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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뿐만 아니라 랩퍼에게도 목소리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랩 톤이 달라지면 청자에게 전달되는 느낌도 바뀌기 마련인지라 목소리 관리가 필수인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비록, 목소리라는 것이 선천적인 영향이 큰 요소이긴 하나, 음악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조시키는 랩퍼도 있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된 목소리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랩퍼도 있다. 제이지(Jay Z), 게임(The Game), 릭 로스(Rick Ross) 등처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처럼 잠시 이상한 목소리로 변했다가 예전의 목소리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고,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처럼 예전으로 영원히 돌아가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렇듯 랩퍼들의 변화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그런 의미로 여기 10년 이상 활동한 랩퍼 중에서 목소리가 뚜렷하게 바뀐 몇몇 사례를 소개해 본다.
Eminem
가공할만한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슈퍼스타 에미넴(Eminem)이지만, 메이저 데뷔 이전 앨범인 [Infinite]은 인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작품이다. [Infinite] 시절의 목소리는 2000년대에 꾸준하게 들을 수 있었던 날카로운 하이톤 랩과는 거리가 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유심히 들어 보면 현재의 목소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대다수 팬은 지금의 목소리가 더 멋지다고 말한다.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CtRbEgoTqQs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5h9_L98H84U
2Pac투팍(2Pac)의 목소리 발자취를 추적하는 일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다. 굳이 정규 앨범을 기준으로 선을 긋자면, 2집 [Strictly 4 My N.I.G.G.A.Z…]와 3집 [Me Against the World] 사이가 경계이고, 정확하게는 그의 유일무이한 그룹 앨범인 [Thug Life: Volume 1] 시절부터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The Lost Tapes]와 같은 미공개 앨범은 상대적으로 맑은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 초기 시절의 목소리도 나름 매력 있지만, [Me Against the World]와 [All Eyez on Me]로 정점을 달렸던 그의 커리어를 고려한다면, 대중에게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훨씬 더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여하튼 투팍의 목소리는 하드코어 랩에 최적화된 스타일로 바뀐 성공적인 사례에 속한다.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vWLkxVS5VXU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VZ7fFtsIE-8
Black Thought (of The Roots)퀘스트러브(Questlove)와 함께 힙합 밴드 루츠(The Roots)의 원년 멤버인 블랙 쏘웃(Black Thought)도 목소리가 확연하게 변한 랩퍼이다. 초기 시절인 [Do You Want More?!!!??!]와 [Illadelph Halflife]에서의 랩과 2000년대 이후의 랩을 비교해 보라. 목소리가 확실히 굵어졌다. 허스키해진 음색 역시 밴드의 연주와 잘 조화를 이룬다. 물론, 그의 청명했던 목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럴 땐 루츠의 옛 앨범을 다시 들을 수밖에….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5hBC7ovAn6Y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KUlLz1IAVUU
Rakim'80년대를 빛낸 라킴(Rakim)의 목소리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만큼 굵어졌다(라킴 외에도 동시대를 풍미한 쿨 쥐 랩과 빅 대디 케인 역시 목소리가 모두 변했다). 결과적으로 초기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 시절의 목소리와 '90년대 초·중반 이후로 바뀐 목소리까지 모두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그의 랩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캐치하게 되는 촘촘하게 배치된 라임(rhyme)은 어떤 톤의 목소리에서도 빛난다.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d7_NlIDwvwc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TUKsdF-gI34
Lloyd Banks
실력으로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지-유닛(G-Unit)의 멤버 로이드 뱅스(Lloyd Banks)의 변화무쌍한 목소리는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 했다. 2004년 데뷔 앨범 [Hunger For More]와 2000년대 후반, 그리고 2015년의 곡을 연이어 들으면 처절하게 바뀐 그의 목소리에 난색을 표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목소리가 거칠어지는 건 이 글에서 명시한 타 랩퍼들과 동일한 수순이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을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면 얘기가 다르다. 해를 거듭할 수록 거칠어진 목소리는 실제로 일부 팬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0년 전과 지금의 목소리를 비교하면, 마치 무작정 피치를 올린 듯한 느낌이다.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v-TnBNNERFM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79MROh49dWM
After 2: https://www.youtube.com/watch?v=XJi596v4Kqw
The D.O.C.가장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할 때가 되니 마음이 무겁다. 최초 N.W.A 크루의 일원이었던 디오씨(The D.O.C.)는 '89년, 닥터 드레(Dr. Dre)가 총프로듀싱한 걸출한 데뷔 앨범 [No One Can Do It Better]를 발표한 웨스트코스트의 전도유망한 랩퍼였다. 그러나 앨범 발매 후, 얼마되지 않아 그는 불의의 자동차 사고를 당했고, 이때 치명적인 후두 손상을 입었다. 수개월 동안 말을 할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까지 했는데, 시간이 흘러 평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목소리는 흉측하게 변했다. 7년이 지나 바뀐 목소리를 아예 호러코어(horrorcore) 컨셉트로 활용하는 강수까지 두며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나 재기에 성공하진 못했다.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eOFTTMhf4Ys
After: https://www.youtube.com/watch?v=88T7A7EXpp8
Prodigy (of Mobb Deep)
한국의 많은 힙합 키드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거로 추정하는 프로디지(Prodigy of Mobb Depp)의 목소리 역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2000년 [H.N.I.C.]까지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던 하이톤의 목소리가 다소 시원찮게 바뀐 원인에 대해선 많은 소문이 있지만,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 cell anemia), 감옥살이, 그리고 마리화나의 복합적인 결과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없이 걸쭉해진 프로디지의 목소리는 이제 익숙해졌으나 아직도 난 '95년 [The Infamous] 시절의 날 선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Before: https://www.youtube.com/watch?v=i9ZykEJu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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