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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ermanology
Album: G.O.Y.A. (Gunz or Yay Available)
Released: 2013-10-08
Rating:
Reviewer: 양지훈
보스턴이 낳은 재능 터매놀러지(Termanology)의 다작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른다.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와 함께한 [1982] - [2012] 시리즈부터, 릴 페임(Lil' Fame of M.O.P.)을 메인 프로듀서로 기용했던 [Fizzylogy]에 이르기까지,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디스코그라피를 채워가는가 하면, 믹스테입의 발매를 계속하며 전형적인 일 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피처링으로서도 빛나는 활약을 밥 먹듯이 보여주는 그였다. 그렇지만 역으로 이러한 다작이 그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스태틱 셀렉타와 만든 다수의 트랙만 봐도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지는 알 수 있다. [1982] - [2012] 연작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정규 앨범 중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만 했다.이러한 평단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다작은 올해도 계속된다. 이번엔 오래 전부터 함께 해왔던 프로듀서 숏퓨즈(Shortfyuz)에게 프로듀싱을 일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번 앨범 [G.O.Y.A.]에서는 스태틱 셀렉타와 함께하던 시절처럼 엉성하고 허약한 음악 탓에 맥을 빠지게 만들지 않는다. 프로듀서 숏퓨즈의 힘을 통해, 거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운드를 일관성있게 이어간다.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와 넛츠(Nottz) 등의 프로듀서가 참여했던 [Politic as Usual] 시절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터매놀러지의 장기인 라임 폭탄은 이번 앨범에서도 불을 뿜는데, "Scandalous" - "Pulp Fiction"으로 이어지는 초반부가 압권이다. 한 마디 안에서 두 개 이상의 라임을 넣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던 오래 전의 언변이 무색할 정도로, 촘촘하게 배치한 라임이 청자를 압도한다. 피처링 랩퍼들의 참여가 꽤 많지만, 그는 거의 매 곡에서 유려한 랩을 쏟아내며, 주인공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다. 특히, 끝자락에 배치된 "100 More Jewelz"는 실로 막강한 트랙이다. 저 유명한 믹스테입 [Hood Politics IV]에 실린 "100 Jewels"의 속편 격인 이 곡를 통해서 우리는 터매놀러지가 왜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탄탄하지만, 눈에 확 띄는 트랙이 없다고 한탄하던 이들도 마지막 트랙을 듣는 순간에는 강렬함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명불허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의 랩은 타이트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게스트 랩퍼들과 화학작용은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빅 퍼니셔(Big Punisher)의 아들 크리스 리버스(Chris Rivers), 다이스 로우(Dice Raw), 노리에가(N.O.R.E., 혹은 Noreaga) 등등, 처음으로 대면하는 이들을 대거 초대하는 모험을 강행했는데,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는 터매놀러지의 랩에 이어지는 노리에가의 랩은 다소 아쉽고("Judo"),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의 랩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You Ain't Safe"). 릴 페임과 쉭 로우치(Sheek Louch)가 참여한 "Straight off the Block"도 앨범을 대표할 만한 곡이 되지는 못한다. 빠른 템포로 유려한 랩을 펼치는 보스턴의 베테랑 렉스(Reks)가 고군분투하지만("Pulp Fiction"), 다른 노장들이 터매놀러지의 기세에 눌리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초반의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번엔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제 몸에 맞는 옷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 믹스테입 시리즈물의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가 정규 앨범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라본다. 터매놀러지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은 랩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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