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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eltron 3030
Album: Event 2
Released: 2013-09-30
Rating:
Reviewer: 강일권
프로듀서 댄 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 랩퍼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Del the Funky Homosapien), 디제이 키드 코알라(Kid Koala)가 뭉친 그룹 델트론 써리써리(Deltron 3030)이 2000년에 발표했던 앨범 [Deltron 3030]은 대안적인 힙합의 결정체이자 랩/힙합으로 연출한 한 편의 스페이스 오페라 걸작이었다.
이미 닥터 옥타곤(Dr. Octagon),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 디제이 섀도우(DJ Shadow)와의 합작 앨범 등을 통해 독특한 감각의 프로듀싱을 선보여온 댄의 실험 정신은 폭발했고, 그 이름처럼 지적이고 펑키한 라임을 뱉어온 델의 랩은 3030년의 황폐한 미래 공간 속 치열한 순간으로 청자를 빨아들였다.
특히, [Deltron 3030]이 내세운 디스토피안(Dystopian) 컨셉트는 이렇듯 놀라운 완성도의 음악을 통해 설득력을 얻으며, 많은 언더그라운드 힙합팬을 열광케 했다. 그로부터 매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애초에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줄 알았던 델트론 3030이었지만, 2006년 즈음 두 번째 앨범에 관한 소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2008년에 작업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던 속편은 추가 작업이 이뤄진 끝에 5년이 지나고서야 드디어 발표됐다.[Event 2]의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10년 뒤인 3040년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디스토피아 문학, 혹은 영화 속의 세계가 지니는 몇 가지 공통점들은 앨범의 컨셉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쟁, 탐욕, 환경오염, 기술의 지나친 발달 등으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성이 위협받으며,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사회. 거리에서는 범죄자들이 들끓고, 이미 공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혼돈의 세상.
이것이 바로 본작의 배경인 '델트론 행성'이며,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이 분한 델트론 제로(Deltron Zero)와 오토매토는 이 세상을 구원해줄 슈퍼 영웅들이다. 이 장엄한 서사시가 뜻밖의 게스트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 Levitt)의 내레이션("Stardate")에 이어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던 두 영웅의 귀환을 알리며("The Return") 시작된다.델은 오시이리스(Osiris/*필자 주: 고대 이집트 주신의 한 명으로 죽음과 부활을 관장하는 신으로 잘 알려졌다.)에 비견하는 존재 델트론 제로에 다시 한 번 빙의하여 작품의 주인공이자 스토리텔러로서 투쟁과 구원의 역사를 충실히 전하고, 오토메이터 역시 앨범의 분위기에 걸맞은 미래지향적이며 어둡고 거친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전작과 차이라면, 이번엔 클래시컬하고 장중한 편곡보다 리듬 파트가 강조된 러프한 비트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페이스 노 모오(Faith No More)의 프론트맨 마이크 패튼(Mike Patton), 잭 드라 로차(Zack De La Rocha), 배우이자 싱어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Mary Elizabeth Winstead/*필자 주: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의 여자 주인공!)에 이르는 좀 더 다양한 게스트가 포진했다는 것도 그렇다.전반적으로 랩과 프로덕션 모두 탄탄한 완성도를 선보이지만, 아쉬운 건 아무래도 발매 시기와 스스로 창조했던 명작 [Deltron 3030]의 그늘이다. [Deltron 3030]이 나왔을 때와는 달리 전작과 이번 앨범 사이에는 전위적인 프로덕션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힙합 앨범, 또는 곡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그렇다 보니 본작에 담긴 음악과 가사가 주는 감흥은 전작이 안겼던 충격과 환희를 이어가지 못한다.
"The Return", "The Agony", "Look Across the Sky", "What is This Loneliness", "Do You Remember", "City Rising From The Ashes" 등등, 이들의 앨범을 통해 기대한 사운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트랙들도 [Deltron 3030]의 음악이 워낙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로 놀라움을 안겼기에 전작의 곡들과 비교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곡 자체의 완성도는 준수함에도 방향성에서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흡입력이 부족하긴 해도 이 앨범이 만약, 원래 계획대로 2008년에 나왔다면, 평이 좀 더 후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작을 뛰어넘고자 신중을 기한 그들의 선택이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그럼에도 이걸 간과해선 안 되겠다. 본작에 대한 평가가 다소 박할 수밖에 없는 건 힙합 역사에 기록될 혁신적인 전편 [Deltron 3030]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델트론 3030의 세 멤버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괴물 같은 첫 결과물을 창조한 것도 결국, 그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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