구성원의 절반이 팀을 들락날락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지만, 브랜드 누비안의 멤버들이 '90년대 내내 범작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던 실력자들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실이다. 그 중 최고의 데뷔작으로 꼽히는 [One For All]은 힙합 명반을 논할 때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또 다른 명반인 [Foundation]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을 논하지 않으면, 브랜드 누비안의 진면목을 절반만 감상하는 셈이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그들이 대중과 멀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불태웠던 명작 [Foundation]을 논하고자 한다.[Foundation]은 브랜드 누비안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만든 네 번째 정규 앨범이다. 앨범이 만들어지기 전, 솔로 활동을 추진하던 그랜드 푸바(Grand Puba)는 1집 이후부터 팀을 떠나 있었고, 또 한 명의 원년 멤버 디제이 알라모(DJ Alamo)도 푸바와 뜻을 함께했던 상태였다. 로드 자마(Lord Jamar) + 사닷 엑스(Sadat X) + 디제이 신시어(DJ Sincere) 형태의 트리오로 운영되던 2집과 3집의 결과물도 결코 나쁘지 않은 앨범이었지만, 데뷔작에 비해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에 반해, 초창기의 식구들이 다시 뭉친 [Foundation]이 가져다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그룹 멤버들 위주의 프로듀싱을 고수하던 1집과 2집, 로드 자마가 7할 이상을 도맡았던 3집 등, 전작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외부 프로듀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D.I.T.C.의 멤버들 - 로드 피네스(Lord Finesse),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벅와일드(Buckwild), 그리고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등 게스트 비트 메이커들과 브랜드 누비안 멤버들이 직접 만든 비트가 혼재해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프리모 고유의 루프를 감지할 수 있는 "The Return", 황량한 느낌을 잘 표현한 벅와일드표 비트가 담긴 "Brand Nubian"('98년 버전), 흑인의 자긍심을 업템포 비트 위에 표출한 "I'm Black and I'm Proud" 등, 어떤 곡을 들어봐도 느슨한 구석이 없다. 원년 멤버인 디제이 알라모는 베이스 라인 위주의 트랙 "Probable Cause"와 건반 운용이 돋보이는 "Back Up off the Wall"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또한, 현재의 삶에 대한 성찰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Maybe One Day", 우수한 샘플링의 예로 기록될 만한 "Don't Let It Go to Your Head"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분류하기에 손색이 없다.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특유의 방정맞은 랩으로 코러스를 처리한 "Let's Dance"는 타 트랙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워낙 출중한 곡이 곳곳에 박혀 있어서 그러한 의아함을 충분히 커버한다.
비트와 랩 양면에 걸쳐 지루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이상적인 조합을 만들어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소수의 피처링 랩퍼만을 동원했고, 로드 자마 + 사닷 엑스 체제의 3집과 달리 [Foundation]에서는 원년의 랩 트리오가 벌스(verse)를 3등분하는 전개 방식이 주를 이룬다. 독특한 톤을 소유한 사닷 엑스의 랩이 부담으로 다가오던 청자에게는 로드 자마와 그랜드 푸바의 합세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경찰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인권 문제까지 예전 작품에서 다룬 주제와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힙합 음악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기 과시적인 가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가사는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재정비한 그룹의 새 출발을 알리는 "Here We Go"부터 아름다운 마무리의 "U for Me"까지, 앨범의 흐름도 매우 인상적이다. 샘플링의 귀재들이 모여 너 나 할 것 없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고, 그룹 멤버들이 논하는 다양한 주제와 유려한 랩은 비트와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냈다. 2집과 3집 시절의 (아주 조금) 아쉬웠던 느낌을 120% 채우고도 남는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탄탄한 앨범이었음에도 저조한 판매량 때문에 브랜드 누비안과 메이저 레이블(일렉트라, 아리스타)의 인연이 이 앨범 이후, 끝났다는 점이다. 이를 기점으로 그룹은 전형적인 언더그라운드의 노선을 걸으며 대중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원년 멤버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지핀 뜨거운 불꽃과도 같은 [Foundation]은 시간을 불문하고 늘 좋은 감흥을 안기는 작품이며, '90년대 말 힙합 명반의 대열에 합류시키기에도 충분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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