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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비프리(B-Free)
Album: Korean Dream
Released: 2014-06-27
Rating:
Rating (2020) :
Reviewer: Quillpen
지난 3월 발표되었지만, 본작에서도 여전히 가장 인상적인 트랙 “Hot Summer”에서 비프리(B-Free)는 ‘큰 지프 같은 차 또 내 집 사야 돼 우리 엄마와 내 미래의 집사람 위해’라고 운을 뗀다. 더해서 때로는 음악보다 현금이 더 좋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하는 이 하와이 출신의 랩퍼는, 그럼에도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경제적인 성공이나 안정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올해 가장 뜨거운 프로덕션으로 기억될 그레이(Gray)의 감탄을 자아내는 비트 위에서 비프리는 자신의 목표가 ‘내 상상력을 잠궈버린 자물쇠를 풀며 새 노래를 만드는 이 랩이란 게임’ 자체에 있음을 피력한다. 무엇보다 전작 [희망]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던 절망과 결별을 선언한 그는 [Korean Dream]이란 의미심장한 타이틀 안에 급작스레 ‘일확천금’, ‘인생역전’같은 이야기를 욱여넣지 않는다.“Hot Summer”를 이렇게 길게 언급하는 것은 [Korean Dream]에서 비프리가 담고자 하는 대부분을 이 곡이 압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꿈과 성공 사이에서 치열하고 우직하게 힙합 음악을 하는 랩퍼의 이야기와 그의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의 처지는 별다를 것 없이 닮아있다. 어쩐지 허황된 이야기를 풀어놓는 “20130804 (Skit)”와 그것을 마무리 짓는 “20130806 (Skit)” 사이에서 “불타(On Fire), “느껴(Feel It)”, “막지 못해(Can’t Hold Me Back)” 등의 세 곡을 통해 한국에서 별다른 타협 없이 고집스레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자신을 그려내는 부분은 참 인상적이다. 특히, 그는 평범한 주제를 놓고 앨범의 타이틀과 구성의 묘를 통해 한국에서의 그저 그런 이야기로 듣고 넘기는 외부의 시선을 더하는데, 그래서 동시대의 같은 처지에 놓인 젊은이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약간의 서글픔까지 담아내며 쉽게 설명하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희망적인 신스 선율과 상승하는 드럼라인이 마치 성가(Anthem)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It Ain”t Easy(Korean Dream)”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와 같이 치열한 삶을 사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위로하며 ‘코리안 드림’의 함의를 풀어놓는다. ‘오늘도 내 저녁은 물김치와 삼각김밥이지만 음악으로 먹고사는 상상하니까 또 행복해지네 그것이 잠깐이라도 난 괜찮아’는 현실과 꿈, 그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성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강력하고 따뜻한 메시지다.
앨범 중반 이후 그는 “Cream”, “뻔한 사랑 노래”, “Song For My Mama”, “Pray”를 통해 벌어야 하는 돈과 챙겨야 하는 가족,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사랑 사이의 연약한 자신을 그려내며 평범한 동년배 한국인의 고달픈 현실을 그려낸다. 이는 전반부에서 그가 전한 메시지에 시대적, 공간적 깊이를 더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앨범의 완성도를 통한 설득력은 곧 화자의 진정성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랩/힙합의 중심에는 라임도 플로우도 아닌 ‘삶의 진정성’이 자리한다는 나스(Nas)의 증언을 실감케 하는 멋진 청각 경험이다.
빠지는 트랙 하나 없이 몇 번을 플레이해도 지루하지 않은 그루브의 프로덕션 위에서 비프리는 탄탄한 랩핑을 구사하며, 프로덕션과 랩의 균형을 맞추었다. 한정적인 어휘력,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플로우 설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박자감각과 공격적이지만, 온 힘은 쏟지 않는 듯한 특유의 톤은 단지 기술적인 평가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음악적 쾌감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곡에서 가사와 상관없이 춤추고 싶게 만드는 흥겨움을 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랩의 운용이 지닌 힘이다.
요란한 수식이나 어울리지 않는 과시가 더해지지 않은 솔직 담백한 그의 이야기는 프로덕션과 랩의 완성도, 그리고 구성의 영리함을 통해 견고한 설득력을 지닌 잘 만들어진 앨범으로 마감되었다. ‘추운 겨울처럼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여름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음악에 대한 열정’ (“Hot Summer”). 비프리는 오늘날 한국힙합 씬의 수많은 랩퍼들이 미처 제대로 노래하지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힙합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가장 소박하지만, 동시에 가장 소중한 꿈이 어떤 것인가를 그럴듯하게 불러냈다. 별다른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여태껏 그가 보여준 한결같은 태도와 이를 민망하지 않게 하는 완성도 있는 두 장의 연속된 앨범으로 어느새 비프리는 대한민국에서 힙합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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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좀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해줘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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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고의 앨범 입니다.
추천 20 | 비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