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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bin Thicke
Album: Paula
Released: 2014-06-30
Rating:Rating:
Reviewer: 오이
[Blurred Lines]의 성공으로 한층 더 자기 가치를 확고히 다졌던 로빈 시크(Robin Thicke)의 새 앨범 [Paula]는 시작부터 색다르다. 전 곡이 이혼을 통보한 부인 폴라 패튼(Paula Patton)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만든, 오직 그녀를 위한 세레나데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싶지 않은 한 남자가 고군분투하며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한 [Paula]는 그러나 슬프게도 서둘러 만든 티를 곳곳에서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다. 차라리 음원이 든 USB를 와이프에게 보내는 것으로 그쳤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폴라, 오직 당신을 위해 만들었어”라는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완성된 [Paula]는 제목의 그녀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가 없다.다소 진부한 세레나데로 구성된 [Paula]는 로빈 시크의 초창기 앨범에서 보여준 밋밋한 곡들을 재현한, 그저 그런 재미없는 앨범이다.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저 약간의 비사이드(B-Side) 컷을 모아 놓은 수준의 부족함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상업적 성공을 위해 작업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이번 앨범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치정 싸움을 기웃거리는 기분만을 남기게 한다. 어느 곡 하나 귀를 단번에 사로잡지 못하며, 단지 '폴라'라는 이름만이 남는다. 이번 앨범은 전작으로 쌓아 올린 인기와 이름값이 없었다면 환심을 살 수 없는 작품이다.
로빈 본인이 언급했던 만큼 그 용도에 매우 충실한 첫 싱글 “Get Her Back”은 폴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그의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벼운 그루브감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 곡은 비록 싱글곡으로 선택할 만큼 특별함은 없지만, 여태껏 해왔던 발라디한 트랙들을 생각해본다면 어느 정도 음악적 구색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구색은 그의 최대 무기인 레트로 사운드를 등에 업고 본작의 흐름을 완성한다.
그의 음악관을 관통하고 있는 레트로한 감성은 데뷔부터 중요한 키워드였고, 그의 성공에 큰 공헌자였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그저 구색 맞추기로 전락하였다. 딱히 음악적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지점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조차도 그는 자신의 재능을 놔버렸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을 연상하게 하는 “Living in New York City”나 "Whatever I Want", “Something Bad”, “Time of Your Life” 등은 가라오케에서 술에 취한 채로 흥에 겨워 부르는 듯 가볍고 인스턴트적으로 들린다. 그나마 러브 발라드인 “Forever Love”는 그가 가진 포지션을 잘 드러낸 선택이다. 이번 앨범이 아주 망작이란 판단까지 하지 않는 것은 “Forever Love”를 비롯해서 “You're My Fantasy”, "Black Tar Cloud", "Too Little Too Late" 같은 트랙들의 약진에서 왔다. 그렇기에 만약 넉넉한 시간만 주어졌다면 조금 더 좋은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하다.
첫 곡부터 [Paula]는 촉박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무난한 앨범이다. 그나마 그간 해온 가닥이 있어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킬 수 있었지만, 인생 최고의 한방이었던 [Blurred Lines]에 비한다면 본작은 도리어 그의 커리어를 망치는 한 방이 되었다. 이 앨범의 유일한 목적이 “폴라가 재결합을 재고해 보는 것”이라는 건 알겠지만, 팔아보기로 작정한 만큼 앨범의 목적이 단지 그것만이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부디 [Paula]를 향한 그의 마음이 그녀에게 닿았으면 한다. 그래야 이 앨범은 유일한 가치라도 획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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