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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ig Sean
Album: Hall of Fame
Released: 2013-08-26
Rating:
Reviewer: 예동현
빅 션(Big Sean)의 데뷔 앨범 [Finally Famous]는 즐거운 잘 만든 랩 앨범이었지만, 한계 또한 분명했다. 지나치게 킬러트랙에 힘을 준 앨범의 구성은 임팩트있는 순간의 수와 시간을 확장했으나 앨범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려 버렸다. 그렇다 보니 빅 션은 주인공의 역할은 무난하게 수행했음에도 정작 자신에 대한 인상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했다. 확실한 재능과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음에도 그의 메이저 데뷔 앨범은 시간보다는 순간에 집착했고, 작품보다는 상품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대거 등장한 세대 사이에서 빅 션은 퍼포머로서 보이는 존재감에 비해 뮤지션으로서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두 번째 앨범인 본작 [Hall of Fame]에서는 확실히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역시나 유명세(Fame)의 컨셉트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설득력 있는 드라마를 더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부와 명예에 대한 당당한 집착이 그의 태도 덕분에 멋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거듭될수록 설득력과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션은 영리한 태도로 주제를 풀어나간다. 막연하게 일반화된 꿈의 성취와 성공의 쾌락에 대한 이미지를 답습하는 대신 “Nothing Is Stopping Me” 나 “First Chain”과 같은 곡에서 그는 꿈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철저히 개인화해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개인적 경험과 섞어낸 일련의 이야기들이 드라마를 부여하면서 비슷한 주제의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되는 동시에 화려하게 포장된 채로 앨범의 중간마다 거듭해서 등장하는 '막연하게 일반화된 성공의 이미지'들을 더욱 부각해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나 똑똑하고 겸손한 놈이지만, 생각 없이 막 노는 것도 잘하는 쿨한 놈이야.” 쯤 되는 위치인 것이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빅 션은 한순간에 고도의 집중력과 파괴력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에 더 재능 있다. 히트 싱글 “Beware”나 약간 낡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비트 같은 “Fire”도 좋은 트랙이긴 하지만, 백미는 독특한 질감의 트랩 사운드가 돋보이는 “Mona Lisa”나 “I Do It”의 후속처럼 들리는 “It’s Time”과 같은 트랙이다. 대단히 뛰어난 후렴구(Hook) 메이킹과 플로우 디자인을 선보이는 “Mona Lisa”는 곧 이어지는 “Freaky” 스킷이 곡의 마무리를 망쳐버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센스있는 트랙이며, 영 지지(Jeezy)의 대활약이 돋보이는 “It’s Time”은 전작에 비해 약간은 부족한 활기를 채워준다. 중간중간 스킷들이 앨범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나며 게스트들의 활약도 좋고 주인공인 빅 션의 퍼포먼스도 전작보다 훨씬 훌륭하다.
사실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빅 션은 최근에 자주 보이는 멜랑꼴리한 비트 위에 감성적이고 난해함 가득한 메시지를 올려놓고 고독한 예술가 폼을 잡는 부류와는 거리가 멀고, 골든 에이지를 되돌려 놓겠다는 열혈 힙합 전사와도 거리가 있다. 적당한 비교 대상을 찾는다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드래이크(Drake), 제이 콜(J. Cole), 빅 크릿(Big K.R.I.T.), 애이샙 록키(A$AP Rocky) 등등, 현 세대의 경쟁자보다는 차라리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메이스(Ma$e)나 패볼러스(Fabolous)와 같은 유형이다. 갱스터 랩 대신 여자와 돈에 대한 비중이 늘어났을 뿐이다. 앨범보다 게스트로서나 싱글 단위에서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면도 비슷하다.
[Hall of Fame]은 분명히 잘 만든 앨범이며, 굉장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의 센스있는 순간이 넘치는 앨범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앨범은 창의력과 다양성의 부재에 발목을 잡힌다. 일렉트로 비트에 기반한 다양한 변주 같은 류의 비트플레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앨범은 많은 부분에서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자신을 변호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묘사하는 과정과 그 가운데 펼쳐지는 광란의 향연, 고뇌의 순간, 덤다운 판타지(Dumb Down)에서 인텔리전트 엠씨를 교차하는 대부분의 순간은 그의 선배들이 미리 펼쳐놓은 그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빅 션은 굉장한 펀치라인과 흥미로운 묘사로 가득한 인상적인 디테일을 그려내긴 했지만, 앨범 전체를 통해 그가 그려내고자 하는 전체적인 비전은 그리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 확실히 놀자는 건지 아닌지 어중간한 그의 태도가 이 매력적인 앨범을 모호한 성격으로 만든다. 어쨌든 즐거운 순간의 모음집으로써 [Hall of Fame]은 흠 잡을 데 없는 수작이지만, 그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까지 오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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