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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odega Bamz
Album: Sidewalk Exec
Released: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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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 이진석
2013년에 발표한 믹스테입 [Strictly 4 My Papiz]와 이듬해 발매된 EP [Sunday Service]를 통해 신예로서 입지를 굳힌 보데가 밤즈(Bodega Bamz)의 첫 정규 앨범이다. 뉴욕에 위치한 스패니시 할렘에 근간을 두고 있는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라틴 랩(Latin Rap)과 할렘 랩(Harlem Rap)으로 뚜렷이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정체성은 본작 [Sidewalk Exec]을 정통으로 꿰뚫고 있으며, 이 두 가지 요소는 앨범의 핵심적인 키워드가 된다. 보데가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탠 보이(Tan Boy)’라 칭하며, 그가 자라온 후드의 풍경을 청자들의 눈앞에 생생히 펼쳐 놓는다.앨범 속 곡들은 총, 마약, 여자 등등, 갱스터 랩의 대표적인 클리셰를 따라가는데, 이에 대해 어떤 시선이나 견해를 표하기보단 할렘가에서 삶 자체를 최대한 여과 없이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때 드라마 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그의 역량이 이러한 과정 속에 온전히 드러나고, 라틴 랩퍼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음과 이지-이(Eazy-E), 에이지(AZ), 탈립 콸리(Talib Kweli) 등이 연상되는 선 얇고 날카로운 톤의 랩핑은 곡의 감흥을 배가시킨다. 긴장감 있는 무드 속에 상점을 약탈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Raw Deal”은 대표적인 예다.
이렇듯 범죄에 있어 일말의 죄책감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과 반대로 “Gods Honest”와 “Cocaine Dreaming”에선 신에게 용서를 구하면서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고뇌에 찬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보데가는 자신을 둘러싼, 혹은 직접 행한 여러 범죄와 혼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라틴 랩퍼로서 자신의 당당함을 표하며, 자존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를 비롯한 모든 탠 보이들에게 가슴을 펴고 굳건한 삶을 살아가라 강조한다.
브이돈(V.Don)이 총괄을 맡은 프로덕션은 음침하고 흐린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제법 다양한 스타일을 혼재하고 있다. 거친 질감의 드럼과 단출한 피아노 루프가 어우러진 뉴욕 언더그라운드 힙합 특유의 느낌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Bring Em Out”이나 “Invoce”에선 잘게 쪼개진 가벼운 리듬파트가 활용되기도 하며, 후반부의 “Everybody Eats (Interlude)”에선 힘있는 붐뱁 사운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트 위로 정직하게 내리꽂히는 그의 랩 디자인은 매력적인 톤과 합쳐져 듣는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동시에 안정된 딜리버리를 통해 서사의 맛 또한, 온전히 전달한다.
[Sidewalk Exec]은 오늘날 스타가 된 몇몇 신예 랩퍼들의 것처럼 확실한 개성이나 번뜩이는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보데가 밤즈가 집중한 부분은 '90년대에 성행한 (특히, 라틴계 랩퍼들의) 갱스터 랩의 묘미를 선배들과는 좀 다른 정체성과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앞서 언급했던 요소들로 말미암아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더해서 기교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탄탄한 랩핑, 이를 받쳐주는 적절한 프로덕션이 합쳐져 결과적으로 제법 근사한 정규 데뷔작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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