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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ni Braxton & Babyface - Love, Marriage, Divorce
- 정휴(Contributor) 작성 | 2014-02-13 18:12 업데이트 | 추천하기 19 | 스크랩 | 28,107 View
Artist: Toni Braxton & Babyface
Album: Love, Marriage, Divorce
Released: 2014-02-04
Rating:
Reviewer: 정휴(Contributor)
한 번쯤은 기대했었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공식 듀엣 활동을 말이다. 영화 [Boomerang] 사운드트랙에서 최고의 궁합을 보였던 게 무려 20년 전의 일인데, 가시지 않은 선연함이 그 오랜 세월을 일시에 증발시켰다. 돌이킬 수 없는 흔적에 기대어오다가, 문득 그들의 재회 소식에 설렌 이, 분명히 있을 거다.1)'90년대를 주름잡았다. 가감 없이 베이비페이스를 표현하자면 그렇다. 마치 틀에 찍어 성형된 달곰한 붕어빵처럼, 늘 알차고 고른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계처럼 찍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그는 풍매하는 민들레 꽃씨였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알엔비(R&B) 음악의 역사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가 그의 음악과 연대한다. 매력적인 중저음을 지닌 토니 브랙스턴은 손꼽히는 그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데뷔 시절부터 아낌없는 지원으로 발했던 격렬한 빛은 널리 고르게 퍼졌다. 제작자와 보컬리스트로, 레이블 '라페이스(LaFace)'를 대표하는 두 남녀는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
그들이 '90년대에 정점을 찍으며 선명한 자화상을 남겼다면, '00년대로 들어서면서 점차 묽어지다가 최근에 이르러 무화되었다. 이젠 가변적인 그들의 상태를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려던 찰나에 그 공백의 사유와 정서를 무시하고 옛 영광을 회상하게 하고 있으니, 본 앨범을 대하는 시각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작부터 기준을 정해놓고 출발했다. 얼마나 향수를 자극하느냐, 혹은 오롯이 복원하느냐. 기대와 우려가 함께 교차한다.
사랑, 결혼, 이혼. 제목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연'으로 엮인 일련의 행위들. 그것은 두 사람에게 얼룩진 무늬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곧 그들의 삶이다.2) 게다가 베이비페이스는 애초에 사랑밖에 몰랐다. 사랑을 전제로 상상하거나 이야기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감수성과 자의식을 표현하곤 했다. 여기에 결락의 아픔으로 생긴 상처의 근원을 쫓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두 사람의 묵직한 태도가 더해졌다. 그래서 "Roller Coaster"의 진부한 노랫말로 운을 띄우는 까닭은 명확하고 자연스럽다.3)
토니 브랙스턴은 오랜 갈증을 해소하듯 그 농도의 짙음을 더했다. 특히, "Where Did We Go Wrong"의 여린 쇳소리가 도드라진다. 얇지 않은 세월의 무늬로부터 나온 낯섦이 나쁘지 않다. 은은하게 뿜어진 희뿌연 수증기가 아스라이 퍼진다. 귀가 눅눅해졌다. 갈급했던 "Breathe Again"의 애틋한 음성을 실제 마주하니 청량감과 동시에 상념이 아득하게 물결진다.4) 참 오랜만에 그녀가 비상했다. 더불어 데뷔 시절 "Best Friend"로부터 느낀 적요함이 "I Wish"로 승계됐다. 흥미롭게도 두 인수인계의 주체는 모두 토니 브랙스턴의 창작물이다.5)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작법이 부활하지 않았다면, 토니 브랙스턴이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었을까 자문해본다. 보편적 감성을 극대화하는 탁월한 능력이 다시금 기지개를 켰다. 공백이랄 것도 없이 긴 세월의 틈을 촘촘하게 메운다. "Hurt You", "The D Word"의 구성진 음계는 물론, 그만의 비장의 무기와도 다름 없는 어쿠스틱한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Where Did We Go Wrong", 대릴 시몬스(Daryl Simmons)도 작정한 듯 특유의 작법으로 응수하는 "Reunited"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90년대로의 회귀가 펼쳐진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그렇다고 해서 [Love, Marriage, Divorce]를 단순히 '90년대의 향수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작법과 토니 브랙스턴의 소생,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이 앨범에 도취되기 어려울 수 있다. 상상해보라.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한다. 상대를 바라보며 눈을 찡그리고 초점을 잡는다. 기대와 우려, 그 순간에도 당신은 만감이 교차한다. 그런데 반갑게도 지기(知己)가 미소 짓고 있다. 우려의 불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향수에 젖은 당신은 그를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충만해진 행복감은 이미 흘러넘쳐 숨길 수도 없다.
1) 1992년 에디 머피(Eddie Murphy) 주연의 영화 [Boomerang] 사운드트랙은 화려한 참여 진으로 구성된 명반이었다. 베이비페이스와 토니 브랙스턴의 "Give U My Heart"가 해당 앨범에 수록되었으며, 빌보드(Billboard) 차트 상위권에 자리매김했다.2) 베이비페이스는 트레이시 에드먼즈(Tracey Edmonds)와 결혼해 13년 만에 이혼했고, 토니 브랙스턴은 알엔비 밴드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의 구성원이었던 케리 루이스(Keri Lewis)와 결혼 후 헤어졌다.
3) "When love is like a roller coaster. Always up and down. When love takes over your emotions. Spins you round and round."
4) "Breathe Again"은 토니 브랙스턴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에 담긴 히트곡이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고 자국 내 '골드(Gold/5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5) 데뷔 앨범에 담긴 "Best Friend"와 [Love, Marriage, Divorce]에 수록된 "I Wish"는 모두 토니 브랙스턴이 작곡했다.
6) 대릴 시몬스(Daryl Simmons)는 레이블 '라페이스'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다. '70년대 후반 그룹 맨차일드(Manchild) 시절부터 베이비페이스와 함께한 그는 베이비페이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특유의 달곰한 멜로디로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보이즈투멘(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 쟈니 길(Johnny Gill)의 "My, My, My", 알리야(Aaliyah)의 "The One I Gave My Heart To"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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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3 | 비추 0
물론, 앨범 마지막 트랙인 "The D Word"의 가사를 찾아 보면 절대 가벼운 내용이 아닙니다. 직설적인 표현도 전혀 없구요. 둘 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경험한 입장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무겁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