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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rake
Album: Nothing Was The Same
Released: 2013-09-20
Rating:
Reviewer: 예동현
드레이크(Drake)의 새 앨범 [Nothing Was The Same]은 올해 미국 힙합 씬의 중요한 앨범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 이 앨범은 드레이크가 그의 커리어에서 잘하던 모든 것을 그대로 담아내서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서 내놓은 수작이며, 현재까지 드레이크 디스코그래피의 정점이다. 동시에 힙합과 알앤비 씬을 위시한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드레이크 스타일 - PBR&B나 일렉트로 팝으로 부르던, 멜랑콜리 힙합, 또는 앰비언트 랩으로 부르건 어쨌든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카테고리의 선두주자로서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만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는 성과도 거두었다.드레이크는 데뷔 앨범에서 랩과 힙합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특유의 도시적 느낌의 깔끔하고 미니멀한 공간감과 잘 맞물리는 나긋나긋한 멜로디의 노래들이 더 큰 반응을 얻었고, 이 때문에 그는 두 번째 앨범에서 걸작을 만들뻔했지만, 그 공식에 약간은 발목 잡히고 말았다. [Take Care]는 당시 유망주에 머물러있던 현재의 신성들인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미겔(Miguel), 위켄드(The Weeknd)와 같은 인물들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대안적 컨템포러리 알앤비 앨범이었으며, 자연스레 드레이크의 랩은 “Lord Knows” 등의 탁월한 곡들이 있었음에도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못했다. 이는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별개로 가사의 서술에도 탓이 있는데, 멜랑콜리함이 극대화되면서 전체적으로 구체적이지 않은 메시지의 가사는 앨범의 큰 정서를 살리는 데는 도움을 주었지만, 열혈 힙합 마니아들에게 앨범의 장르 논란에 대한 가장 확실한 공격수단을 제공해준 셈이었다. 적어도 스스로 위대한 힙합 뮤지션임을 주장한다면, 드레이크가 이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또한 궁금한 점이었다.
그의 해답은 뜻밖에 간단하고도 효과적인데, 랩과 보컬의 비중을 균형 있게 정리하고 보컬이 예의 멜랑콜리한 정서의 모호한 상황묘사로 전체적인 분위기의 큰 그림을 잡는다면, 랩이 구체적인 서술로 세부적인 부분을 그리는 방식이다. 때로는 랩과 보컬의 역할을 교묘하게 바꾸기도 하고, 랩과 보컬의 구분을 없애버리기도 하면서 앨범 내부의 테두리까지 부드럽게 다듬고 나니 [Nothing Was The Same]은 비로소 완전한 덩어리로 기능한다. 하드코어 랩퍼와 도회적 보컬리스트 사이에서 충돌하는 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그냥 ‘드레이크 스타일’로 정의된다는 의미다. 더불어 기존에 잘하던 것들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반복한다. “Furthest Thing”은 가장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며, “I’m Goin’ In”의 미니멀 비트 버전인 “Started From Bottom”의 탁월한 균형감각이나 가장 큰 반응을 얻었던 1집의 “Find Your Love”의 노골적인 후속임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상큼하고 즐거운 “Hold On, We’re Going Home”을 리드 싱글로 택하는 뻔뻔함도 보여준다.
이런 성공이 확보되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앨범 내의 랩 트랙들은 드레이크가 자신의 성공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질투에 조소를, 때로는 경멸을 보내는 방식으로 일관한다. “Started From Bottom”의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울림은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후렴과 강한 리듬에 의해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클럽 트랙으로 작동하게끔 하면서 이어지는 앰비언트 비트에서 군데군데 서술을 보강하며 스토리의 설득력을 부여하고, 후반부의 “Pound Cake/Paris Morton Music 2”에서 이 분야 최고 권력자인 제이 지(Jay-Z)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성공이 합당한 것이며, 그를 향한 비난이 질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은근슬쩍 공식화한다. 그간 그의 음악이 들려줬던 입체적인 공간감에 비해 약간은 평범하고 밋밋했던 컨텐츠 설계를 고려해보면, 감탄할 정도다. 그런데 절묘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랩 트랙들이 이쪽 이야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 보니 앨범 내 이야기의 공통된 목적지가 확실치 않으며, 감정의 흐름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고 매끈한 전체 덩어리를 세밀하게 더듬다 보면, 군데군데 우둘투둘하고 부적절한듯한 이음새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흠집들이 크진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사실 앨범의 타이틀과는 약간 어긋나는 것 같지만, 이 앨범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러나 원래 존재하던 그의 스타일과 캐릭터의 충돌을 제거하고, 애초에 잘하던 것들만을 모았더니 새롭다고 부를 수는 없더라도 전혀 다른 것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새롭지 않지만 다른’ 드레이크의 결과물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 뻔뻔함 때문에 더 좋은 “Hold On, We’re Going Home”을 다시 플레이하면서 이제 그의 헤이터들이 드레이크의 음악에 태클을 걸고 싶다면, 적어도 장르와 소속에 대한 것을 트집 잡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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