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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코드 쿤스트(Code Kunst)
Album: Crumple
Released: 2015-04-28
Rating:
Reviewer: 이진석
많은 프로듀서들이 고유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것은 소홀히 한 채 시류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유행을 좇고 있을 때, 작년에 발매된 코드쿤스트(Code Kunst)의 정규 데뷔 앨범은 실로 반가운 작품이었다. 본인의 색채를 고수하는 우직함과 함께 탄탄한 실력까지 겸비한 이 신예 프로듀서는 1집 [Novel]을 수작의 위치로 올려놓으며, 씬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약 1년만에 나온 두 번째 정규작 [Crumple]은 여전히 음침하고 탁한 무드 속에서 전작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이어간다.보통 다양한 객원들을 초빙해 한 장의 작품을 구성하는 프로듀서 앨범의 특성상, 참여 진의 조율에 실패하거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면, 난잡한 구성이 되기 쉽다. 따라서 프로듀서가 어떤 방식으로 게스트를 조율하고, 일체감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가는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된다. [Crumple]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성공적이다. 언뜻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많은 트랙 수와 참여 진 내에서도 스타일적으로 확실한 중심을 유지하며 호스트로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프로듀서로서 코드 쿤스트의 역량은 여실히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탁한 질감을 강조한 리듬파트 위에 다양한 신스를 활용해 몽롱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이즈와 보컬 소스를 조합하는 특유의 작법이 유효한 가운데, 비트의 변주가 도드라지는 게 눈에 띈다. “나만의 룰”에서 드럼 소스의 전환이라든지 “Dig Me!”나 “What I Feel”의 후반부 등등, 여러 트랙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변칙적인 운용은 그 자체로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며, 동시에 트랙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인털루드(Interlude)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외에 재지한 무드 위로 블랭타임(Blnk-Time)의 멜로디컬한 랩을 얹어 흥을 더한 “Queen”, 메이슨 더 소울(Mason the Soul)의 미려하게 진행되는 보컬이 함께한 “Love Scene” 등에서 단지 전작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운용할 수 있는 사운드의 폭을 넓힌 것 또한 돋보이는 지점이다.
긴 러닝타임 동안 스킷(Skit), 혹은 연주곡을 배치하여 완급을 조절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Rap Concert (Intro)”와 이어지는 “Golden Cow”를 지나 “Good Bye Novel (Skit)”이 등장하며 앨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본인이 태어난 날짜를 의미하는 “1218”, 연하게 흩어지는 리듬파트가 인상적인 “Dope (Interlude)” 등이 그 좋은 예다.
객원들과 조합 또한 준수하다. 초청된 랩퍼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타이트한 랩핑을 빌어 각자 준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씨잼(C Jamm)이나 던밀스(Don Mills)처럼 전작에서 협연을 이어가는 이들 외에도, “그렇다고”에 참여한 팔로알토(Paloalto)는 베테랑 랩퍼의 관록을 뽐내고 있으며, 리짓 군즈(Legit Goons)의 뱃사공과 블랭타임(Blnk-Time) 역시 특유의 느긋한 바이브를 살리며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그런가하면, 전작의 “Organ”에서 코드 쿤스트와 가장 돋보이는 시너지를 보여줬던 넉살은 이번에도 두 곡(“에디슨”, “눈먼 자들의 도시”)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특유의 차지고 변칙적인 랩핑과 현 힙합 씬, 세상에 대해 한 번쯤 곱씹어 생각해보게 하는 가사가 일품이다.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객원 랩퍼 중 마지막 타자를 맡게 된 화지의 랩과 스토리텔링도 백미다(“주소”). 그동안 지나온 주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점을 옮기며,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 도착하는 구성은 그가 설정한 곡의 테마를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두가 눈에 띄는 플레이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랩퍼 대부분이 앨범의 무드에 맞춰 마련한 여러 주제를 풀어낼 때, 그저 자기과시에 그친 기리보이나 어글리덕(Ugly Duck)의 가사는 다소 초점에서 어긋난 느낌을 주어 아쉽다.
[Crumple]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트랙 하나하나의 질감과 사운드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며, 악기와 사운드 소스의 조화 역시 잘 갈무리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완성도가 뒷받침되어, 반전 없이 일관된 무드 속에서 자칫 들 수 있는 지루함을 효과적으로 타개했다. 1년 전 [Novel]을 통해 한껏 끌어올려진 기대치에 충분히 부응할만한 작품이다. 기존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정면으로 통과한, 이 뚝심 있는 프로듀서의 행보에는 여전히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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