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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uicy J
Album: Stay Trippy
Released: 2013-08-23
Rating:
Reviewer: 강일권
1991년에 데뷔한 쓰리 씩스 마피아(Three 6 Mafia)는 특유의 단조롭고 음침하며 끈적이는 '멤피스표 서던 힙합 사운드'를 통해 다수의 골수팬을 생성해냈지만, 음악적으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기 때문에 그 세력을 크게 확장하진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서던 힙합 천하'가 도래하면서 그들의 음악은 어느덧 보편적인 힙합 음악의 영역 안에 놓이게 됐다. 앨범 판매량이 상승한 것은 물론,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은 이러한 사실에 방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사이 멤버 변동을 겪고 2008년 작인 [Last 2 Walk] 이후, 오랫동안 이들의 앨범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와중에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 쥬시 제이(Juicy J)는 후배 랩 스타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며, 솔로 커리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두 선후배가 손발을 맞춰서 제작한 이번 앨범은 기대 이상의 감흥을 선사한다.이는 탄탄한 프로덕션의 공이 크다. 5곡에서 크레이지 마이크(Crazy Mike)와 공동 프로듀서로 분한 쥬시 제이를 비롯하여 닥터 루크(Dr. Luke),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아이디 랩스(ID Labs), 샙(SAP), 팀발랜드(Timbaland) 등이 만들어낸 일련의 몽환적이고 부유하는 사운드의 비트들은 'Trippy 라이프 스타일(필자 주: 여기서 'Trippy'는 마약류에 취해 몽롱한 상태와 '멋진'을 다 의미하지만, 전자에 좀 더 무게가 쏠려 있다.)'로 함축할 수 있는 앨범의 컨셉트를 성공적으로 부각한다. 위켄드(The Weeknd)의 "High For This"를 샘플링하여 PBR&B와 808드럼 사운드의 절묘한 결합을 선보인 "Smokin' Rollin'", 흡사 한스 짐머(Hans Zimmer)의 SF 영화 스코어를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Bounce It", 앰비언트 뮤직처럼 사운드의 잔향을 은은하게 퍼트림으로써 멜랑꼴리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하는 "Smoke A Nigga"와 "Talkin' Bout"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자 본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곡들이다. 그 사이사이 배치된 스트립 클럽을 겨냥한 트랩 비트들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다만, 프로덕션을 꾸리는 능력과 반대로 쥬시 제이의 랩은 특출하지 않은 편이다. 베테랑으로서 여유가 느껴지고, 간혹 유머러스한 라인을 던지긴 하지만, 그는 애초에 리릭시스트(Lyricist)와는 거리가 멀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랩퍼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본작에서 쥬시 제이의 랩은 주연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의 랩핑이 별다른 흠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앨범의 컨셉트와 잘 융화된 덕이다.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작정하고 드러낸 타깃층과 음악적인 지향점 아래에서 쥬시 제이의 랩은 진부하긴 해도 그다지 모나 보이지 않는다.
[Stay Trippy]는 랩이 줄 수 있는 감흥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활동한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의 노련함과 프로덕션의 힘으로 이끌고 가는 앨범이다. 무엇보다 싱글 몇 곡이 아닌, 앨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메인스트림 서던 힙합 앨범은 오랜만이다. 지난 20여 년간 쓰리 씩스 마피아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쥬시 제이는 이렇게 솔로 커리어에서도 성공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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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비만큼 정통하거나 빅보이처럼 획기적이진 않지만, 참 음악 잘하는 남부의 형님같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