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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he Doppelgangaz
Album: Peace Kehd
Released: 2014-02-18
Rating:
Reviewer: 강일권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웨스트코스트 힙합 프로덕션이 결합하면 어떤 음악이 탄생할까? 뉴욕 출신의 듀오 더 도플갱어즈(The Doppelgangaz)의 이번 앨범 속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그만큼 본작의 첫 인상은 상당히 흥미롭다.둘 다 랩과 프로듀싱에 능한 메러 오브 팩트(Matter Ov Fact)와 이피(EP)는 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도플갱어즈를 결성하고 활동해왔다. 데뷔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2008년), 벌써 4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를 보유한 그들의 잠재력이 터진 건 201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Lone Sharks]에서였다. 뉴욕 힙합 특유의 황량하고 둔탁한 비트 위로 듀오는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과 행위들, 이를테면, 술과 매춘에 절어 살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는 부랑자의 삶을 퍼포먼스와 주제에 녹여냈고, 일명 'Black Cloak Lifestyle'를 표방하던 그들의 메시지는 주로 유럽 언더그라운드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개성 있고 탁월한 라이밍과 음악색은 다음 앨범인 [HARK!]로도 이어졌는데, 이번 네 번째 앨범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프로덕션을 통해 또 한 번 신선한 감흥을 안긴다.
딱 들었을 때부터 탄탄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Peace Kehd]의 음악적 묘미는 글의 첫머리에서 얘기했듯이 '힙합 황금기'적 동부와 서부 힙합 사운드의 결합에서 비롯된다. 도플갱어즈는 뉴욕 퀸즈 사운드를 연상하게 하는 음울한 건반과 황폐한 드럼 위로 LA 쥐-펑크(g-Funk)의 전매특허였던 신스 라인을 올려서 90년대 많은 이가 간절히 원했던 양 지역 간의 화합을 이뤄냈다. 첫 싱글인 "Holla x2"를 비롯하여 쥐-펑크의 전형적인 나긋한 바이브가 살아있는 "Live Rugged"와 "Fall Thru"는 그 대표적인 곡들.
특히, "Holla x2"는 몹 딥(Mobb Deep)의 [The Infamouse]와 레이블 데쓰로우(Death Row)의 프로덕션을 같은 비율로 섞으면 나올법한 비트가 참으로 절묘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전반적인 사운드의 조율적 측면이다. 앨범 사이사이엔 서던 힙합 리듬의 "Come Down Awn Eht"처럼 이러한 특징에서 벗어나는 곡들이 있는데, 전체가 빈티지한 질감으로 잘 다듬어진 덕에 스타일이 다름에도 이질감이 아닌 통일감이 느껴진다. 의도적으로 LP 잡음을 연출한 것도 주요했다. 앨범의 가사 면에서도 이전보다 주제가 흐릿해지고 내용도 단순해졌지만, 별 것 없는 이야기를 여전히 센스 있는 어휘와 라임 배치를 통해 풀어가며 청자를 집중하게 하는 솜씨는 인상적이다.
다만, 본작이 아쉬운 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든다는 점인데, 정규 LP와 EP의 중간에 다소 어정쩡하게 놓인 것 같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트랙 구성 때문이다. 앨범엔 인터루드(Interlude) 성격의 인스트루멘탈 3곡이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수록되어 있는데, 맹점은 곡과 곡 사이를 이어준다기보다는 마치 공연에서 인터미션(intermission)처럼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 자체가 단점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정규 트랙이 8곡인 본작의 경우라면, 이러한 구성이 허전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곡 "Peace Out" 이후에 (본작의 구성을 기준으로) 4곡 정도의 한 파트가 더 나와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 말이다. 해당 3곡 역시 인상적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이 곡들도 정규 트랙으로 완성했다면, 최소한 중간에 위치한 "$ In Da Air"만이라도 그랬다면, 더 단단한 구성의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쉬움 토로가 길어지긴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음악적 완성도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고, [Peace Kehd]는 분명 기대 이상의 감흥을 선사하는 준수한 작품이다. 더불어 90년대 동부와 서부 힙합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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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부씬에서 최강이라 부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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