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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Tang Clan - A Better Tomorrow
양지훈 작성 | 2014-12-07 23: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4 | 스크랩스크랩 | 35,705 View

Artist: Wu-Tang Clan
Album: A Better Tomorrow
Released: 2014-12-02
Rating:
Reviewer: 양지훈









우여곡절 끝에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여섯 번째 앨범 [A Better Tomorrow]가 발표됐다. 동양 무술과 벌떼 등을 이미지화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중후반의 추억을 간직한 채, 그들은 불혹이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힙합 무대를 누비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역사를 지닌 재즈(Jazz)나 소울(Soul) 계열의 뮤지션과 달리, 이들만한 연령대의 힙합 뮤지션은 현역 최고령으로 간주해야 하기에, 우탱을 동나이대 선수들인 케이알에스-(KRS-One),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와 함께 '힙합 할아버지'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기가 왔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클랜에서 유일무이하게 고군분투하며 힙합 노장이 살아남는 방법을 수 년째 몸소 보여주고 있는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를 제외하면 최근 우탱 개개인의 행보는 그다지 순탄하지 않다. 그러나 20년이라는 긴 세월과 그간 우탱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돌이켜 보면, 그들이 겪는 부침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앞서고, 그저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노병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된다. 아마도 우탱의 새 앨범이 나온다고 했을 때, 변화무쌍한 플로우나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움을 기대한 올드팬은 없었을 것이다. 단지 우탱 클랜이라는 일종의 '힙합 브랜드'가 얼마나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앨범을 통해 보여주기를 원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A Better Tomorrow]는 멤버 간의 많은 잡음 끝에 완성되었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그룹 앨범이었으니까. 이러한 새 정규작에서 여전히 우리가 우탱을 기억하고 칭송해야 할이유를 그들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막연하게 생각나는 방법을 세 가지 열거해 보았다.

 

1. () 올 더티 바스타드(Ol' Dirty Bastard)를 제외하더라도 캐패도나(Cappadonna)를 포함하면 무려 아홉 명의 멤버로 구성된 집단인 만큼, 3 [The W], 컴필레이션 앨범 [Legendary Weapons] 등에서 보여준 '쓸데없이 많은 랩 게스트를 동원해 주객이 전도'하는 아이러니함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2. 듣는 순간부터 팬들로 하여금 '그래, 이것이 내가 알던 우탱 클랜이다!'라고 외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들 만한 트랙이 적어도 한두 곡은 수록되어야 한다.

 

3. 우탱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떠오르는 동양적인 사운드를 활용하여 아이덴티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일단, 이번 앨범에서 첫 번째 항목은 확실히 만족스럽다. 게스트의 역할만 해낼 목적으로 섭외한 보컬리스트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우탱 멤버들의 랩이 분위기를 시종일관 주도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항목을 바라보면, 조금 아쉽지만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비록, 올드팬으로 하여금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해줄 만한 트랙은 없지만, 그나마 초반의 "Ruckus in B Minor"가 이러한 기대에 가장 확실하게 부응한 트랙이다. 'Still Number One!'이라는 메쏘드 맨(Method Man)의 진부하기 짝이 없는 외침을 들으면서도 어느덧 차례차례 등장하는 우탱 멤버들의 개성 넘치는 랩에 반가운 표정을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항목은 다소 모호하다. 올 더티 바스타드의 목소리를 도입부에 삽입시킨 곡이 있는가 하면, 클랜 초기 시절(1 ~ 2)의 음원을 재활용 루프로 삼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Ruckus in B Minor"는 데뷔 앨범 [Enter The Wu-Tang]의 첫 트랙의 향수를 노골적으로 자극시키는 곡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분히 과거를 되풀이하는 구성은 오랜 세월 다져진 우탱의 이미지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되는데, 노골적인 추억놀이에 반가움과 진부함이 동반되는 느낌이다.

 

문제는 앨범의 완성도를 들추어 보면 안타깝게도 허점이 많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일단 "Keep Watch"처럼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가볍기만 한 곡을 첫 싱글로 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또한, 괜찮은 싱글이 될 뻔했던 "Ron O'Neal"은 옥에 티가 있어 아쉬움을 금치 못할 곡이다. 과거 지향적인 느낌과는 별개로 멤버 개개인의 랩을 잘 받쳐주는 비트가 귀에 착착 감기고, 특히 르자(RZA)의 랩은 박력이 넘치지만, 보컬리스트를 활용한 후렴구가 흠으로 남는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구성의 묘나 사운드적인 임팩트는 없이 그저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으로만 굳어가는 후반부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초반부 "Ruckus in B Minor""40th Street Black"에서 보여준 노장들의 패기를 지속적으로 발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이렇게 용두사미의 앨범이 된 건 치명적이다. 올 더티 바스타드를 추모하는 대곡 "Life Changes"로 마무리를 지으며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 전작 [8 Diagrams]와 사뭇 대조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르자 위주의 클랜 앨범을 보이콧하며 제작 과정에서 반동분자 노릇을 했던 '랩의 달인' 래퀀(Raekwon)의 비중이 작은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우탱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은 애정을 뒤로한 채 냉철하게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는 결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퇴물로 전락해버린 지난 날의 승리자'라고 폄하할 만큼 허투루 만든 앨범도 아니다. 다만, 우탱의 오랜 역사와 함께 성장기를 보낸 다수의 올드팬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결코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과 우탱은 그러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개개인이 지닌 특유의 랩 스타일을 상실해버린 멤버는 없고, 과거에 비해 랩 카리스마가 현저하게 떨어진 이도 없다는 건 다행스럽다.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의 청명한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고, 근래에는 영화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던 르자의 박력있는 목소리를 랩이라는 도구로 접할 수 있으며, 20년 동안 무엇을 하건 중간 이상은 하는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하이톤 랩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우탱의 흥망성쇠를 꾸준하게 지켜본 이들은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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