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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usha T
Album: My Name Is My Name
Released: 2013-10-08
Rating:
Reviewer: 예동현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샤 티(Pusha T)의 솔로 정규 앨범 [My Name Is My Name]은 혁신적인 결과물과는 거리가 있다. 이 앨범은 여전히 성공에 감춰진 거리의 냉혹함과 비정함, 경쟁과 승리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이는 푸샤 티를 비롯한 수많은 랩퍼가 이전부터 해왔던 이야기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대단한 이유는 이야기의 뼈대부터 디테일까지 밀도있고 명확하게 그려내는 푸샤 티의 능력이다. 그는 위대한 표현력으로 익숙한 주제들을 전혀 다른 색감으로 그려낸다.이 앨범에서 랩퍼로서 푸샤 티를 묘사하자면, ‘완벽한 랩퍼’를 마음 속에 그려두고 그에게 모자란 부분을 감점시켜 설명을 완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충실히 수행했고, 익숙한 주제와 내용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면, 다른 뉘앙스를 가지게 된다. 푸샤 티의 랩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바로 의미를 두 번 숨기거나 거듭된 은유로 원래의 의미를 강조하는 독특한 은유법이다. 직관적인 비유를 던져서 청자가 대놓고 그 라인의 의미를 해부하게끔 유도하면서 동시에 동음이의어나 유사한 발음을 통해 그 은유 속의 의미를 새로운 은유로 만들어 버린다. “Sweet Serenade”의 세 번째 벌스가 가장 확실한 예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Look, my ouija board don't never lie to me(봐, 내 위자 보드는 절대 거짓말 하지 않아) / The best rapper living, I know who's alive to me(살아있는 최고의 랩퍼, 난 살아있는 사람을 알고 있어) / Yeah, the competition's all but died to me(그래, 경쟁자 모두가 나에게 죽었지)” 같은 라인은 릴 웨인(Lil Wayne), 드레이크(Drake)와 지속되는 불화 속에서 날리는 은근하지만, 강력한, 냉혹하지만, 아름답기마저 한 멋진 가사다. 때로는 유사한 발음을 사용하거나 발음 자체를 뭉개버려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라임들을 써내며, 청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날카로운 펀치 라인을 곳곳에 숨겨놓기도 한다.*편집자 주: '위자 보드'는 점술, 혹은 강령술에 사용되던 판으로, 강령술은 '분신사바'와 비슷하다.
이처럼 가공할 가사의 표현력 덕에 앨범의 전반적인 메시지들은 훨씬 더 입체적이며, 때로는 주제와 표현 사이에서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그의 디테일한 표현력은 이야기 전체의 구조를 세우는 부분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약거래에 관한 뻔한 이야기가 문학적이거나 철학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거리의 삶에서 푸샤 티가 거둔 승리를 이야기할 때 그 뒤에 감춰진 비정함과 안타까움도 동시에 엿 볼 수 있다. 더불어 라임 자체를 위한 라임을 지어내고 화려한 플로우로 청자의 감정을 끌어 올리기보다는 서서히 여유 있게 플로우를 밟아가면서, 바(bar) 사이 사이의 빈 공간들도 벌스의 일부분으로 설계하여 더 큰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그 실력의 위대함이 널리 알려진 이에게서 새삼스러운 감동을 얻는 경험은 드문데, 푸샤 티는 이 앨범에서 심심찮게 청자의 방어벽을 박살내고 그 자리에 놀라움을 남긴다.
물론, 그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게끔 발판을 마련한 프로덕션의 공도 잊을 수 없겠다. 푸샤 티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앨범으로 꼽을 수 있는 클립스(Clipse)의 [Hell Hath No Fury]와 [My Name Is My Name]을 비교해보면, 좀 더 흥미롭다. 기괴하고 실험적이라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가 냉철하고 예리한 라이밍과 만나 놀라움의 경지에 오른 [Hell Hath No Fury]에 비해 이번엔 훨씬 계획적이고 깔끔하며, 안정감 있게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양한 분위기의 비트들은 몇 개의 킬러트랙에 의해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 맞게끔 정렬하고 있으며, 푸샤 티의 라이밍을 풍성한 공간감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반부에 위치한 메인스트림 취향의 몇몇 트랙들은 완성도를 떠나서 이 앨범의 톤 앤 매너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달달한 “40 Acres”나 메이스(Ma$e)를 모사한 플로우가 흥미롭지만, 역시 좀 뜬금없는 “Let Me Love You” 같은 곡들은 그 의도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할 것 같다. 더불어 초반부와 후반부의 킬러트랙에 비해 중반부에 이르러 크게 떨어지는 긴장감과 무게감이 앨범 전체의 발목을 잡는다. 그나마 크게 흠 없는 완성도 덕에 대단한 초반부와 후반부의 흐름을 큰 무리 없이 이어주고는 있지만, 앨범의 중반부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약간의 아쉬움에도 이 앨범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부족함 없는 만족을 선사한다. 푸샤 티의 경이로운 능력이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가장 흡족한 이 앨범은 두 가지의 뻔한 사실에 대한 증거이다. 신선한 놀라움은 엉뚱한 것만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결과물보다 잘 만든 결과물이 더 낫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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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개곡들이 죄다 올해의 트랙감이었던 앨범이네요.
그만큼이나 발매전에 기대치를 높여버린 탓에 전체적인 평가가 극과극이 되어버린 형세인거 같은데,
확실히 푸샤의 개쩌는 탤런트가 나름대로 잘 드러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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