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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ove At First Sound
Album: AUDRA
Released: 2015-07-02
Rating:
Reviewer: 이진석
라스베이거스(Las Vegas)를 근간으로, 갓 커리어를 시작한 신예 러브 엣 퍼스트 사운드(Love At First Sound)는 아직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흔한 싱글이나 믹스테잎 한 장 없이, 두둑한 배짱으로 데뷔 앨범부터 던져놓았다. 더욱 인상적인 사실은, 이 데뷔작이 무려 4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랩퍼/싱어로서뿐만 아니라 프로듀싱,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이 다재 다능한 아티스트의 작업 영역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아우르는 음악스타일 또한 마찬가지. 11트랙의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앨범 대부분에 걸쳐 그가 주조한 프로덕션은 어반 소울, 붐뱁, 얼터너티브 힙합/알앤비 등등, 여러 스타일을 포함하는데, 그 경계가 매우 또렷하다. 잔잔한 알앤비의 첫 트랙 “Good Aint Good Enough”를 지나,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인 프로덕션의 변주가 시작된다. 뒤이어 나오는 “Surreal To So Real”에서 리듬파트의 전환을 비롯해 이어지는 트랙 “Pull Up On You”부터는 소스의 변용이 점차 과감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스타일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한다는 조건 아래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의 폭이 넓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한 장의 앨범에 무리하게 욱여넣으려는 욕심 탓에 앨범 전체의 일체감을 흐리고 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후반부, “Lost It”을 기점으로 이뤄지는 급격한 스타일의 선회에선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Fine Without You”의 어쿠스틱 기타 진행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 곧바로 다음 트랙부터 거친 질감의 전자음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하는데, 그 간극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앨범이 자칫 난잡해질 수 있는 위험을 무사히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각 트랙의 탄탄한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이며, 둘째는 전체 무드 조성의 중심에 있는 그의 솜씨 좋은 랩핑과 보컬의 공이라 할 수 있다.
러브 엣 퍼스트 사운드는 주로 그동안 겪은 좌절, 가족, 도시 등과 얽힌 개인적인 주제를 끌어와 가사로 풀어낸다. 여느 앨범에서나 볼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중요한 건 이를 얼마나 자기 스타일과 탄탄한 구성을 통해 담아내느냐라고 했을 때 러브 엣 퍼스트 사운드는 꽤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힘이 들던 순간마다 누이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되었다 밝힌 바 있는데, 실제 이번 앨범에서 누이가 보내온 보이스메일을 중간중간 내레이션으로 삽입하여 내러티브의 힘을 살리는 동시에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러브 엣 퍼스트 사운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 제법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본인이 보여 줄 수 있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마음껏 과시했고, 상충하는 여러 스타일을 한 장의 앨범 안에 잘 눌러 담았으며, 그 완성도 또한 출중하다. 오랜 작업 기간이 꼭 좋은 앨범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AUDRA]를 위한 '4년'엔 의미를 두기에 충분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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